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기자 코너] 버려진 고양이, 거리의 악동 됐어요… 뾰족한 대책 없을까?
생명이 약동하는 봄이 본격적으로 왔다.

고양이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그 때문인지 주택가를 활보하는 고양이가 겨울보다 부쩍 많아졌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길고양이들이 주민들에게 여러 불편을 준다는 점에 있다.

먹을 것이 부족해 음식물을 찾아 쓰레기 봉투를 뒤지며 주변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것은 이제 익숙한 광경이 되었다.

비단 주변 미관상의 문제뿐만 아니다.

봄부터 가을에 걸쳐 주기적으로 오는 발정기에 따라 암고양이들은 새벽까지 줄기차게 울어 댄다.

이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민원도 관공서에 끊이지 않고 들어오고 있다.

그렇다면 길고양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일각에서는 길고양이 박멸이 최선책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미 도시에 정착해 버린 수많은 고양이들을 전부 몰아 내기는 힘들다.

임신 기간 2개월에 한 번, 많게는 5마리 이상까지도 낳으므로 그 수를 줄이기 쉽지 않다.

일반적인 단순 제거 방법은 진공 효과(일부 지역의 고양이 수가 줄어들 경우 외부에서 감소분 이상의 고양이들이 유입되고 암고양이들의 출산율이 높아지는 현상)로 인해 오히려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뿐이다.

설령 다 없앤다고 해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제는 길고양이들이 도심 생태계의 일부로 정착되어 주택가의 쥐들을 잡아먹거나 하수구 밑으로 몰아 내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대부분의 주택가에서 쥐가 많이 줄었지만 길고양이들이 아니었으면 고양이 대신 쥐가 활보했을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전에 거주했던 동네에서도 길고양이들이 많아지기 전까지는 큰 쥐가 심심찮게 보였었다.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길고양이 문제를 섣불리 처리해서는 곤란하다.

지금까지도 길고양이 관련 민원이 들어오면 그 고양이들을 포획한 후 보호소로 보내 대부분 살처분하였다.

이와 같은 조치는 위에서 언급한 '진공 효과'를 유발하며,장기적으로는 번식을 통해 다시 새로운 길고양이들이 빈 자리를 채울 뿐이다.

또한 집단 안락사에는 동물 학대라는 윤리적인 문제까지 개입된다.

고양이들의 생태 및 습성과 연관되어 효과적으로 마릿수를 적정하게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반려동물 문화가 발달된 선진국에서도 검증된 'TNR(Trap-Neuter-Return · 포획 후 불임 수술을 통해 중성화한 뒤 포획 장소에 방사하는 것)'라는 방법이 있다.

이는 기존의 도심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중 · 장기적으로 마릿수 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TNR의 가장 큰 특징은 중성화라는 과정만으로 발정기 때의 소음 감소,개체 수 감소를 통해 먹이 부족 현상을 해소하는 데 있다.

중성화 시술을 받은 길고양이들은 이전보다 더 온순해지고 덜 공격적이게 되어 도시민들과 친근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TNR 과정에서 주의할 점도 있다.

고양이는 포획될 때 극도의 불안감을 느껴 경계 태세를 풀지 않는다.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수술 이후 보호기간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심지어 배변까지 중단한다고 한다.

이로 인해 길고양이는 지방간,영양실조,비뇨기계 질환을 겪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관련 협회에서는 "중성화 수술 이후 특별 보호 조치가 필요하지 않은 이상 되도록 이른 시간 내 원래 살던 곳에 방사해 주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TNR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전문 관리 인력을 통해 지속적인 실태 파악과 함께 마릿수 조절을 해야 한다.

전문 인력이 부족할 경우 길고양이 관련 모임의 회원들과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 중 자원봉사자를 모집할 필요도 있다.

주기적으로 먹이와 물을 주는 등의 사후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중성화된 길고양이가 영역을 이탈하여 진공 효과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TNR는 별 효과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사후 관리와 더불어 고양이 등록제의 시행도 검토할 만하다.

양심 없는 집고양이 주인들이 더 이상 키우지 못하게 된 자신의 고양이를 처리하는 합법적 방법으로 TNR를 이용할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

현재 서울시는 강남구와 용산구의 시범 운영을 거쳐 본격적으로 TNR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몇 주 전부터 부산시 동래구에서도 체계적인 고양이 중성화 사업이 시작되었다.

비슷한 시기,갑자기 늘어난 길고양이 때문에 골치를 앓았던 전라남도 여수시 거문도는 길고양이 TNR 계획을 결정하였다.

지자체 차원의 효율적인 대책 마련도 좋지만 무엇보다 시민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중성화되지 않은 길고양이를 발견하면 관할 기관의 TNR 부서에 신고하자.

서울시의 경우 중성화된 길고양이는 한 쪽 귀 끝이 작게 잘려 있다고 한다.

일단 TNR를 신청하면 해당 길고양이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중성화 수술을 받은 후 방사될 것이다.

TNR 과정에 관심을 갖고 포획 장소에 방사할 수 있게 부탁하면 더 좋겠다.

도움말 : 한국고양이보호협회 (http://cafe.daum.net/ttvarm)

이유승 생글기자(조선대 글로벌법학과 1년) milk140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