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흑백 브라운관에서 LCD까지…TV 기술의 ‘화려한 진보’
TV는 기술의 집약이면서 동시에 예술품이다.

우리를 아름다운 색채의 향연 속으로 안내한다.

TV의 역사가 어떠한지 살펴보기로 하자.

⊙ VD-191을 아시나요?

VD-191은 우리나라 최초의 흑백 TV다.

1966년에 금성사(현 LG전자)가 만들어낸 이 제품은 당시에 쌀 27가마를 살 수 있는 무려 6만원대의 비싼 가격이었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공개추첨을 해서 사갈 사람을 정했을 정도였다.

당시만 해도 우리 기업들은 독자적으로 TV를 만들 수 없어 외국 제품을 들여와 베껴야 했다.

최근 세계 TV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모습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기업들은 맨손으로 TV 사업에 뛰어들었던 셈이다.

삼성전자가 흑백TV를 만든 것은 1972년의 일이었다.

TV 전원을 켜도 20초 정도 예열해야 화면에 불이 들어올 정도였다.

이 때 만들어진 TV는 모두 브라운관 TV였다.

일명 '배불뚝이' TV인 브라운관 TV는 앞으로 화면이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는 형태 때문에 이 같은 별명이 붙었다.

⊙ '컬러'의 시대

컬러 TV는 1980년대 들어 비로소 시작됐다.

기업들은 컬러 TV를 만들어 수출도 했지만 컬러 TV를 볼 수 없는 서민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컬러 TV는 몇 년 동안이나 시판조차 되지 못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컬러 TV 보급과 함께 급성장했다.

컬러 TV 시대가 시작되면서 가전업체들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좀 더 선명하고 좀 더 커다란 화면을 가진 TV를 내놓는 것이 경쟁의 핵심이 됐다.

화면의 비율이 바뀌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초기 브라운관 TV는 1 대 1의 구조였지만 사람의 눈이 '편안하다'고 느낄 수 있는 가로 세로 비율이 4 대 3이라는 연구가 나오면서 TV업체들은 가로 4, 세로 3의 비율로 TV를 제작했다.
[Cover Story] 흑백 브라운관에서 LCD까지…TV 기술의 ‘화려한 진보’
⊙ LCD의 등장, 눈부신 기술의 진화

전기를 쏴주면 빛을 발하는 액정크리스털 디스플레이((Liquid Crystal Display)는 TV에 날개를 달아줬다.

공간을 덜 차지하는 얇은 TV의 출현이 가능해졌기 때문이었다.

1971년 미국의 한 회사가 세계 최초의 LCD를 만들어 낸 뒤 LCD는 기존 제품보다 선명한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2000년대 초부터 TV에 적용되기 시작한다.

LCD의 등장으로 TV는 전자업체들의 기술집합체가 됐다.

LCD가 뭔지 모르면 바보라고 불릴 정도로 TV업계에서 LCD는 획기적인 신기술로 통했다.

얇은 유리판 사이에 액정크리스털을 주입하고 뒤에서 빛과 전기신호를 보내주면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구조로 LCD TV가 개발되자 TV업체들은 화질과 크기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리면서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업체들은 표준화질(30만 화소)→HD급(고화질,100만 화소)→풀HD급(초고화질,200만 화소) 제품을 연이어 쏟아냈다.

이런 기술발전으로 TV에 등장하는 인물의 땀구멍이 보일 정도로 화질은 선명해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TV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한 것도 LCD의 힘이 컸다.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LCD를 받아다가 TV를 만드는 LG전자와 자체적으로 LCD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독자적인 LCD 기술을 기반으로 일본의 경쟁업체인 소니와 샤프를 압도하며 시장을 이끌기 시작했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LCD TV는 브라운관 TV보다 얇고 선명하다는 장점을 내세워 올해는 세계 TV 시장의 58.4%를 차지할 전망이다.

반면 LCD와 경쟁구도에 놓여있던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TV는 7.1%, 브라운관 TV는 34.4%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 TV야? PC야?

'리모컨 버튼을 눌러 최신 영화를 내려받아 보고, 드라마를 보다 오늘의 증권 정보를 검색해 보고….'

LCD 기술이 TV 발전에 날개가 되었다면 반도체 기술은 TV에 '뇌'를 달아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LCD TV에 인터넷 선을 연결해 TV로도 인터넷 검색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콘텐츠 TV'를 내놨다.

TV 내부에 반도체 칩을 내장해 TV와 PC의 경계선을 없애버린 것이었다.

콘텐츠 TV의 등장은 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방송사가 일방적으로 쏘아주는 프로그램을 앉아서 '보기만'하는 TV를, 날씨나 주가정보 등 직접 원하는 정보를 선택해 '즐길 수 있는' TV로 격상시켰기 때문이었다.

세계 LCD TV 시장 점유율 1위(20%)인 삼성전자가 이 같은 TV를 내놓자 경쟁업체들도 올초 인터넷이 가능한 TV들을 속속 출시했다.

인터넷을 TV로 옮겨오면서 TV업체들에는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해야 된다는 새로운 숙제가 생겼다.

삼성전자는 야후가 보내주는 동영상과 전자상거래, 스포츠 정보를 TV화면에 아이콘 형태(위젯)로 묶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한편 독자적으로 미국 영화사 등과 제휴해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올초 내놓은 '브로드밴드 TV'를 통해 야후의 정보 외에도 미국 온라인 DVD 대여 업체인 넷플릭스와 손잡고 영화를 TV로 다운받아 볼 수 있도록 했다.

도시바의 아키오 오자카 미국법인 사장은 "앞으로 TV는 우리 삶에 더욱 깊숙이 관여해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주는 새로운 기기로 변신할 것"이라며 새로운 TV 시대를 예고했다.

김현예 한국경제신문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