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아시아 민주주의 왜 뿌리 못 내리나
세계적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후진적 민주주의 실태를 특집 기사로 실어 주목받고 있다.

타임은 아시아지역 민주주의 상황을 진단하는 아시아판 특집 기사(12일자)에서 "지난 10년 동안 아시아지역에서 20여개 국가가 선거를 치르고 대부분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뤘으나 2008년 한 해 동안 많은 아시아인들이 민주정치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타임은 한국 국회의 폭력사태 사진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고 있는 사진을 함께 실으면서 한국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뤘다.

한국에는 민주적 정권교체로 삶이 나아진 것이 없다고 믿는 국민이 그렇지 않다는 국민보다 많다고 지적하면서 과거 독재자에 대한 향수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한국과 태국은 지난 2년 동안 국민의 인기가 높은 지도자를 선출했으나 거리는 시위대로 뒤덮였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 아시아 국민들이 민주주의의 이상을 지지하고 있지만 통치자에 대한 의존도는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타임이 지적한 대로 아시아 국가들은 서구에 비해 역사가 짧아 민주주의가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 일본을 제외한 동남아시아 대부분 국가들은 프리덤하우스의 자유도 분류에서 부분 자유 또는 비자유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필리핀은 1986년 시민혁명으로 독재자 마르코스 대통령을 몰아냈으나 이후 정권 독점이 장기화되고 있어 국민들이 회의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

태국 인도네시아도 거의 매년 시위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민주주의란 사회 구성원들이 정책 결정에 차별없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자유와 기회가 주어지는 정치체제라고 말할 수 있다.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동등한 참여 기회가 주어지므로 평등과 자유를 중시하고 다양성이 존중된다.

타임은 아시아 민주주의가 신음하고 있는 원인으로 유교주의 문화 등 네 가지를 들었다.

근대 시민사회의 중심인 개인주의를 기초로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서구와 달리 아시아 국가들은 가족 공동체를 중시하는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서구 민주주의가 정착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 과거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적 절차를 마련했으나 아직까지 독재정권에 항거하던 시위 방식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타임은 민주주의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시민의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의식이 형성되려면 무엇보다 중산층이 두터워져야 하고 중산층 형성에는 경제 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

필리핀 태국 같은 나라들이 시민혁명으로 정권을 교체했음에도 민주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밑바탕에는 저개발국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박주병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b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