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美달러 세계 기축통화 역할 끝나나…
저우 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이 "새 기축통화로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역할을 확대하자"고 제안하면서 기축통화 논쟁이 부활하고 있다.

기축통화는 세계 무역거래에 통용되는 보편적 화폐이다.

과거엔 영국의 파운드화가 기축통화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달러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달러화는 전 세계 무역거래의 80% 이상,세계 각국 외환보유액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기축통화란 세계인들이 사용하는 통화를 말한다.

로마제국 시절에는 로마의 돈이 사용됐고 대영제국이 한창일 때는 영국의 파운드화가 기축통화였다.

과거 중국이 인근 국가들을 지배하던 시절엔 중국의 은화가 사실상의 기축통화였다.

기축통화가 되려면 세계적으로 원활히 유통될 수 있도록 유동성이 풍부하고, 믿고 사용할 수 있도록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그래서 해당 국가의 경제력뿐 아니라 정치력 군사력까지 반영된다.

발권력을 동원해 통화를 많이 찍어내 유동성을 높일 수 있으면서도 국가의 힘이 유지되고 다른 국가보다 강해야 통화 가치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나라들은 자국 통화가 기축통화로 되길 원한다.

기축통화 국가는 외환 위기에 직면할 위험이 없고 화폐발행수익(주조이익)을 누릴 수 있다.

화폐발행 수익이란 중앙은행이 발행한 화폐의 실질가치에서 발행비용을 뺀 차익을 말한다.

미국이 100억달러를 찍어내 이를 외국상품 수입에 쓸 경우 화폐인쇄 비용에 해당하는 푼돈으로 100억달러 가치의 실물 상품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를 시뇨리지 효과라 한다.

미국 달러화가 기축통화로서의 지위에 대해 도전을 받는 이유는 미국의 경제력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 적자 때문에 달러화를 마구 찍어내고 국채 발행을 늘리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적으로 달러화가 넘쳐 흐른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당분간 개선될 움직임이 보이지 않아 달러화 가치가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의구심이 들고 있다.

현재의 금융위기가 안정되고 나면 미국이 구제금융으로 풀어놓은 엄청난 규모의 달러화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달러화 가치는 더 하락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달러화의 기축통화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마땅한 대안도 아직은 없는 상황이다.

중국이 SDR의 역할 확대를 제안했지만 SDR가 그만한 기능을 할 수 있을 만큼 IMF가 막강한 힘과 조직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기금 규모가 충분치 않다는 시각도 많다.

유로화나 엔화 또는 위안화가 기축통화로 되기에는 이들 나라가 미국에 비해서는 영향력이 아직은 약하다.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