탄소 배출 '0' 전기자동차 내달 日서 첫선

잘 나가던 하이브리드카 바짝 긴장
[Global Issue] 하이브리드카냐, 전기자동차냐… 친환경車 대격돌
#. 미쓰이물산에 다니는 회사원 고니시 야스오씨(38)는 요즘 어떤 새차를 살까 고민 중이다.

2000년식 도요타 카롤라를 몰고 있는 그는 원래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를 구입할 생각이었다.

최근 하이브리드카 가격도 많이 내려 거의 결심을 굳혀가고 있었다.

그런데 한가지 변수가 생겼다.

미쓰비시자동차가 내달 말부터 '아이미브(i-MiEV)'라는 전기자동차를 본격 시판한다는 뉴스를 들은 것.

하이브리드카와 비교해 가격은 100만엔 정도 비싸지만 연료비는 3분의 1밖에 들지 않아 궁극적으로 경제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 전기차는 탄소 배출 제로(0)의 진정한 친환경차라는 점도 끌려 아직 어떤 차를 선택할지 망설이고 있다.

일본 자동차 시장이 하이브리드카나 전기차 등 저탄소 친환경차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하이브리드카의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대중화 단계에 들어선 데다 전기차도 본격적인 보급을 눈 앞에 두고 있어서다.

소비자 입장에선 친환경이란 매력과 함께 들쭉날쭉하는 휘발유값에 신경 안써도 된다는 점에서 환경대응차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어쨌든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간 경쟁이 시작돼 앞으로 일본의 환경대응차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 전기차 내달부터 시동

그동안 하이브리드카가 주도해온 일본의 환경대응차 시장에 전기차가 마침내 도전장을 던졌다.

주인공은 미쓰비시자동차의 '아이미브'.

내달 말부터 본격 시판될 이 전기차는 세계에서 처음 양산 판매되는 전기차다.

가정용 전원으로도 충전이 가능한 '플러그인' 방식으로 최대 시속 130㎞를 달릴 수 있다.

전기차는 가솔린을 쓰지 않고,전기 모터만을 동력으로 달리기 때문에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진정한 환경차'다.

이에 반해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번갈아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카는 '준 환경차'로 볼 수 있다.

전기차는 하이브리드카에 비해 연료비가 싸다는 게 가장 큰 장점.

가격이 싼 심야전력을 충전할 경우 일본에선 ㎞당 1엔(약 13원)이 든다.

세계 최고의 연비를 자랑하는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 연료비의 3분의 1 수준이다.

단 전기차는 아직 하이브리드카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게 흠이다.

아이미브는 가솔린 자동차로 치면 경차 크기이지만 대당 300만엔(약 3900만원)이 넘는다.

일본 정부의 환경차 보조금을 받아도 그렇다.

최근 도요타와 혼다 간 가격인하 경쟁으로 하이브리드카 값이 대당 200만엔 전후인 것에 비해 50% 이상 비싼 것이다.

또 전기차인 아이미브는 최신 리튬이온전지를 탑재해 한 번 충전으로 최고 160㎞까지 달릴 수 있다.

하지만 30분 안에 충전이 완료되는 급속충전소가 아직 드물다는 게 약점.

일본의 경우 현재 수도권에 39곳 밖에 없다.

여행 등 장거리 주행에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기차의 보급이 확대되면 충전소 등 인프라는 따라올 수밖에 없어 큰 걸림돌은 아니다.

일본 정부는 기존 주유소와 편의점 등에서 손쉽게 전기차 충전을 할 수 있는 시설을 적극 보급시킬 계획이다.

때문에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전기차 시판을 서두르고 있다.

후지중공업은 조만간 전기차 개발을 완료하고,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닛산도 현재 개발 중인 전기차를 2015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10만대 이상 판다는 구체적 목표까지 세우고 출시를 준비 중이다.

도요타 역시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의 전기차 버전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 하이브리드카는 이미 대중화

일본에서 하이브리드카는 올 들어 대중차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불을 댕긴 건 도요타와 혼다 간 하이브리드카 경쟁이었다.

경쟁의 시작은 올 2월 혼다의 하이브리드카 '인사이트'의 시판이었다.

