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101년 역사 GM, 결국 파산 신청…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다."

1953년 찰스 윌슨 GM 최고경영자(CEO)가 상원 청문회에서 한 이 말은 미국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GM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1908년 미시간주 플린트시에서 출범한 GM은 지금까지 미국의 힘을 상징하는 기업으로 통했다.

1948년 8기통 엔진 승용차를 세계 처음으로 선보였고 1996년에는 전기차를 개발,시험 가동하는 등 첨단 자동차 기술을 주도해 왔다.

또 '시보레'(1919년) '오펠'(1929년) '사브'(1990년) '허머'(1999년) 브랜드를 차례로 인수하며 사세를 불려왔다.

차체와 엔진 용량이 큰 '미국적인 차량' 생산에만 몰두하던 GM은 작고 연비 좋은 일본 차의 도전과 최근의 고유가 사태,금융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서도 GM차는 오랫동안 최고의 자동차였다.

특히 GMC라는 트럭은 해방 직후, 그리고 6 · 25 전쟁 후 한동안 국내에서 거의 유일한 트럭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 강성노조와 무능한 경영진

GM이 쓰러진 이유는 강성 노조의 요구에 못 이겨 복지비용 부담을 키워온 데다 경영진의 무능으로 안방인 미국 시장에서조차 외국 기업에 밀렸기 때문이다.

1935년 출범한 전미자동차노조(UAW)는 1936년과 1970년 두 차례에 걸쳐 임금 인상과 복지 향상을 요구하며 회사 존폐를 위협할 정도의 파업을 벌였다.

이후 회사 측은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GM 등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노조원이 은퇴한 후에도 죽을 때까지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퇴직 프로그램을 갖고 있었고 퇴직자와 그 가족의 의료보험 비용까지 부담했다.

1999년 GM에서 분리된 자동차 부품회사 델파이의 로버트 밀러 회장은 "델파이 근로자들은 시간당 기본 임금 27달러에 연금과 의료비용을 포함해 1인당 76달러를 받는다. 이에 반해 존슨컨트롤 리오 덴소 지멘스 보쉬와 같은 경쟁 업체들은 모두 17~22달러 수준에서 같은 제품을 만든다. 국제 경쟁시대에 22달러와 76달러가 어떻게 경쟁이 되겠느냐"며 분노한 적도 있다.

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수익성이 높은 차가 잘 팔릴 때는 버틸 수 있었지만 유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차가 팔리지 않자 GM은 적자의 늪에 빠져들게 되었다.

2005년 이후 작년까지 GM의 누적 적자는 무려 866억달러에 달한다(원화로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보자).

GM은 자산이 823억달러에 불과한 반면 부채는 1728억달러다.

GM은 파산신청만은 피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정부의 요구에 따라 지난 1일 파산보호 신청을 하게 됐다.

GM은 법원의 파산보호 아래 우량 자산 중심의 새 법인(뉴GM)을 출범시켜 회생을 꾀할 예정이다.

노조가 건강보험 등과 관련해 막판에 회사 측에 적지 않은 양보를 했지만 버스는 출발하고 말았다.

CNN머니 등은 자동차업계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이제는 귀족노조도 옛말이 되었다고 보도했다.

⊙ 뉴GM 살아날까

신속 파산 절차로 출범하는 '뉴GM' 지분은 미 정부가 60.0%,캐나다 정부 12.5%,UAW의 퇴직자 건강보험기금이 17.5%,채권단이 10%를 보유하게 된다.

미 정부는 국유화된 GM의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고 GM이 수익성 있는 회사가 되면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는 CEO 및 이사 선임권을 행사하게 된다.

노조와 캐나다 정부도 이사 한 사람씩을 추천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이사회는 회사의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는 이사들의 기구다.

새 회사는 시보레 캐딜락 GMC 뷰익 등 4개 브랜드만 갖게 된다.

GM유럽의 오펠(독일) 복스홀(영국)은 이미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에 매각됐고 SUV 브랜드인 허머는 중국 중장비업체 쓰촨 텅중에 팔렸다.

사브(스웨덴)도 3개월 이내에 매각될 예정이다.

새턴은 북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르노-닛산이 인수를 추진 중이다.

폰티악 브랜드는 내년까지 없애기로 했다.

'뉴GM'은 손익분기점 기준을 현재의 연간 판매대수(미국 시장 기준) 1600만대에서 1000만대로 낮추기로 했다.

미국 내 47개 공장은 내년 말까지 34개로 줄이고 근로자 2만1000명을 감축할 방침이다.

또 일부 폐쇄된 공장을 활용,소형차 생산을 늘려 '뉴GM'의 전체 차 생산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66%에서 7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빚을 줄이고 채산성 중심으로 경영을 하는 만큼 수익 구조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파산 신청에 따른 회사 이미지 추락으로 소비자들이 GM차 매입을 꺼리면 회생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도 '뉴GM'에는 큰 부담이다.

조사기관 JD파워에 따르면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은 앞으로 5년 동안 미국에서 60개 이상의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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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대표 우량기업지수 ‘다우’에서 쫓겨나는 기업들

101년 역사로 미국의 자존심이었던 GM이 파산보호 신청과 함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에서 탈락했다.

역시 한때 월가의 대표 기업이던 씨티그룹도 다우지수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9월18일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된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이 크래프트푸드로 대체된 지 9개월 만이다.

보통 다우지수 편입 기업의 변경은 몇 년에 한 번꼴이지만 최근에는 그 간격이 수개월로 좁혀졌다.

지난해에는 AIG뿐 아니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셰브론도 다우지수에서 제외됐다.

1896년 만들어진 다우지수는 처음엔 12개 기업 주가를 평균내서 산출했으며 편입 기업이 1916년 20개,1928년엔 지금의 30개로 늘었다.

대형 블루칩(우량주)들이 편입되기 때문에 다우지수에 속한 기업들은 미국 대표 기업으로 볼 수 있다.

보통주 500종목을 편입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와 함께 미국 3대 주가지수다.

GM은 1915년 3월 US러버의 자리를 대체했다.

이후 1916년 10월 다우지수에서 빠졌다가 1925년 재편입됐다.

용어풀이

파산보호

미국 파산법 규정을 챕터 11(Chapter 11)이라고 부른다. ‘재조정’이라고도 불린다. 한국의 법정관리와 비슷하다. 챕터 11은 회사를 청산하기 위한 챕터 7과 다르다. 챕터 7은 즉각 회사의 재산을 모두 팔아 빚을 갚고 회사문을 닫는 것이다. 그러나 챕터 11은 회사를 살리기 위한 조치다. 법원의 감독 아래 채무 상환을 연기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 회생을 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