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사채는 ‘악마의 유혹’인가?
사채업자는 악당인가?

아마도 그렇다는 답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궁지에 몰려 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사람을 우리는 쉽게 악당이라고 규정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신용도가 낮아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어떤 성실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 사람은 지금 노점이라도 해서 생계를 꾸리고 싶지만 어디서도 그 누구도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이때 누군가 나서서 비록 금리는 높지만 돈을 빌려준다고 하자.

자! 이 고리대금 업자는 악당이며 깡패여서 우리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사람인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는 이렇게 선과 악을 구분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다.

신체 포기각서를 쓰게하고 결국에는 빚진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깡패요 악당도 많지만 이 악당에게서 급전을 빌리고 부지런히 노점이라도 해서 결국 재기에 성공하는 사람도 있다.

담보가 있거나 소득이 높고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쉽게,더 낮은 이자율에 돈을 빌릴 수 있다.

반대로 담보도 없고 소득도 직장도 없다면 돈을 빌리기 힘들고 빌리더라도 높은 이자를 내야 한다.

신용도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금융회사도 다르다.

신용도가 높은 사람들은 대출금리가 낮은 은행을 이용할 수 있지만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다면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사 등 2금융권을 찾아가야 한다.

신용도가 낮아 2금융권에서도 돈을 빌릴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 중 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찾아가는 곳이 사채시장이다.

당연히 다락같이 높은 이자율을 부담해야 한다.

돈을 갚지 못하면 이자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 결국에는 채무자가 헤어날 수 없는 함정에 빠진 꼴이 되고 만다.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계산은 수많은 채무자를 수렁으로 밀어넣는다.

고리대(高利貸)는 그 이름에서 보듯이 '높은 이자'를 받았기 때문에 항상 지탄의 대상이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돈은 생명이 없기 때문에 자식을 낳을 수 없다(不姙)"고 주장하기도 했다.

성서에도 '형제에게 돈을 꿔주고 대가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경구가 있다.

중세 신학자들은 이자를 받는 것은 신의 섭리에 어긋난다며 중세 교회법에서도 이를 금지했다.

이슬람교는 아직까지도 코란에서 이자를 금지하고 있다.

고리대는 가난한 사람들의 궁핍함을 이용해 많은 이익을 챙기고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이미지로 묘사된다.

그래서 대부분 국가들에서 이자율을 제한하는 정책이 환영받는다.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미국 유럽 등 선진국도 이자율 제한 방식과 금리 상한선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이자를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폭행 협박,성매매 강요 등 사채업자들의 불법 추심(돈을 회수하는 것)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과도한 추심은 그 자체로 범죄 행위이지만 사채의 금리구조 등 위험성을 모르고 자금을 빌리는 채무자들도 각성해야 한다.

이자란 무엇인지 고리대는 왜 생기는지, 대안은 없는지 알아보자.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