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로스쿨 합격자 비법대 출신이 절반 훨씬 넘어

[Cover Story] 법대 안가도 법조인 될수있다…전문대학원 시대 ‘활짝’
의·치의학 전문대학원(메디컬스쿨),경영전문대학원(MBA)에 이어 내년 3월부터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도입되는 등 바야흐로 전문 교육의 시대가 열렸다.

전문성 있는 직업 교육을 고급화하자는 취지 아래 국내에 전문대학원이 도입되면서 의대,법대에 진학하지 않아도 의사나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런 미국의 교육 시스템을 따라가면서 기존 법대-의대로 구성된 양대 엘리트 체제가 변화하고 있다.

생물학과나 생명공학과에 가서 의학전문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는가 하면 인문 신방 경영 등 비(非)법학 전공자들이 로스쿨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을 꿈꾸고 있는 학생이라면 대학 입시에서 향후 전문대학원 진학도 염두에 두면서 진로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 로스쿨 합격자 非법대 출신이 대세

지난 5일 국내 첫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합격자가 발표된 가운데 서울 시내 주요 대학 합격자의 절반 이상이 비법학 전공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발표한 서울대 로스쿨 합격자 현황에 따르면 전체 합격자 150명(일반전형 140명,특별전형 10명) 가운데 비법학 전공자가 101명(67.3%)이나 됐고, 연세대는 전체 합격자 120명 중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80명으로 66.6%를 차지했다.

건국대와 아주대는 비법학사 출신이 무려 85%와 84%에 달했으며 경북대 78.3%,강원대 77.5%,서울시립대 76%,한국외대 70%,동아대 68.7%,성균관대 68%,원광대 66%,중앙대 64%,전남대 62.5%,한양대 61%,영남대 61.4%,전남대 62.5%,전북대 59%,서강대 57.5%,이화여대 53% 등 대부분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들 비법학 전공 합격자는 경제 경영,정치 외교,영문 불문,이공학 등 40여개 전공학과에 걸쳐 두루 분포됐다.

로스쿨 입시에서는 사법시험과 달리 법학 관련 시험을 보지 않고 법학적성시험(LEET),외국어 능력,학부 성적,사회활동 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법학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불리한 요소가 없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LEET의 추리논증 과목은 수학적 사고를 요구하는 부분이 많아 오히려 이공계 전공자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 생명공학·물리학 전공자도 의사 될 수 있다

의대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취지하에 2004년 도입된 의학전문대학원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올해부터 처음으로 가,나군 분할 모집을 실시한 의학전문대학원은 2009년 입시를 통해 27개 대학에서 1641명,치의학전문대학원은 8개 대학에서 530명을 선발했다.

가,나군 경쟁률은 각각 4.60:1과 6.27:1로 작년 2.22:1에 비해 2~3배가량 증가했다.

의·치학전문대학원들은 의학교육입문시험(MEET),치의학교육입문시험(DEET)과 함께 선수 과목 및 전적 대학 평점 평균(GPA),외국어 능력,면접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학생을 모집한다.

이런 상황에서 의과대학이 아닌 일반 학과 중 의사 또는 의학자를 양성하는 의·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한 다양한 전공들이 학부에 생기고 있다.

지난해 의학전문대학원 합격자들의 다수가 생물학 전공자들이고 다음으로 화학 전공자와 자연과학대학 출신자들이 많았다.

치·의학전문대학원의 경우 공대 출신자들이 많이 합격했다.

유사한 전공이 개설돼 있는 서울대 생명과학부,고려대 생명과학,연세대 생명과학·생명공학,서강대 자연과학부,성균관대 자연과학계열,이화여대 분자생명과학부,숭실대 프리메디 이공계 자유전공과 화학,단국대 자연과학부,한양대 자연과학부,성신여대 화학,동덕여대 자연과학부,가톨릭대 생명과학,동국대 생명과학,중앙대 화학,가천의대 생명과학,건국대 특성화학부,광운대 자연과학군,아주대 생명분자공학부와 자연과학부,부산대 생명과학부 등의 전공을 통해 의·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는 경우 타 전공에 비해 수월하게 합격이 가능하다.

⊙ Pre 전문대학원 과정도 속속 개설

국내 전문대학원 체제가 정착되면서 재학생들의 전문대학원 진학을 돕기 위해 새로운 학과를 신설하거나 별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대학도 생겨났다.

일부 대학은 전문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을 위해 'Pre 전문대학원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올초 경희대 국제캠퍼스에 신설된 동서의과학부는 의학·치의학·한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한 학생들을 위해 '프리메디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2학년 땐 기초 자연과학 분야에 대한 이론 및 실험 수업이 진행되며 3학년 이상 학생들은 해부학과 같은 기초 의학 수업을 받는다.

또 작년 개설된 인하대 기초의과학부는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한 맞춤 교육을 제공한다.

유전학,면역학,생태학,세균학,의공학,의과학연구 등 기초 의과학 분야에 대한 이론 수업과 실험,실습이 진행된다.

생물학,물리학,화학 등의 기초과학과 언어 추론,의과학 영어 등 시험을 위한 교과 과정도 마련돼 있다.

졸업자는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의과학 분야 연구원으로 취업이 용이하다.

이 외에도 이화여대의 스크랜튼학부는 자유전공제를 도입해 학생들에게 전공에 상관 없이 다양한 학문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학부의 교과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은 의학전문대학원 또는 법학전문대학원 등 국내외 전문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는 지식을 갖추게 된다.

이 학교의 분자생명과학부는 화학나노과학과 생명과학 두 개의 전공으로 구성돼 있다.

분자생명과학부는 의학,치의학,한의학 전문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해 대학원 과정과 관련된 교과목을 이수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했다.

동아대 생명자원과학대학의 유전공학,분자생명,응용생명,생명공학 등 4개 학과와 자연과학대학의 생명과학과는 의학전문대학원 과정과 연계돼 있는 학과들이다.

특히 생명자원과학대학은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한 1~4학년생을 대상으로 MEET 대비 스터디 그룹을 운영한다.

학생들은 담당 교수의 지도 아래 전공과목 공부는 물론이고 시험 대비 동영상 강의를 함께 들으며 대학원 입시를 준비할 수 있다.

김주영 한국경제신문 인턴(한국외대 3년) 423026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