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숍의 예측 뒤엎고 세계를 놀라게한 ‘한국의 저력’
[Cover Story] 미개발국에서 산업화, 민주화 모두 이룬 유일한 나라
일제시대와 박정희 시대에는 물론 사회 전체가 근대화와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민주사회와 성숙된 시민사회를 만드는 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민주화의 욕구는 1987년 민주화 항쟁을 시발로 20년 동안 단단한 토대를 쌓아왔다.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한 캐슬린 스티븐스(한국명 심은경)는 미국 의회 청문회 자리에서 "한국의 놀랄 만한 성공은 자유시장 경제와 민주주의의 힘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서구 강대국들이 300년 이상 걸려 이룩했던 민주주의를 불과 60년 만에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에 걸맞은 시민의식은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다.

민주주의는 합리적인 절차와 제도 그 자체이지만 곳곳에서 법을 무시한 행위가 나타나고 있다.

법과 질서를 지키려는 것보다 이념이나 집단이기주의를 먼저 내세우는 사례가 빈번한 실정이다.

이사벨라는 "한국에서 아주 심각하고 보편적으로 저주스러운 관습은 수천의 능력있는 신체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보다 부유한 친척 또는 친구들에 매달려 호소하는 악습이다. 이 같은 노골적인 의존에는 치욕도 없고 그것을 비난하는 여론도 없다. 아무리 작더라도 어떤 수입이 있는 사람은 많은 그의 자식들, 부인의 친척, 많은 자신의 친척 친구들을 부양해야만 한다. 원칙은 거의 문제가 되지 않고, 한국의 혁명가는 어떤 신념을 지지해서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려고 하지 않는다"고 적고 있다.

시민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독립성과 정체성이다.

개인의 책임과 의무를 다한 후 독선적 주장이 아니라 합리적인 대화와 법과 절차에 의해서 문제를 해결한다면 시민사회가 제대로 이뤄질 것이다.

비숍이 110년 전에 바라본 한국인 유전자는 이제 바꿀 때가 됐다.

그래야만 진정한 민주국가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