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끼리 주고받는 돈을 집주인이 보상해야하나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 참사의 뿌리는 철거민 보상비를 둘러싼 대립에서 찾을 수 있다.

용산 상가 주인들은 보증금은 물론 법에서 정한 이주대책비까지 다 지급했으니 가게를 비워달라고 요구하는 반면 세입자들은 권리금과 시설비까지 보상해 달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폭력 시위가 발생한 것이다.

이번 참사는 우리 사회의 오랜 관행이었던 상가 권리금 문제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있다.
[Cover Story] 권리금…상인의 땀과 노력이 쌓아올린 가치
⊙ 권리금은 상인의 가치

그런데 이 가게 주인이 어떤 이유에서건 가게를 다른 상인에게 넘기는 경우라면 어떨까.

또는 다른 상인이 자신이 이 가게를 인수해서 더 잘할 수있다고 생각하고 기존 가게 상인에게 '내게 가게를 넘기라'고 요청하는 경우라면 어떨까.

그냥 빈손으로 넘길 수는 없다.

인테리어를 예쁘게 설치한 돈도 보상받고 싶고 단골 고객을 확보해 놓은데 대한 무형의 가치도 돈으로 계산해서 받고 싶어진다.

새로 장사를 하겠다는 사람 또한 기존 가게 주인에게 그동안 열심히 해서 가게의 가치를 올려놓은데 대한 대가로 일정한 돈을 흔쾌히 지불하게 된다.

바로 이것이 권리금이다.

기존 상인 입장에서도 권리금은 무척 좋은 제도다.

나이가 들어 이제는 가게를 할 수 없다든가 혹은 다른 곳으로 점포를 늘려가고 싶은 경우라면 권리금을 받고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 있으니 권리금이야말로 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결국 가게의 종합적인 가치는 상가 주인이 챙기는 보증금과 임대료 그리고 기존의 상인이 챙길 수 있는 권리금의 합으로 결정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상가 임대시장은 이 세가지 가치의 적절한 균형을 잘 유지해왔다.

⊙ 권리금의 장점

상가를 임대해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계약기간이 2년인 데도 불구하고 비싼 인테리어를 하고 장기적 안목에서 경영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도 바로 이 권리금이다.

자신은 가게를 빌리는 임대차 계약이 끝나 물러가더라도 다음 상인에게서 일정한 권리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경영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언제부터 권리금이라는 것이 생겼는 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6 · 25 전쟁 후 도시 시설이 파괴된 후 남아있는 시설에 대해 자릿값을 받던 데서 유래했다는 견해도 있지만,1970년대 이후 도시화 과정에서 상가 수요를 공급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희소성 때문에 자연발생적으로 생겼다는 설도 있다.

⊙ 약점도 있다

권리금은 인테리어 주방설비 같은 유형적 요소뿐만 아니라 상권 · 단골고객 · 신용 같은 무형적인 요소까지 반영해 책정되기 때문에 이를 객관적 기준으로 산정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다만 가게를 사고파는 시장에서 그때그때 결정된다.

비싼 권리금을 주고 가게를 인수했지만 장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경기가 지금처럼 나빠지게 되면 권리금은 크게 떨어진다.

아예 권리금이 사라져 버린 가게도 요즘은 비일비재하다.

⊙ 가게가 헐리게 되면 권리금은…

이런 권리금이 재개발지역에선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다.

건물이 철거되는 만큼 기존 상인이 권리금을 받아 낼 다음 세입자가 없다.

집 주인은 자신이 받지도 않은 권리금을 이제는 더 장사를 할 수 없게 된 상인에게 주어야할 하등의 책임이 없다.

권리금은 상인들 간에 주고받는 것이어서 건물 주인은 관계가 없다.

바로 여기에서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상인이 생기게 된다.

자신은 비싼 권리금을 주고 가게를 인수했는데 재개발 때문에 가게가 헐린다면 권리금은 바로 제로가 되고 만다.

바로 이런 문제 때문에 대부분 가게 주인들은 임대차 계약을 할 때 권리금을 아예 인정하지 않는다거나 권리금이 형성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높은 보증금과 임대료를 요구하기도 한다.

용산참사 이후 일부에서는 상인들에게 권리금을 보상해주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지만 자칫 심각한 부작용만 낳을 수도 있다.

⊙ 다른 나라의 권리금제도

일부 외국에도 우리나라의 권리금과 비슷하게 무형의 이익에 대해 영업소유권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한다고 한다.

하지만 역시 법적인 인정이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특정 장소를 사용하는 이익의 대가를 권리금이라고 하지만 영업권 · 영업의 경험 · 단골손님 등 장소적 이익 이외의 영업상의 이익에 대한 대가는 권리금에 포함하지 않는다.

영국에서도 단골손님이나 투자된 시설에 대한 가치를 고려한 금액을 임차료와 별도로 지불하고 있다.

프랑스 역시 영업용 건물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임대료 이외의 권리금을 임차인에게 요구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상가 건물은 임차기간을 10~30년간 장기적으로 보장한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장은솔 한경경제교육연구소인턴(한국외대 4년) energizer3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