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신용도 낮아 높은 이자로 대출 받아
[Cover Story] 대부업은 돈 빌리기 힘든 개인이 그나마 '비빌언덕'
최근 한 아버지가 딸을 목졸라 살해한 뒤 자신도 목숨을 끊은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여대생 A씨는 2007년 사채업자에게 300만원을 빌렸는데 이 돈은 1년 만에 1500만원으로 불어났다.

사채업자들은 A씨가 돈을 갚지 못하자 유흥가에 팔아넘겼고 이 소식을 듣고 찾아온 아버지는 딸을 살해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고 한다.

사채(私債)란 금융회사가 아닌 개인들이 돈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이자를 받는 것을 말한다.

2002년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대부업법)이 시행된 뒤부터는 사채대신 ‘대부업체’란 용어를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부업체는 다시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등록 대부업체’와 등록되지 않은 ‘무등록 대부업체’로 나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시 · 도에 등록된 대부업체는 지난해 9월 기준 1만6120개로 4년여 만에 60% 가까이 증가했다.

무등록 대부업체까지 포함할 경우 숫자가 3만~4만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케이블TV 광고를 통해 익숙한 러시앤캐시,산와머니,리드코프 등은 등록 대부업체이며 이들은 기업으로까지 발전했다.

등록 대부업체는 대부업법에 따라 연 이자를 원금의 49%까지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등록 대부업체의 평균 대출 금리는 연 45% 수준이다.

시중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을 경우 연 이자가 6~10%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다.

무등록 대부업체는 이자제한법 및 시행령에 따라 30%의 이자율 상한을 적용받는다.

빚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무등록 대부업체의 경우 A씨 사례처럼 법적으로 정해진 상한선보다 높은 이자를 받거나 폭행,협박 등 불법적으로 추심 행위를 하는 곳이 적지 않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연 이자율이 3000%가 넘어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가족이나 보증을 섰던 친구들에게까지 사실상 깡패인 해결사들이 찾아가 협박을 일삼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이들에게서 돈을 빌려 쓰는 이유는 다른 곳에서는 돈을 빌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신용정보회사(CB)들은 보통 고객의 신용을 10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은행 대출이 가능한 등급은 1~6등급 정도다.

최근에는 은행들이 위험관리 차원에서 4등급까지만 돈을 빌려준다.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사 등 제2금융권에서는 7등급과 8등급에게도 돈을 빌려주고 있다.

대부업체는 저축은행 등에서도 돈을 빌리지 못한 8등급 이하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저신용자들 입장에서는 돈을 빌릴 곳이 대부업체밖에 없기 때문에 높은 이자를 물고서도 돈을 빌리고 있다.

지난해 대부업체의 대부 잔액은 5조6065억원이고 거래자는 130만7000명에 달했다.

1인당 평균 대출금액은 430만원이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돈이 필요하면 가능한 한 제도권 금융사를 이용하고 부득이하게 대부업체를 이용하더라도 반드시 등록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미 대부업체에 빚이 있는 사람들은 신용회복기금에 전환대출(환승론)을 신청하면 이자를 연 20% 내외로 감면받을 수 있다고 금감원 측은 설명했다.

환승론은 신용등급이 7~10등급인 사람이 3000만원 이하(원금 기준)의 빚을 지고 있을 때 이용할 수 있다.

법정 이자율보다 높은 금리나 불법 추심 행위로 피해를 보고 있다면 금감원 사금융피해상담센터(02-3786-8655~9)나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

한국대부 소비자금융협회도 대부업 피해신고센터(02-3487-5800)를 운영하고 있다.

이태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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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람’ 위해서 이자율 제한해야 하나요?

[Cover Story] 대부업은 돈 빌리기 힘든 개인이 그나마 '비빌언덕'
대부업법에 따른 현행 법정 이자율 제한은 연 49%다.

이보다 높은 이자를 받으면 불법이다.

이자는 돈의 가격으로, 이를 규제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규제를 한다면 어느 정도 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쟁이 수시로 벌어진다.

대부분 경제학자들은 이자율 제한이 효과도 없고 부작용만 불러온다고 말한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의 딱한 처지라는 이유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이자율 제한에 찬성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이자율 상한선을 연 49%보다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제위기로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진 만큼 이자율을 낮춰야 서민경제가 돌아갈 수 있다는 논리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등은 지난해 이자율 상한선을 현재의 절반 수준인 연 25%로 낮추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자율 상한선을 낮추면 오히려 등록 대부업체들이 장사가 안 돼 무등록 대부업체로 돌아설 것이란 주장도 적지 않다.

일본은 1981년 이자율 상한선이 연 109.5%였으나 단계적으로 낮춰 현재는 연 29.1%다.

이 과정에서 많은 등록 대부업체들이 간판을 내리고 지하 경제로 숨어드는 부작용이 있었다.

그나마 일본 대부업체들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연 2%의 금융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대부업체들은 아직까지 회사채를 발행하는 곳이 없다.

대출에 사용할 돈을 대부분 저축은행,캐피털 등 다른 금융회사에서 빌려 쓴다.

이들이 돈을 빌릴 때 부담하는 이자는 대형 대부업체의 경우 연 12~15%,중소 대부업체는 연 24% 선이다.

대부업체 관계자는 "법에서 정하는 이자율 상한선이 낮아지면 중소업체 대부분은 수지를 맞출 수 없어 등록을 취소하고 음성화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자율 상한선을 법에 정하는 것 자체가 시장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가격을 규제하면 암시장이 생기고 암시장에서는 더 높은 가격이 형성되어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보게 된다는 논리이다.

2002년 대부업법에 이자율 상한선을 연 66%로 정할 당시에 재정경제부와 일부 경제학자들이 이런 이유로 제도 도입 자체를 반대했다.

이자율이 정부에 의해 결정되면 이를 맞추지 못하는 무등록업자들은 단속 행위에 발각될 가능성 때문에 이자율을 더 올리는 부작용이 생기게 된다.

지금도 무등록 대부업체들은 여전히 연 수백%에 달하는 고금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