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택시 경영난 숨통 트고 신속성 살릴수 있어”

반 “교통정체 심화되고 사고 위험성도 높아질것”


버스전용차로에 택시 통행을 허용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출퇴근 시간(오전 7~10시,오후 5~9시)을 제외한 시간대에 승객을 태운 택시에 한해 버스전용차로 통행을 허용하는 내용의 '택시운송사업진흥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면서 버스와 택시업계 간 공방전이 뜨겁다.

버스업계 쪽에서는 "전용차로제의 근본 취지에 어긋난다"며 "버스전용 차로에 택시의 진입을 허용해서는 결코 안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만약 특별법안이 통과될 경우 전용차로 폐기를 요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반면 택시업계 쪽에서는 "경영난을 해소하고, 버스에 버금가는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을 가진 택시의 최대 장점인 신속성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크게 반기고 있다.

버스전용차로제는 효율적 도로운영을 통해 대중버스 이용률을 높임으로써 교통체증을 줄이고,에너지도 절약하기 위해 버스준공영제와 함께 2004년 7월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버스업계의 수지개선 차원이 아니라 도시를 살리기 위한 공공성에서 출발한 셈이다.

버스전용차로가 생기면서 버스사고는 크게 줄어들고, 통행속도는 훨씬 빨라졌으며,환승제로 편의성과 경제성까지 높아지는 등 평가 결과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문제는 택시의 전용차로 통행을 허용하더라도 제도의 취지와 장점들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택시의 버스전용차로 통행 허용논란을 분석해본다.

⊙ 찬성 측, "택시 신속성 살리고 고객서비스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

개인택시조합 등에서는 "택시의 본래 역할은 신속성과 편리성에 있다"며 "버스전용차로 확대는 택시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택시업을 사양화시키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택시는 고급 교통수단으로 대중교통수단과는 역할이 다른 만큼 택시의 버스전용차로 진입 요구는 택시승객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택시의 경우 서울지역 교통의 20%를 분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시의 정책지원의 부재로 업계 전체가 고사위기를 맞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이들은 또 택시가 버스전용차로에 무조건 진입하겠다는 게 아니라 진입 시간대를 탄력적으로 운용함으로써 시너지효과를 거두려는 방안이라고 강조한다.

중앙차로 내 승하차 금지와 버스통행 방해 금지 등을 위해 CCTV와 택시승차대를 설치하면 버스전용차로제의 취지를 훼손치 않고 안전문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로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에도 승객이 탑승한 택시의 진입을 전면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반대 측, "전체 차량운행 속도 떨어뜨리고 사고위험도 높아질 것"

이에 대해 버스업계 쪽에서는 "택시업계 경영난의 중요한 원인은 바로 택시의 공급과잉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단지 버스전용차로 진입을 허용하는 것만으로 택시를 타는 사람이 많아질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심각한 교통난으로 인한 통행의 어려움으로 승객이 감소하고 있고, 이로 인해 경영이 어렵다는 택시업계의 주장은 문제의 원인을 잘못 짚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택시의 버스전용차로 진입을 허용하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중앙전용차로로 달리던 택시가 승객을 내려주기 위해 길가로 이동하려면 순간적으로 몇 개 차선을 넘어야 하고, 이로 인해 일반차로 차들의 교통흐름이 차단되는 것은 물론 사고 위험성도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택시의 전용차로 진입으로 인해 전용차로가 본래의 기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택시 진입으로 전용차로의 교통량이 그만큼 늘어나면서 차량의 운행 속도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택시업계, 지역별 총량제 통한 감차 등 해결책 모색해야

버스전용차로제는 대도시의 만성적 교통난과 대기오염을 덜기 위해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하자는 정책적 판단에 따라 도입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 도입에 따른 성과를 나름대로 거두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우리의 교통사정은 그동안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택시의 통행을 허용할 경우 지금까지 거둔 성과마저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릴 공산이 크다.

실제로 1999년 8월 가로변 버스차로에 택시 진입을 시범 허용했을 때 증명된 바 있다.

버스의 평균시속이 22㎞에서 15㎞로 떨어졌을 뿐 아니라 택시도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정류장마다 서야 하는 버스와 목적지까지 곧바로 달리는 택시의 운행방식 차이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는 말할 필요도 없고, 그로 인한 승객들의 불안과 불만 또한 불을 보듯 뻔하다.

자칫 게도 잃고 구럭도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몰고온 불황으로 더욱 어려워진 택시업계의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택시가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도록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택시 진입 허용으로 버스 수송능력이 떨어져 버스전용차로제가 유명무실해지면 시민들은 다시 승용차를 끌고 나오게 되고, 이로 인해 대중교통난이 심화되면 그 피해는 결국 택시에도 미친다.

버스와 택시가 공멸할 수 있다는 얘기다.

택시업계는 공급과잉을 막는 지역별 총량제를 통한 감차 등 다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 버스전용차로
= 허가받은 버스만 통행하도록 함으로써 대중교통수단인 버스의 통행 속도를 높이고 도로의 정체를 피하기 위해 지정된 차선을 말한다.

1990년 8월 도로교통법에 따라 버스전용차로 설치 근거가 마련되면서 1993년 8월부터 10개 구간 52.2㎞ 운영을 시작한 후 2008년 9월 현재 총 68개구간 193.7㎞(고속도로버스전용차선 제외)에서 실시되고 있다.

2004년에는 서울 시내에서 중앙버스전용차로제가 도입됐다.

◆ 버스준공영제 = 지방자치단체가 버스에서 나온 모든 수입을 일괄적으로 모은 다음 각 버스회사에 분배금 형식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버스운행은 각 버스회사가 맡되 의사결정이나 책임은 지자체가 지게 된다.

버스회사들의 안정적 재정 확보를 통해 적자노선에 대한 감차방지, 회사경영조건 개선, 직원 처우개선 등 효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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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12월 1일자 보도 기사

서울시는 버스전용차로에 택시 진입과 관련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데 대해 "원칙적으로 맞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서울시 윤준병 교통기획관은 1일 "버스 1대는 택시 17대의 수송 효과가 있다"며 "도로 이용의 효율성 측면에서 택시가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윤 기획관은 "버스전용차로에 택시들이 들락날락하면 안전사고의 우려가 커진다"며 "특히 버스전용차로는 사거리 등에서 직진 위주로 설계돼 있고 정거장 이외에는 승·하차가 제한돼 택시 영업을 하는 것은 적합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1996년 이후 버스전용차로에 택시를 진입시킬지 여부와 관련해 수 차례 시험을 해봤으나 사고 우려와 버스속도 저하 등의 문제점이 제기돼 이를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또 2003년 시민들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도 버스전용차로에 택시 진입을 반대하는 여론이 70% 이상 높게 나타나 버스전용차로의 택시 진입안은 폐기했다.

윤 기획관은 "택시업계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버스전용차로 진입과 같은 방법보다는 부가가치세 전액 감면 등 제도 개선을 통해 어려움을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은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이 발의한 '택시운송사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안'이 지난달 26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통과하고 이번 주 상임위원회 상정을 앞두고 본격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