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인간은 끊임없이 진화한다”…창조론 뒤엎은 다윈의 진화론
1835년 9월 영국 항해조사선 비글호에 탑승하고 있던 다윈은 약 한 달간 남미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군도에 머물면서 탐험했다.

이때 다윈은 '갈라파고스 핀치(finch)'라는 새가 여러 서식지와 먹이에 따라 부리 모양이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땅 속 깊숙이 박혀 있는 씨앗을 먹는 핀치의 부리는 길고 뾰족한 반면,단단한 땅에 큰 씨앗이 많은 곳의 핀치는 뭉뚝한 부리를 갖고 있었다.

다윈이 바로 여기에서 '하나의 종이었던 핀치가 자연환경에 적응하면서 여러 종으로 분화했을 가능성'을 바탕으로 진화론의 결정적 단초를 확보한 것으로 후대 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다윈은 이후 23년 동안 각종 자료 수집과 실험을 통해 진화에 대한 근거 자료를 만들어 '종의 기원'을 썼다.

그는 이 책에서 특정한 종(種 · spicies)이 초기의 단순한 상태로부터 다양한 변종으로 발전해 가는 과정을 자연 선택이란 이론을 통해 설명한다.

변이는 그것이 아무리 하찮더라도,또 어떠한 이유에서 일어났건간에 개체들간에 혹은 외부 환경과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생존에 이득이 될 경우 보존되는 경향이 있고 이는 자손에게 물려진다고 밝혔다.

또한 그렇게 태어난 후손은 생존 경쟁에서 가장 좋은 종족으로 살아남게 되며 적자생존의 원리에 따라 생존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다윈은 이러한 자연적인 선택(Natural selection)과 적자생존(適者生存)의 원리를 진화론의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보았다.

⊙ 진화론 vs 창조론

다윈에게는 반대해야 할 논리,즉 각각의 종이 개별적 기원을 가지며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는 창조론이 있었다.

신이 다양한 생물을 처음부터 그 모습 그대로 창조했다는 믿음이었다.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다윈 시절에도 창조론의 영감은 종교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진화론에 따르면 나무,꽃,벌레,고래 등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공통 조상에서 유래됐으며 현생종의 조상을 충분히 먼 과거까지 추적한다면 그들은 현생종과는 분명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다윈은 초기 진화론자 라마르크의 용불용설(用不用說)을 수용하는데 그 이론에 따르면 어떤 동물의 어떤 기관이라도 다른 기관보다 자주 쓰거나 계속해서 쓰면 그 기관은 점점 발달하고 기능도 강화된다.

이에 반해 어떤 기관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차차 그 기관은 약해지고 기능도 쇠퇴한다.

뿐만 아니라 그 크기도 작아져 마침내는 거의 없어지고 만다.

인간의 퇴화된 꼬리뼈 등 많은 개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이러한 흔적 기관이 바로 진화의 증거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생물학자들은 다윈이 공통 조상에서부터 유래됐다고 논의한 종들의 유사점뿐만 아니라 짧은 기간 내에도 진화적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장시간에 걸쳐 형성된 화석에서는 연속적인 일련의 개체군의 기록이 보존돼 있다.

또 약물 투여로 피해를 입은 바이러스 집단 같은 특별한 경우에는 놀랄 만큼 빠른 속도의 진화를 살펴볼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 다윈의 후예들

다윈의 진화론이 나오고 나서 서양 사회는 지적 충격에 빠져들었다.

기존의 창조론적 세계관은 무너지고 역사와 사회는 일정한 조건이 갖추어지면 발전한다는 진보적 세계관이 서양을 뒤덮었다.

19세기 들어서는 이 세계관이 서양사회를 아우르는 지배적인 사상으로 변화했다.

역사는 자본주의 생산양식은 필연적으로 멸망하고 사회주의로 발전할 것이라는 유물론적 경제사관을 제시한 마르크스를 비롯해 역사의 진보성을 얘기한 랑케, 멋진 신세계에서 유토피아 사상을 전파한 토머스 헉슬리 등 19세기 지성들은 모두 다윈의 사상을 받아들였다.

심지어는 이제 모든 학문은 진화론의 자식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물론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도 다윈 사상은 계속 이어졌다.

1950년대 들어 DNA 유전자가 발견되면서 유전자 활동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유전자도 진화에 진화를 거듭한다는 것이었다.

이기적 유전자를 쓴 리처드 도킨스는 인간은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기계이며 그 기계의 목적은 자신을 창조한 주인인 유전자를 보존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극단적인 다윈주의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유전자를 조작하고 종간 교배들을 통해 보다 나은 품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들은 인간과 기계의 결합이라는 사이보그에까지 그 관심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다윈의 진화론은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장은솔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인턴 (한국외대 4년) energizer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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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이 잉태한 ‘어둠의 자식들’

골턴의 우생학, 나치의 인종주의 모태로

다윈의 진화론은 인류 역사에서 전체 권력인 나치의 인종주의에도 영향을 끼쳤다.

인종주의는 전투와 투쟁을 자연적인 생의 법칙이라고 주장하는 사회진화론을 통해 제국주의적 생존투쟁의 장으로 국민들을 끌어낼 수 있었다.

사회진화론적 인종주의는 우생학의 등장에 지적인 모태가 됐다.

우생학이란 말은 '인간능력의 탐구'라는 프랜시스 골턴의 저서 속에서 처음 소개됐다.

골턴은 선택에 의해 특별한 재능을 갖추게 되는 인종은 진보할 것으로 생각했으며 심지어 도덕적,종교적 감정이나 정서들은 엄격한 선택에 의해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골턴의 우생학은 나치즘,전체주의,파시즘 등의 요구를 정당화하는 역할을 했다.

20세기 중엽 히틀러를 당수로 한 독일의 파시즘 정당은 우생학을 바탕으로 민족지상주의와 인종론을 천명한다.

즉,게르만족은 인류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종족이기 때문에 다른 민족을 지배할 사명을 가지고 있으며,이와 반대로 가장 열등하고 해악적인 인종은 유대인이라고 보았다.

유대인은 아무리 환경을 개선하고 교육을 실시하더라도 그들의 천성적인 열등성과 해악성은 개선되지 않기 때문에 우수한 민족은 그들의 열악성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 그들을 격리시키거나 또는 절멸시켜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히틀러는 일당독재 아래 유대인 · 공산주의자 및 사회주의자를 강제수용소에 격리시켜 혹독한 학대와 대학살(Holocaust)의 만행을 저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