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대학 인기학과도 유행을 탄다!
우리나라가 일본에서 해방될 무렵 서울대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학과는 광산(鑛山)과였다.

당시 주요 산업이 광업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1950년부터 1960년까지는 화학공학과가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정부가 중화학 공업을 육성하면서 관련 인력이 많이 필요했다.

기업들은 앞다투어 화공과 인재를 뽑았고 졸업생들은 최고의 대접을 받았다.

물론 이때는 의과대학의 인기는 보잘 것 없었다.

1960년대에는 발전소 건설 붐으로 원자핵 공학과, 1970년에는 조선공학과가 인기를 끌었다.

1970년대 후반부터는 전자공학과가 최고의 인재가 모이는 학과로 등극했다.

지금은 의예과들이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70년대 중반만해도 의예과는 7~8위, 치의예과는 공대 최하위 학과보다 커트라인이 낮았다.

이렇듯 대학에서 인기를 모으는 학과는 대부분 그 시대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영원한 인기학과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은 인기가 없지만 불과 몇 년 후에는 인기가 하늘을 찌를 수도 있다.

21세기 들어 인기학과의 변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문과 분야에서 꾸준한 인기를 모았던 법대가 사라지고 대신 들어서는 로스쿨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올해 첫 신입생을 모집했던 로스쿨에는 비법대생들이 3분의 2를 차지했다.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법조인을 양성하자는 로스쿨의 원래 취지에 맞게 다양한 학과 졸업생들이 로스쿨에 들어갔다.

이 흐름은 국내 법조계에 새로운 형태의 인력 공급을 예고하고 있다.

2004년에 개설된 의학전문대학원도 다양한 전공의 이공계생들이 몰려들고 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인터넷이 세상을 이처럼 바꿀지 아무도 몰랐다.

이제는 로봇이 인간의 할 일을 대신하고 있고 유전자에 의한 질병치료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처럼 과학 기술과 사회의 발달은 직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대학의 학과를 선택할 때도 트렌드 를 잘 살펴 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적성이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고 거기에 맞는 학과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로 담당자들은 강조한다.

더구나 대학 간판만을 선호하다 올바른 진로를 찾지 못하고 허송세월을 보내는 사람들을 우리는 주위에서 많이 볼 수가 있다.

조벽 교수(동국대 석좌교수)는 "지금은 다양화 특성화 시대이고 여기서 움직이는 원동력은 자신의 장점이다. 각자가 자신의 장점을 확실히 알고 그것을 무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