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문학 속엔 ‘경제가 녹아있다’
예술은 그 시대의 경제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다.

시인과 소설가 화가 음악가들은 번뜩이는 영감으로 시대 상황을 자신의 작품에 녹여 넣는다.

역사학자들은 그래서 과거는 자신들이 설명하지만 현재와 미래를 설명하는 이는 예술가들이라고 극찬하기도 한다.

역사에서 위기의 시대이거나 역사 의식을 필요로 할 때 이러한 경향은 더욱 뚜렷하다.

경제는 언제나 문학의 좋은 소재였고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그 자체로 문학의 주제이기도 했다.

한국의 경우 암울했던 일제시대에 쏟아져 나온 주옥 같은 국내 단편 문학에는 많은 경제 이야기가 스며들어 있다.

염상섭의 '표본실의 청개구리'와 '만세전' '삼대', 채만식의 '탁류',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등이 경제를 모티브로 한 대표적 작품이다.

대공황과 식민지라는 이중의 고통이 이들의 작품 속에 온전히 녹아 있다.

미국도 1920~1930년대 경제 공황기 즈음해서 많은 작품이 나왔다.

피츠 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비롯해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 등이 이때 작품이다.

문학은 때로 작가의 경제적인 이상이나 주장을 담아내는 데 좋은 도구이기도 했다.

프랭크 바움의 '오즈의 마법사'는 소농과 근로자 계층을 위해 당시 미국의 금본위제 통화 제도를 은본위제로 바꾸자고 역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은 당시 조선의 반상업주의적 봉건경제 체제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것을 주제로 하고 있다.

소설이 사회를 반영하고 작가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이라면 삶의 조건을 규정하는 경제야말로 작가들의 주요 소재가 될 수밖에 없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인 '베니스의 상인'은 유대인 고리대금 업자를 다루고 있지만 상업자본이 점차 금융자본화해 가는 당시의 시대상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더욱 심도 있는 작품 읽기가 될 것이다.

문학가들이 경제학자가 아닌 만큼 때로는 경제 현실에 대한 잘못된 관점을 드러내거나 얄팍한 지식으로 섣부른 주장을 내놓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마저도 시대상을 드러낸다고 본다면 문학작품을 읽는 또 다른 방법의 하나는 작품의 배경인 시대를 알고 그것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는 것도 분명 포함된다.

아예 경제학자들이 경제학 이론을 소재로 소설을 쓴 경우도 있다.

경제학자 브라이트와 엘징거는 마셜 제본스라는 필명으로 '수요공급 살인사건'이라는 추리소설을 발표했다.

이 소설은 합리성이란 전제 아래 소비행위를 설명하면서 문제를 해결한다.

워싱턴대 교수인 러셀 로버츠가 쓴 '보이지 않는 마음'도 시장이 가진 미덕을 소개하는 작품이며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불리고 있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소설화한 조너선 와이트의 '애덤 스미스 구하기'도 경제원리를 쉽게 설명한 소설이다.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경제를 배우는 참맛을 느껴보자.

그리고 시대마다 특정한 경제적 조건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이해하자.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