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이고 부풀려진 과학 지식이 사회 불안 키워
[Cover Story] 그 많다던 황소개구리·배스들은 어디로 갔나?
"화석연료 소비 때문에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많아졌고 온실 효과로 인해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

"남극과 북극의 빙산이 녹아 내리면서 상당한 지역이 물에 잠기게 될 것이다."

"농약과 유전자변형 농산물(GMO)은 인체에 유해하고 사회 전체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친다."

"외국에서 유입된 황소개구리와 배스 때문에 토종 개구리와 붕어가 다 죽는다."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는 이 같은 내용은 실제 사례 조사와 연구조사 결과 적지않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여러 가지 반론이 나오는 등 진위 여부가 불분명한 것들이다.

원리주의 환경론이 설파하고 있는 이 같은 내용은 매우 자극적인 내용이어서 발표 당시에는 여론의 뜨거운 조명을 받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 잊혀지게 마련이다.

과학적으로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내용들은 때로 정부 정책에 반영되기도 한다.

잘못 알려진 과학 지식의 사례들에 대해 알아 보자.

⊙ 지구 온난화? 얼마나 과학적인가

지구 온난화는 관찰 결과 어느 정도 사실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그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들이 있다.

온난화의 가장 큰 범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이산화탄소이지만 최근에는 다른 의견들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주장은 온실 효과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의 효과가 과장됐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이산화탄소보다 수증기의 온실 효과가 더욱 크다.

수증기의 온실 효과는 이산화탄소에 비해 3배에 이른다.

오존이나 질소산화물과 메탄가스를 비롯한 다른 온실가스도 존재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인해 유발되는 온실효과 기여도는 전체 온실 효과의 약 2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는 광합성을 하는 식물들에 흡수돼 식물의 몸체를 만들고,바닷물에 녹아들어서 산호의 몸체로 돼 바닥에 가라앉는다는 의견도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생물의 몸은 나중에 화석 연료로 바뀌고 연소될 때 다시 이산화탄소로 변해 대기 중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이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지난 수십년 동안 조금 상승했다고 해서 그것이 과연 이산화탄소 때문인지 아니면 보다 장기간에 걸친 기후변동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남극과 북극의 빙하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빙하는 과거 1만년뿐만 아니라 지난 20년 동안에도 그 크기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변화의 패턴을 반복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지난 100년 동안 해수면이 상승한 이유는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서라기보다 바닷물의 수온 상승으로 물 분자의 활동이 활발해졌고 이에 따라 부피가 커졌기 때문이라는 연구도 있다.

수위 상승 원인의 4분의 1은 빙하가 녹은 데 기인하지만 나머지 4분의 3은 바닷물의 부피 팽창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 온난화가 해롭기만 한 것도 아니다.

언론이 보도하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은 농업 생산의 저하에서부터 이상 재해의 빈발에 이르기까지 무시무시하다.

지구 온난화가 농업 생산성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주장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금의 2배에 이를 경우 평균 기온이 섭씨 4~5.2도 더 높아지고 강수량이 지금보다 조금 더 많아질 것을 가정해서 내린 결론이다.

이런 가정에 더해 농부들이 현재와 같은 영농 방식으로 같은 종자의 농작물을 심는다면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은 약 11~20% 감소할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기후가 달라지면 농부들은 예전과 같은 똑같은 종자를 사용해 똑같은 방식으로 농사를 짓지 않는다.

최근 우리나라 기후가 점점 따뜻해지자 사과 배 귤 등의 생산지가 점점 북쪽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이처럼 농부들은 종자의 품종을 바꾸고 파종 시기를 앞당겨 기후 변화에 대응한다.

더구나 동토가 녹으면서 농사 지을 땅도 엄청나게 늘어난다.

일부 과학자들은 온난화가 식량난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 농약,GMO는 없어져야 하나
[Cover Story] 그 많다던 황소개구리·배스들은 어디로 갔나?
농약은 흔히 인체 호르몬 균형에 영향을 미치거나 암 사망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상당히 과장된 것이다.

동물 실험을 근거로 추정할 때 농약이 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해도 될 정도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미국 전역의 암 사망자 수는 연간 56만명에 이르는데 농약 사용으로 인해 추가로 발생하는 암 사망자 수는 20명 정도에 불과하다.

또 농약 사용을 금지하면 똑같은 식량을 만드는 데 훨씬 높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농약은 작물 수확량을 늘려 과일과 채소 가격을 낮추는 데 일조한다.

덴마크 의회는 농약의 부분적 금지나 완전한 금지가 미칠 사회적 영향을 2년 동안 연구해 평가했는데 농약 사용을 완전히 금지할 경우 수확량이 16~84% 감소해 농산물 가격은 30~120%나 급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되면 가난한 사람들은 채소를 먹을 수 없고 그 결과 더욱 많은 암에 노출될 것이라는 얘기다.

유전자 변형 기술도 마찬가지다.

환경운동계 일부에서는 GMO의 위험을 과장하고 혜택을 부정하면서 반대한다.

그러나 소고기 밀 옥수수 귀리 감자 호박 쌀 등 우리가 지금까지 먹어 온 음식의 거의 대부분이 자연발생적인 유전자 돌연변이 또는 유전자 재결합적 교배를 통한 것이다.

농산물의 유전자를 변형함으로써 제초제에 대한 내성을 강화해 잡초와의 경쟁을 줄이면서 제초제를 덜 사용하게 됐고,병충해에 대한 저항성을 향상시켜 비용을 낮췄으며 토마토의 숙성을 지연시켜 더 오래 토마토를 저장할 수 있게 됐다.

콩이나 식물성 기름에서는 포화지방의 함유율을 줄일 수 있었다.

10여년 전 토종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호들갑을 피웠던 황소개구리와 배스 얘기는 지금은 쏙 들어갔다.

1994년 환경부 조사에서 전북 고창군과 완주군 지역에 논 1㎡당 황소개구리 성체가 6마리,올챙이가 40마리나 발견됐는데 2004년 조사에서는 황소개구리 서식 밀도가 10년 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황소개구리들은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

아직 충분한 조사가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황소개구리 수가 줄어든 것은 그들을 잡아먹는 토종 포식자들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양서류 전문가들의 일치된 답변이다.

처음 황소개구리가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는 커다란 몸집과 큰 울음 소리,불쾌한 냄새로 그것을 잡아먹는 포식자들이 거의 없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너구리 족제비 메기 가물치 백로 물새 뱀 등 다양한 포식자들이 황소개구리를 잡아먹게 됐다는 것이다.

※ 참고문헌 : 들풀에서 줍는 과학(김준민),비판적 환경주의자(이상돈),환경위기의 진실(잭 M 홀랜더)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