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연구의 중요 도구…역사적 사실도 있어
[Cover Story] “역사는 이야기다”…설화는 사실이 아니어도 가치가 있다
반면 성덕대왕 신종인 '에밀레종 설화'의 경우 당시 왕실의 권력투쟁을 이야기에 반영한 대표적 상징적 설화로 해석되고 있다.

종(鐘)을 만드는 데 실패를 거듭한 장인이 살아있는 어린아이를 용광로에 넣음으로써 마침내 완성시켰다는 이 종은 종이 울릴 때마다 '에밀레'라는 소리를 내기 때문에 에밀레종으로 불리게 됐다.

현대의 역사학자들은 무열왕계를 멸하고 한반도를 통일한 신라 문무왕이 이제는 무치가 아니라 예악을 중심으로 하는 문치를 펴겠다는 의지를 이 에밀레 종이 표현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또한 성덕대왕 신종의 명문과 삼국사기 및 삼국유사 기록을 근거로 뜨거운 용광로에 던져진 어린아이는 결국 중대 신라기 권력다툼에서 어린 나이에 희생된 혜공왕이며, 아이를 제물로 바친 어미는 당시의 만월부인과 김옹이 한패를 이룬 외적 세력을 비난하는 정치고발의 문학적 형상화라는 것이다.

따라서 에밀레종 설화는 역사적 사실이라기보다는 정치적 필요성과 요구에 의해 치밀하게 기획된 작품이라는 견해가 많다.

'서동요'와 같이 아직까지도 그 역사적 진실에 관해 수많은 논쟁을 낳고 있는 설화도 많다.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이 지은 '대화' 중 '티미이오스와 그리티아스'에 나오는 낙원 아틀란티스가 바로 그 가운데 하나이다.

아틀란티스는 일종의 낙원으로 아름답고 신비한 과일이 나며 땅 속에는 온갖 귀금속이 풍부하게 묻혀 있는 매우 부강한 나라였다.

하지만 아틀란티스 사람들이 점점 탐욕스러워지고 부패해지자 신이 노여워해 재앙을 내렸는데,그 재앙으로 대지진과 홍수가 일어나 하룻밤 만에 아틀란티스 섬은 영원히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는 설화이다.

약 100여년 전까지만 해도 단지 신화적인 존재로 간주되어왔던 아틀란티스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트로이와 미케네의 에게문명이 발굴되면서부터다.

많은 학자들에 의해 대서양,북미 대륙,실리 섬 등 다양한 지역이 아틀란티스라고 간주되고 있으나 기원전 1470년께 화산 폭발로 인해 갑자기 지구상에서 사라진 크레타섬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설화는 역사 연구의 중요 수단이다

설화 내용이 역사적 사실이건 그렇지 않건 신화와 설화가 빠진 역사는 무미건조하고 왠지 아쉽게만 느껴진다.

특히 고대사의 경우는 신화와 설화의 주인공을 빼버리면 그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을 만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최근에는 드라마나 책을 통해 보다 가깝게 신화 속의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설화는 그것이 갖는 풍부한 이야기성으로 인해 한 시대뿐 아니라 여러 시대에 걸쳐 다양한 계층에 의해 다양한 모습으로 전해진다.

설화는 그 자체로는 역사가 아니지만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 생동감있게 그려져 있기 때문에 역사를 해석하는 데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의미를 지닌다.

다양하고 풍부한 설화를 갖는 그만큼 우리 인생도 역사도 깊어지고 농익어 간다.

그것은 오늘의 자양분이기도 하고 문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

장은솔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인턴(한국외대 4년) energizer3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