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지 라면…포르말린 통조림…쓰레기만두… 어! 아니었어?
"백수 김신(박용하 분)은 형이 만든 만두가 쓰레기 만두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풍족하진 않았지만 행복했던 그의 일상이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조사 끝에 오보였음이 밝혀지지만 이미 만두 공장은 손 쓸 수 없는 상태. 부도를 막아보려 사채까지 끌어다 쓴 형 김욱(안내상 분)은 설상가상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 한다."
지난달부터 방영되고 있는 KBS 드라마 '남자이야기'의 1회 줄거리다.
이 드라마의 소재로 활용된 '쓰레기 만두 파동'은 2004년 실제 있었던 일이다.
당시 경찰은 "쓰레기로 버려지는 병들고 썩은 무 등이 포함된 폐기처리용 단무지 자투리를 폐 우물물로 세척해 만두소를 만든 뒤,국내 25개 유명만두 및 식자재 유통업소에 만두 및 야채호빵 등의 재료로 납품해온 악덕업자 6명을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언론들은 이를 '쓰레기 만두'로 표현하며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외국 언론사들도 국내 보도를 인용해 "한국 만두는 모두 쓰레기"라고 비중있게 다뤘다.
일본과 미국은 즉시 한국산 만두 등의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경찰 발표 후 관련 업계에서는 "경찰 발표가 과장됐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실제로 완제품,원료,반제품에 대한 위생검사 결과 등 업자들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도 많이 나왔다.
쓰레기라던 단무지 자투리는 단무지 제조과정에 발생하는 정상적인 자투리였고 만두소로 가공되면서 삶는 등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인체에 유해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폐 우물물에 대한 수질검사 결과도 음용수 기준 46개 항목 중 '탁도'만 1.28도(기준 1.0도)로 기준을 약간 초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적합 판정이 나왔다.
이후 사건 자체는 흐지부지됐고 만두업체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그러나 2006년 법원 판결은 '기각'이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시 수사 발표의 핵심 내용은 비위생적인 불량 만두소가 국내 유명 만두업체 등에 납품돼 만두 원료로 사용됐다는 것"이라며 "국민 보건 · 위생상 공익성이 인정되고 발표내용의 기본적인 사실 관계 또한 객관적인 사실에 부합하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인체에 유해하다'는 증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비위생적'인 것은 맞기 때문에 경찰의 발표에는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단지 '비위생적'이라는 이유로 '쓰레기로 만든 만두'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상당수 업체가 부도났으며 한 업체 사장은 죽음으로 내몰렸다.
이 같은 '아니면 말고 식'의 먹거리 파동은 이것 뿐이 아니다.
1998년 검찰은 통조림에 인체에 치명적 해를 가하는 포르말린을 넣은 혐의로 3개 업체를 적발,기소했다.
번데기 골뱅이 등 통조림 제품의 유통기간을 늘리기 위해 사체 부패방지용으로 쓰이는 포르말린을 첨가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재판과정에서 검찰 수사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천연상태의 원료에 포르말린 구성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자연 생성될 수 있는 점을 간과한 채 충분한 증거도 확보하지 않고 관련자들을 기소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표본조사한 통조림에서 가장 많이 검출된 포르말린 양이 표고버섯에서 통상 검출되는 양에 훨씬 못 미치는 0.19㎎에 불과한 사실도 드러났다.
식품업체들은 무죄 판결을 받아 누명을 벗게 됐지만 이미 많은 업체들이 도산한 후였다.
1989년 '우지(牛脂) 라면' 파동은 라면업계의 판도를 뒤바꿔 놓은 사건이었다.
1989년 검찰은 삼양라면이 공업용 우지로 라면을 만들었다고 발표했고 소비자단체들은 대대적인 불매운동에 나섰다.
라면 생산은 중단됐고 당시 60%에 달했던 시장점유율은 급격히 하락했다.
1000여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고 100억원 이상 되는 시중의 제품은 반품,폐기됐다.
이 사건은 1997년 대법원의 무죄 판결로 종결됐지만 이미 삼양라면은 너무도 큰 상처를 입었다.
먹거리 문제는 신체,건강에 관련된 것이어서 사람들을 패닉 상태로 몰아넣는다.
그렇게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치밀하게 전문가의 검증을 받아야 하며 뭐가 어느 정도로 문제가 되는지 과학적인 검사결과를 따져야 한다.
"아니면 말고 식의 먹거리 파동이 터지면 피해는 기업들이 고스란히 져야 한다.