혼다는 배기량 1300㏄의 소형 하이브리드카인 인사이트 가격을 최저 189만엔(약 2400만원)으로 낮춰 팔면서 인기몰이에 나섰다.

경쟁 차종인 도요타의 프리우스(배기량 1500㏄) 최저 가격이 234만엔인 것을 감안하면 20% 정도 싼 것이다.

가격 인하 효과로 혼다 인사이트는 4월 중 일본내 신차 판매 대수 1위(1만481대)를 차지했다.

하이브리드카가 일본의 신차 판매 1위에 오르긴 처음이었다.

세계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선도해온 도요타도 질세라 가격을 내렸다.

도요타는 5월 중순 시판하기 시작한 프리우스의 신형 모델(1800㏄) 가격을 205만엔(2600만원)으로 낮췄다.

기존 모델보다 배기량과 성능이 강화된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가격이다.

때문에 5월엔 일본 내 신차판매 1위 자리에 도요타의 프리우스(1만915대 판매)가 올라갔다.

하이브리드카 시장이 확대되자 기업들은 앞으로 하이브리드 차종을 더 늘린다는 전략이다.

혼다는 현재 가장 잘 팔리는 차종 중 하나인 소형차 '피트(Fit)'의 하이브리드판을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앞당겨 내년 가을 시판하기로 했다.

도요타는 올해 안에 4개 하이브리드 차종을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여기엔 새로운 하이브리드 전용차인 렉서스 브랜드의 'HS250h'와 도요타 브랜드의 'SA1'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닛산은 독자 개발한 하이브리드카 기술을 고급 차종인 '후가'(해외명 '인피니티M')에 적용해 내년 중 미국과 일본에서 시판하기로 했다.

⊙ 한국은 어디까지 왔나

일본보다 뒤늦게 친환경차 개발에 뛰어든 한국은 현대 · 기아자동차를 중심으로 친환경차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현대 · 기아차는 올 7월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카를,10월엔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카를 각각 내놓을 예정이다.

이 모델은 휘발유나 경유보다 훨씬 저렴한 액화석유가스(LPG)를 연료로 한 엔진과 전기모터를 사용, 가솔린 하이브리드카보다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을 무기로 삼았다.

현대 · 기아차에 따르면 가솔린 차량 기준으로 환산한 이 차들의 연비는 ℓ당 21.3㎞에 달한다.

종전 내연기관 모델에 비해 53%가량 연비를 향상시켰다.

아반떼 하이브리드카에는 세계 최초로 리튬폴리머 전지를 탑재해 기존 전지보다 성능은 비슷하면서도 원가를 절반으로 낮춘 게 특징이다.

이는 하이브리드카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일본 도요타도 아직 채택하지 못한 방식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현대 · 기아차는 아반떼와 포르테 하이브리드카에 이어 내년에 쏘나타급 중형 하이브리드카를 추가로 선보인다.

내수시장은 물론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선발 업체들과 경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쏘나타급 중형 하이브리드카는 기존 가솔린 모델보다 60~70%가량 연비가 높은 게 특징이다.

회사 측은 ℓ당 20㎞ 정도 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속 단계에서 내연기관의 도움 없이 전기 모터만으로 주행할 수 있는 풀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현대 · 기아차는 배터리 컨트롤러 등 핵심 부품 대부분을 국산화를 통해 가격을 낮춰 선발업체인 일본 도요타 혼다 등에 대항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웠다.

특히 정밀 전자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한 클러치 접합방식과 연비 및 양산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6단 변속기 채택 등 경쟁 업체와 차별화된 기술을 적용했다.

현대 · 기아차는 하이브리드 양산차를 내년 3만대,2018년에 50만대씩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구 인력 및 조직을 지속적으로 보강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친환경차 개발의 최종 목적지와도 같은 수소연료전지차는 2012년에 조기 실용화할 계획이다.

2012년 1000대를 시작으로 2018년 연간 3만대를 생산하기로 했다.

수소연료전지차 부문에선 핵심 부품인 100㎾의 스택을 독자 기술로 개발했으며,내년까지 전체 부품의 99%를 국산화한다는 목표다.

현재의 하이브리드카 기술을 바탕으로 가정에서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를 장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상용화 시점은 2013년 이후다.

김미희 한국경제신문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