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잘사는 나라 만드는 건 자원이 아니라 사람이다
2차 세계대전후 독일과 일본은 대부분의 도시와 산업이 파괴되었다.

그러나 두 나라는 30여년만에 산업을 완전히 다시 일으켰을 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선도자가 됐다.

두 나라의 이런 '경제 기적'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가?

오늘날 우리는 교통수단과 컴퓨터,인터넷 등의 혁명적인 기술로 수십 년 전에 비해 삶의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이러한 변화는 대개 과학 진보 때문이지만 과학 발견 그 자체만으로는 삶의 방식이 개선되지 않는다.

과학 지식이 상업적으로 적용될 때 생활 수준 향상으로 이어진다.

즉 국민의 생활수준은 과학과 기술의 진보에 의해서가 아니라 과학과 기술을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경제 시스템에 의해 향상된다.

이렇게 해서 나타나는 결과를 우리는 생산성 향상 또는 '경제 성장'이라고 부른다.

과거 경제성장은 그 나라가 보유한 천연자원과 물적자본에 의해 좌우되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생산성은 기업가 정신이 발휘될 수 있는 법적 · 사회적 제도,그리고 근로자의 교육 정도와 기술로 설명되는 인적 자본이 중요한 요인으로 해석되고 있다.

문제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 천연자원은 경제성장에 장애물?

토지,에너지,원료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면 근로자들의 생산성은 증가한다.

국토가 좁고 토양이 열악한 나라에서 많은 곡식을 생산할 수 없는 이치이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천연자원이 중요했다.

하지만 제조업이 발달한 산업사회에서는 다르다.

특히 토지를 제외한 석유,금속 등은 해외 수입으로 충족할 수 있어 경제 성장에 미치는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는 한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천연자원을 많이 보유하지 못한 국가의 눈부신 경제 성장에서 읽을 수 있다.

오히려 풍부한 천연자원은 '자원의 저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산업 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천연자원이 부족하다고 결코 이를 탓할 일이 아닌 것이다.

⊙ 정치적 · 법적 환경이 '경제 강국' 원동력

정부는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고 시장이 요구하는 제품을 제공하는 등 경제적 활동을 장려하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경제적 활동을 장려하는 제도로 가장 중요한 것은 재산권의 명확한 확립이다.

이는 영국의 경제 발전에서 알 수 있다.

산업혁명이 일어날 당시 마그나카르타(1215년) 는 개인의 생명과 자유, 그리고 재산에 대한 기본권을 명시함으로써 영국 시장경제의 법적 초석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뉴욕주립대 윤봉준 교수는 그의 저서 '선진3국 부강기'에서 "누가 어떤 자원을 소유하고 이런 자원들이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가를 분명한 규칙으로 정함으로써 과학 기술과 상업의 발전이 촉진될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정치 환경은 새로운 기술 개발을 촉진시켜 생산성의 증가를 가져온다.

윤 교수는 영국이 100년 전에 산업혁명을 일으켜 선진 강국으로 앞서 나갈 수 있었던 요인으로 바로 이런 정치적 · 법적 환경을 꼽는다.

⊙ 부(富)를 창출하는 기업가 정신

기업가는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도입하는 새로운 생산물과 서비스,생산 방법은 역동적이고 건강한 경제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미국의 헨리 포드와 빌 게이츠 등은 미국인들의 삶의 수준을 오늘날 처럼 끌어 올린 위대한 발명가이자 기업가이다.

기업가들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며 그들의 도전과 에너지는 경제를 생산적인 방법으로 진행시켜 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벤 버냉키는 "사업과 상업이 천시되는 사회는 성공적인 기업가를 배출해 낼 수 없으며 따라서 경제 성장과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수 없다"고 그의 책 「경제학」에서 강조한다.

⊙ 인적자본이 잘사는 나라 만든다

경제 성장은 인적자본에 의해서도 좌우된다.

재능이 있고 교육 훈련을 잘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생산성이 높다.

예를 들어 워드프로세싱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보다 같은 시간내에 더 많은 글자를 칠 수 있는 것과 같다.

독일과 일본이 2차 세계대전의 폐허를 딛고 재기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인적자본이라고 경제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종전후 독일은 많은 과학자들과 공학자들, 그리고 숙련된 산업 노동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서독은 2만명의 기술자와 공학기사를 포함하여 동독과 소련이 지배하던 나머지 유럽에서 들어온 숙련된 근로자들로부터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1949년에 시작된 이런 인적 자본의 집중은 독일 제조업부문의 생산성 제고에 크게 기여했다.

1960년까지 서독은 품질이 좋은 제품을 수출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독일 국민들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생활 수준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일본의 경제 성장 역시 숙련되고 교육받은 노동 인력 덕분이다.

2차 세계대전이후 일본을 점령한 미군은 일본의 학교 시스템을 재구성하고 모든 일본인들에게 현대 교육을 받도록 장려했다.

일본은 독일보다 직무훈련을 더 강조했다.

근로자들이 회사에 오랫동안 머물러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일본 기업은 근로자 훈련에 많은 투자를 했다.

이런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로 일본 제조업의 평균 노동생산성이 꾸준히 증가했다.

오늘날 일본 제조업의 경쟁력은 전후 근로자 교육에 영향받은 바 크다.

장은솔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인턴(한국외대 4년) energizer3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