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시장 흐름을 읽고 끊임없이 변신해야 성공
[Cover Story] 기업들의 전쟁터에서 살아남으려면 오직 혁신 뿐
위기는 기회라고들 한다.

이 말은 길지 않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세계경제는 1970년대에 오일쇼크와 스태크플레이션의 덫에 걸려 2차 세계대전 이후의 고도성장을 실질적으로 마감했다.

미국의 성장률이 완만해졌고 일본과 독일의 고도성장도 정점을 치고 내리막길을 걸었다.

독일은 2%대,일본은 4%대로 성장률이 주저앉았다.

우리나라는 이때부터 재벌 체제를 구축했고 중화학공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며 높은 성장률을 이어갔다.

다양한 견해들이 있지만 철강 조선 전자 자동차를 비롯한 중화학 공업은 1973년 체제를 바탕으로 세계로 나아갔다.

1973년 이후 실질적인 경제성장을 해냈던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1997년 외환위기는 국가부도 사태라고 표현했을 만큼 우리나라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

많은 기업들이 무너졌고 외국자본은 우리나라에 들어와 가치가 떨어진 알짜기업이나 부동산 채권 등을 싹쓸이 했다.

하지만 이때의 구조조정과 수익성 위주의 체질 개선으로 세계적 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다.

기업은 물론 사회 전체가 투명해지면서 촌지 뇌물 등 부패구조도 많이 청산됐다.

지금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선전하고 우리 경제가 이만큼 버티고 있는 것도 1997년 외환위기로 미리 예방주사를 맞은 덕분이다.

지금의 세계적인 경제위기도 우리에게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 GM 타산지석 삼아야

기업은 가계,정부와 함께 3대 경제 주체다.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며 고용을 유지한다.

그게 기업의 존재 의의이자 사회적 책무다.

기업이 활동하는 데는 기업의 소유주인 주주,기업 활동을 더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돈을 빌려주는 채권자,그리고 기업이 굴러갈 수 있도록 일하는 임직원들이 필요하다.

주주는 배당과 주가 상승으로,채권자는 이자로,임직원들은 임금으로 기업활동의 과실을 향유한다.

주주,채권자,임직원의 몫은 균형을 이뤄야 하고 상식적으로 이해되는 수준이어야 한다.

GM의 몰락을 초래했던 원인 중 하나인 과다한 인력비용은 노조가 과도한 몫을 요구하고 관철시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기업 노조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노동계의 가장 큰 문제는 대기업의 노조는 그 힘이 너무 강해 균형보다 많은 몫을 받는 반면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등 힘이 약한 쪽은 균형에 못 미치는 대우를 받는다는 점이다.

대기업 노조가 파업이나 임금협상을 통해 많은 몫을 가져가게 되면 대기업은 임금 인상분을 만회하기 위해 하청업체들에 주는 납품단가를 깎는다.

하청업체 등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직원은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은 크게 차이 난다.

정부 조사 결과 노조가 없은 기업들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 평균은 10%에 불과한 반면 노조가 있는 기업들은 30%나 됐다.

1935년 설립 이후 74년 가까이 막강한 힘을 행사해 온 전미자동차노조(UAE)는 최근 크라이슬러와 GM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UAW는 신속파산 절차의 조건에 따라 2015년까지 GM과 크라이슬러 사업장에서 파업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UAW가 무파업을 약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로 뽑은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도 14달러로 외국 경쟁사 수준까지 낮추기로 했다.

지금까지 GM 숙련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28달러에 달했다.

UAW는 당분간 노조원의 권익 향상보다는 회사의 이익 증대에 협조할 수밖에 없게 됐다.

회사가 망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는 것보다는 망하지 않도록 끊임없는 혁신을 하고 구성원들의 몫에 대해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