정부 시민단체 언론 등 대부분의 여론 조성 집단이 기업을 고발하는 데만 혈안이 돼 있지 그로 인해 기업이 입게 될 피해는 관심 밖"이라는 한 식품업계 관계자의 말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
"백수 김신(박용하 분)은 형이 만든 만두가 쓰레기 만두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풍족하진 않았지만 행복했던 그의 일상이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조사 끝에 오보였음이 밝혀지지만 이미 만두 공장은 손 쓸 수 없는 상태. 부도를 막아보려 사채까지 끌어다 쓴 형 김욱(안내상 분)은 설상가상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 한다."
지난달부터 방영되고 있는 KBS 드라마 '남자이야기'의 1회 줄거리다.
이 드라마의 소재로 활용된 '쓰레기 만두 파동'은 2004년 실제 있었던 일이다.
당시 경찰은 "쓰레기로 버려지는 병들고 썩은 무 등이 포함된 폐기처리용 단무지 자투리를 폐 우물물로 세척해 만두소를 만든 뒤,국내 25개 유명만두 및 식자재 유통업소에 만두 및 야채호빵 등의 재료로 납품해온 악덕업자 6명을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언론들은 이를 '쓰레기 만두'로 표현하며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외국 언론사들도 국내 보도를 인용해 "한국 만두는 모두 쓰레기"라고 비중있게 다뤘다.
일본과 미국은 즉시 한국산 만두 등의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경찰 발표 후 관련 업계에서는 "경찰 발표가 과장됐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실제로 완제품,원료,반제품에 대한 위생검사 결과 등 업자들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도 많이 나왔다.
쓰레기라던 단무지 자투리는 단무지 제조과정에 발생하는 정상적인 자투리였고 만두소로 가공되면서 삶는 등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인체에 유해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폐 우물물에 대한 수질검사 결과도 음용수 기준 46개 항목 중 '탁도'만 1.28도(기준 1.0도)로 기준을 약간 초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적합 판정이 나왔다.
이후 사건 자체는 흐지부지됐고 만두업체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그러나 2006년 법원 판결은 '기각'이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시 수사 발표의 핵심 내용은 비위생적인 불량 만두소가 국내 유명 만두업체 등에 납품돼 만두 원료로 사용됐다는 것"이라며 "국민 보건 · 위생상 공익성이 인정되고 발표내용의 기본적인 사실 관계 또한 객관적인 사실에 부합하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인체에 유해하다'는 증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비위생적'인 것은 맞기 때문에 경찰의 발표에는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단지 '비위생적'이라는 이유로 '쓰레기로 만든 만두'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상당수 업체가 부도났으며 한 업체 사장은 죽음으로 내몰렸다.
이 같은 '아니면 말고 식'의 먹거리 파동은 이것 뿐이 아니다.
1998년 검찰은 통조림에 인체에 치명적 해를 가하는 포르말린을 넣은 혐의로 3개 업체를 적발,기소했다.
번데기 골뱅이 등 통조림 제품의 유통기간을 늘리기 위해 사체 부패방지용으로 쓰이는 포르말린을 첨가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재판과정에서 검찰 수사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천연상태의 원료에 포르말린 구성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자연 생성될 수 있는 점을 간과한 채 충분한 증거도 확보하지 않고 관련자들을 기소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표본조사한 통조림에서 가장 많이 검출된 포르말린 양이 표고버섯에서 통상 검출되는 양에 훨씬 못 미치는 0.19㎎에 불과한 사실도 드러났다.
식품업체들은 무죄 판결을 받아 누명을 벗게 됐지만 이미 많은 업체들이 도산한 후였다.
1989년 '우지(牛脂) 라면' 파동은 라면업계의 판도를 뒤바꿔 놓은 사건이었다.
1989년 검찰은 삼양라면이 공업용 우지로 라면을 만들었다고 발표했고 소비자단체들은 대대적인 불매운동에 나섰다.
라면 생산은 중단됐고 당시 60%에 달했던 시장점유율은 급격히 하락했다.
1000여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고 100억원 이상 되는 시중의 제품은 반품,폐기됐다.
이 사건은 1997년 대법원의 무죄 판결로 종결됐지만 이미 삼양라면은 너무도 큰 상처를 입었다.
먹거리 문제는 신체,건강에 관련된 것이어서 사람들을 패닉 상태로 몰아넣는다.
그렇게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치밀하게 전문가의 검증을 받아야 하며 뭐가 어느 정도로 문제가 되는지 과학적인 검사결과를 따져야 한다.
"아니면 말고 식의 먹거리 파동이 터지면 피해는 기업들이 고스란히 져야 한다.
정부 시민단체 언론 등 대부분의 여론 조성 집단이 기업을 고발하는 데만 혈안이 돼 있지 그로 인해 기업이 입게 될 피해는 관심 밖"이라는 한 식품업계 관계자의 말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