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시대·사회적 합의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재산권·신체의 자유 등 타고난 권리 침해못해
[Cover Story] 여론으로 밀어붙인다고 법이 되는건 아니다
로크의 자연법 사상은 18세기 미국 프랑스의 혁명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으며 현대 자유 자본주의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와서 공리주의 공산주의 등에 의해서 비판을 계속 받아왔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학자는 영국의 보수주의자이면서 실증법주의를 주장한 에드먼드 버크다.

그는 "자연권의 추상적인 완벽성은 뒤집어보면 현실적인 결함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그냥 내버려 두었다면 자기 주제를 알고 본업에 충실했을 사람들에게 망상과 헛된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허구가 바로 자연권"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버크가 비판한 것은 국민이 대중의 이름으로 마음대로 법을 만드는 자의적인 입법을 말한다.

공리주의를 주장한 철학자 벤담도 "배가 고프다고 빵이 생기지 않는다"며 자연법 사상을 "모든 사회의 합목적적 이익에 어긋나는 개인주의"라고 반박했다.

사회주의 철학자 마르크스도 자연법 사상에 대해 "지엽적인 이기주의며 개인의 사익만 고려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조류에 따라 19~20세기 초반까지는 자연법 사상이 퇴조하고 법 실정주의가 전반적인 흐름을 차지했다.

대신 민족이나 국가를 우월적으로 보는 대중민주주의, 국가주의가 득세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나치정권과 소련의 스탈린 정권이 합법이라는 미명 아래 개인의 인권을 짓밟고 독재를 하면서 다시 자연법 사상은 부활했다.

인류는 쓰라린 경험을 통해 자연법이 진정 무엇이며 인권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 것이다.

민주주의 시대는 국민이 법을 제정하는 권력자가 되는 체제다.

그러나 국민이 합의한다고 해서 무조건 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연법적 기본 질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법이 아니다.

만들어진 실정법이 자연법에 어긋난다면 이는 법으로서 대접받을 수 없다.

자연법은 사유재산권과 기본적 인권들로 구성된다.

자연법은 실정법을 통해 그 이념과 정신을 구체화시키고 실정법의 내용은 자연법에 근거해 그 타당성을 인정받는 형식으로 자연법과 상호 보완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