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온 왕의 명을 어기고 오빠 폴리케네스의 시신을 묻었던 안티고네는 다음 날 임금 앞에 불려 나간다.
무엄하게 어찌 그런 짓을 저질렀느냐고 추궁하는 왕 앞에서 안티고네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저는 확고한 하늘의 법이 있다고 믿습니다. 왕의 법만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그리스 비극의 대가 소포클레스가 쓴 '안티고네'에 나오는 내용이다.
소포클레스는 오이디푸스 왕를 쓴 바로 그 작가다.
주인공 안티고네는 아무리 엄격한 국가의 법이 있다 하더라도 인륜에 배치되는 '근본적인 자연법'을 거스를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에게는 잘못이 없음을 떳떳이 밝힌다.
인간은 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한시라도 법을 떠나서 살 수 없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는 더욱 그렇고 시민들은 법치국가의 틀 속에서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는다.
그러나 만들어진 법이라고 모두 법인 것은 아니다.
위에서 안티고네가 말하고 있는 왕의 법이 그런 경우다.
자연의 법을 거스르지 않는 법이라야 진정한 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법이 사회적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얼핏 당연해 보이는 이 말도 깊이 생각해보면 문제가 많다.
민주주의가 아닌 독재 정권도 언제나 국민적 합의라는 말을 내세워 왔고 대부분의 악법도 다 나름대로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법들이다.
예를 들어 독일의 나치정권이 유태인의 독일 국적을 박탈하고 독일인이 유태인과 결혼할 수 없게 만든 뉘른베르크법도 그 당시 열광적인 지지, 다시 말해 독일 사람들의 충분한 사회적 합의 아래 제정되었다.
인권을 유린했던 구소련의 스탈린 체제에도 인민대표자 회의에서 제정한 합법적인 법이 존재했고 그들은 합법적으로 나라를 다스린다고 주장해 왔다.
과연 법은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 것일까.
심각한 폭력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는 우리나라 국회를 보면서 법은 그리고 입법활동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생글생글이 신년 첫 호에 '법이란 무엇인가'를 화두로 내세운 것은 흔히 여론 혹은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제멋대로의 법'이 만들어지는 현상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또 법질서를 가볍게 여기며 대중의 여론만이 중요하다는 식으로 잘못 인식하는 사례들이 매우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회가 제정한 법률은 무려 6000개가 넘는다.
국회의원들이 이렇듯 많은 법률을 생산하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일까.
이들 수백수천 건의 법률들 중 정말 필요한 것은 몇 건이나 되며 오히려 인권을 침해하거나 정부의 권한만 넓혀주거나 의욕만 내세운 엉터리 법률도 수없이 많을 것이다.
문제는 법의 목적과 내용이 자연적 정의에 합치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연의 질서나 인간의 이성을 바탕으로 한 보편적이고 항구적인 질서에 맞아야 한다.
자연권 사상을 확립한 근대 사상가 존 로크는 신이 인간에게 삶의 목적을 부여하면서 그것을 추구하는 조건과 수단을 함께 부여했다고 밝힌다.
그의 사상은 현재 자유주의적 자본주의 국가의 틀을 만들었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
무엄하게 어찌 그런 짓을 저질렀느냐고 추궁하는 왕 앞에서 안티고네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저는 확고한 하늘의 법이 있다고 믿습니다. 왕의 법만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그리스 비극의 대가 소포클레스가 쓴 '안티고네'에 나오는 내용이다.
소포클레스는 오이디푸스 왕를 쓴 바로 그 작가다.
주인공 안티고네는 아무리 엄격한 국가의 법이 있다 하더라도 인륜에 배치되는 '근본적인 자연법'을 거스를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에게는 잘못이 없음을 떳떳이 밝힌다.
인간은 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한시라도 법을 떠나서 살 수 없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는 더욱 그렇고 시민들은 법치국가의 틀 속에서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는다.
그러나 만들어진 법이라고 모두 법인 것은 아니다.
위에서 안티고네가 말하고 있는 왕의 법이 그런 경우다.
자연의 법을 거스르지 않는 법이라야 진정한 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법이 사회적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얼핏 당연해 보이는 이 말도 깊이 생각해보면 문제가 많다.
민주주의가 아닌 독재 정권도 언제나 국민적 합의라는 말을 내세워 왔고 대부분의 악법도 다 나름대로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법들이다.
예를 들어 독일의 나치정권이 유태인의 독일 국적을 박탈하고 독일인이 유태인과 결혼할 수 없게 만든 뉘른베르크법도 그 당시 열광적인 지지, 다시 말해 독일 사람들의 충분한 사회적 합의 아래 제정되었다.
인권을 유린했던 구소련의 스탈린 체제에도 인민대표자 회의에서 제정한 합법적인 법이 존재했고 그들은 합법적으로 나라를 다스린다고 주장해 왔다.
과연 법은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 것일까.
심각한 폭력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는 우리나라 국회를 보면서 법은 그리고 입법활동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생글생글이 신년 첫 호에 '법이란 무엇인가'를 화두로 내세운 것은 흔히 여론 혹은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제멋대로의 법'이 만들어지는 현상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또 법질서를 가볍게 여기며 대중의 여론만이 중요하다는 식으로 잘못 인식하는 사례들이 매우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회가 제정한 법률은 무려 6000개가 넘는다.
국회의원들이 이렇듯 많은 법률을 생산하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일까.
이들 수백수천 건의 법률들 중 정말 필요한 것은 몇 건이나 되며 오히려 인권을 침해하거나 정부의 권한만 넓혀주거나 의욕만 내세운 엉터리 법률도 수없이 많을 것이다.
문제는 법의 목적과 내용이 자연적 정의에 합치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연의 질서나 인간의 이성을 바탕으로 한 보편적이고 항구적인 질서에 맞아야 한다.
자연권 사상을 확립한 근대 사상가 존 로크는 신이 인간에게 삶의 목적을 부여하면서 그것을 추구하는 조건과 수단을 함께 부여했다고 밝힌다.
그의 사상은 현재 자유주의적 자본주의 국가의 틀을 만들었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