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의지만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의도하지 않은 나쁜 결과가 나타날 개연성이 더욱 크다.

사례는 무수히 많다.

이솝 우화의 ‘주인을 죽인 곰’ 이야기가 그런 경우다.

어리석은 곰은 주인의 얼굴에 붙어 있는 파리를 잡기 위해 앞발을 세게 내리쳐 결국은 주인을 죽게 만들고 만다.

선한 의지와 가득한 사랑만으로는 절대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없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우화다.

⊙ 동물 보호의 역설

[Cover Story] 선한 의지가 악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동물 보호를 위한 정책이 오히려 동물을 멸종 위기로 모는 다음의 사례만 해도 그렇다.

러시아는 멸종 위기에 처한 북극곰을 보호하기 위해 1956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북극곰 사냥을 금지했다.

그러나 사냥 금지 조치는 오히려 시장에서 북극곰 가죽 가격을 치솟게 만들어 밀렵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러시아는 부분적으로 사냥을 허용하는 사냥쿼터제를 도입하게 되었다.

그 결과 시장에 북극곰의 가죽과 고기의 공급이 늘어 북극곰의 가격이 하락하고 밀렵 유인 효과도 줄어들었다.

무조건 사냥을 금지하기보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한 정책이 곰을 보호하는 효과를 얻었던 것이다.

남아프리카의 검정코뿔소는 시장 원리를 적용한 정책 덕분에 멸종 위기에서 벗어났다.

검정코뿔소의 뿔을 얻으려는 수렵꾼들로 인해 아프리카 남부지역에서 검정코뿔소가 멸종 위기에 처하자 당국은 공동 소유로 하고 있던 검정코뿔소를 민간에게 팔아 사유화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검정코뿔소 소유주들은 검정코뿔소를 사육하면서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뿔만 잘라 팔았다.

⊙ 거꾸로 가는 임대료

동물보호 정책뿐만 아니다.

작은 가게를 얻어 영업을 하는 생계형 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임대차 보호법을 개정했더니 임대료가 껑충 뛰어버린 이야기나 이번에는 임대료를 규제했더니 도시 전체가 슬럼으로 변해버린 결과들은 선한 의지가 나쁜 결과를 만든 대표적인 사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도 그런 경우다.

가난한 사람도 집을 살 수 있도록 대출기준을 완화한 것이 처음에는 서민들의 환영을 받았지만 지금은 모두 길거리에 나앉게 되고 말았다.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어 보겠다는 시도들은 끓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해관계가 얽히고 복한한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시도들이 없어질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떠한 시도라도 시장에 영향을 미치므로 합리적인 방안을 찾는 데 힘써야 한다.

자칫 흑백 논리를 적용해 행위를 완전 금지할 경우 역작용은 심각하게 나타난다.

⊙ 살충제 DDT의 부활

살충제로 사용되고 있는 DDT(유기염소화합물 살충제)는 대표적인 환경파괴 화학약품으로 분류되면서 한때 아프리카에서 사용이 금지된 적이 있다.

토질을 오염시키고 벌레를 죽이고 벌레를 잡아먹는 새를 죽이고 봄이 와도 새가 울지 않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죽일 것이라는 레이첼 카슨의 책 '침묵의 봄'이 발간되면서 DDT는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인식되면서 생산과 사용이 전면 금지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엉뚱한 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났다.

말라리아 모기가 크게 번식하여 말라리아 환자의 수가 연간 5000명에서 12만명으로 크게 늘어났고 이 병에 걸려 죽는 사람이 전쟁에서 죽는 사람보다 많아질 정도에 이르렀다.

결국 남아프리카 국가들은 1990년대 중반 DDT를 다시 사용하게 되었다.

이런 사례도 무수하게 많다.

⊙ 북한의 산에는 왜 나무가 없나

북한의 환경파괴도 그렇다.

북한의 산에는 나무가 없다.

환경적 재앙 상태가 된 것이다.

왜 그럴까.

정답은 의외로 북한 제조업의 죽음에 있다.

제조업이 죽으면 굴뚝에서 오염물질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환경이 좋아져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북한의 제조업이 망하면서 농업에 필요한 비료와 자재 공장도 문을 닫았다.

그 결과 농업 생산성이 낮아지자 북한 정부는 농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농지를 확대해 결국 농지는 산으로 올라갔다는 것이다.

⊙ 우유를 못 먹게 된 아이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프랑스 혁명 열정이 흘러넘쳤던 시기의 일화다.

로베스피에르 정부는 어린아이들이 좋은 우유를 많이 마실 수 있도록 우유값을 절반으로 깎아버렸다.

그랬더니 우유 생산업자들은 사료 값도 안 나오는 우유를 더 이상 생산하지 않게 되었다.

이에 정부는 다시 사료 값을 절반으로 깎아버렸다.

자~. 어떻게 되었을까?

이제 사료도 생산되지 않게 되었다.

결국 프랑스 어린이들은 이 정책이 폐기될 때까지 우유를 마실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생글생글 독자 여러분!

우리는 혹시 어리석은 곰이 아닌지, 그리고 로베스피에르가 아닌지 생각해보세요.

경제를 알지 못하면 결코 세상을 구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아셨는지.

혹시 여러분 중에 세상에는 문제가 많아서 확 뜯어고쳐야 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더욱 열심히 경제공부를 해야 합니다.

선한 의지만으로 세상이 좋아지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기억하시도록.

바로 이것이 생글생글을 발행하는 이유라는 점도….

최성문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인턴(한국외대 4년) sunny22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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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국어·영어 교과서에도 경제 지문을"

2006년 우리나라 출산율은 1.1명으로 OECD 주요 국가 중 최저였다.

여기에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9.5%로 급증하는 등 노인인구는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사회 고령화 현상은 젊은층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노인들에게는 노후 준비를 요구하게 된다.

특히 금융기법의 발전으로 체계적인 경제교육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제교육은 참담한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교육은 전체 수업시간수의 1%에도 못 미친다.

정규 교육과정에서 경제교육을 담당하는 사회과목에는 법과 사회,정치,경제,사회 · 문화 등 네 가지 영역이 혼재돼 있으며 영역별 이해관계가 첨예해 조정하기가 쉽지 않다.

경제를 더 가르치려면 다른 영역을 축소하거나 전체 사회과 시수를 확대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교육의 비중을 늘리기 위해서는 '교과 간 연계'가 필요하다.

즉 국어 논술교육을 경제적 주제로 진행한다든지,영어에서 국제조약 시사경제 등에 관한 문장을 다루는 방식이다.

수학에서는 금융교육을,기술 · 가정에서는 소비자의 권리 · 의무와 직업에 대해,윤리 과목에서는 직업윤리,노동의 가치,기업가 정신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교과 간 연계'는 이를 뒷받침할 콘텐츠가 전제되어야 한다.

경제에 대한 전문 지식도 없고 애정도 느끼지 않는 다른 과목 교사들이 따로 시간을 들여 경제교육을 위해 자료를 개발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경제학자 · 경제교육 관련 연구원 등 전문가 집단이 해당 교과의 교육목표를 충족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제시하고,교사 또는 교과서 집필자들이 이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경제교육을 경제담당 교원뿐 아니라 경제교육과 연계 가능한 범교과로 대폭 확대하여 단계별 경제학습이 가능하도록 경제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이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연수 교원에게는 교원평가에 반영하는 등 인센티브도 확대해야 한다.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을 경제교육의 사각지대로 내몰기보다는 내실 있는 경제교육을 실현해 합리적 경제인을 육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윤철환 KDI 경제교육協 사무국 총괄팀장 chulwha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