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자원이 없는 것이 축복이다?
우리는 흔히 '기름 한방울 안 나오는 나라'라는 말로 한국이 처한 경제적 어려움을 아쉬워 한다.

멀리 지평선이 보이는 그런 넓은 땅도 없고 석유와 가스 같은 천연자원도 없는,오로지 부지런히 일하는 것밖에는 별로 기댈 곳이 없는 나라가 한국이다.

마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거의 없는 두 주먹 불끈 쥔 젊은 청년과 같은 처지다.

우리가 매일 부모님 선생님으로부터 귀가 따갑도록 '공부해라. 실력을 닦아라. 나중에 뭘해서 살아갈 거냐'는 채근을 받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가진 것이 없어 믿을 것이라고는 우리 자신의 실력밖에 없다.

경제개발을 시작하기 전인 1960년대 초만 해도 "왜 우리는 가진 것이 이다지도 없냐"고 한탄했던 경제학자들도 많았다.

그래서 동해에서 석유라도 펑펑 쏟아져주면 얼마나 좋을까, 황해에서 큰 가스전이라도 터져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원망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한국에서 석유가 펑펑 쏟아지면 우리는 금세 선진국이 되는 것일까.

놀랍게도 지구의 허다한 나라 중에 자원이 많은 나라 치고 잘사는 나라가 거의 없다.

땅이 넓은 중국 인도 아르헨티나도, 석유가 펑펑 쏟아지는 베네수엘라 브라질도 우리보다 잘살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자연 자원이 없는 영국 일본 싱가포르와 홍콩, 한국 등이 세계에서 경제개발을 일구어낸 잘사는 나라들이다.

왜 그럴까.

곰곰이 들여다보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명의 산물들은 자연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다.

모두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다.

과학의 발전이, 산업의 발전이 일구어낸 것이다.

좋은 집, 빠르고 안전한 자동차, 디자인이 멋진 옷, 날렵한 전자제품, 성능 좋은 컴퓨터….

이 모든 것들은 과학기술의 결과물들이다.

심지어 농업조차 땅의 넓이가 아니라 과학기술의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말하자면 과학기술을 문명의 도구로 만들어낼 수 있는 자유로운 사회제도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원동력인 셈이다.

물론 초강대국들은 천연자원이 풍부하지만 자원이 많은 대부분의 나라는 전근대적 독재국가이거나 빈부격차가 심하고, 중산층이 거의 형성되지 않았으며, 국민들 대부분이 무지한 그런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자원이 없는 나라들은 자원 수출 대금의 국내 유입으로 외환시장에서 자국 통화의 가치가 상승해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또 자원 수출 대금의 분배 문제를 놓고 정치적 갈등을 겪는 경우도 많다.

네덜란드는 북해에서 유전을 개발한 이후 제조업 수출이 위축받는 등 후유증을 크게 앓았다.

그래서 자원 부자 나라의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는 현상을 두고 '자원의 저주'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자원이 없는 것이 축복"이라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우리 삶의 수준은 어떤 요인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일까.

박주병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b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