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돈에 밝은 유대인 세계 경제 '쥐락펴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배경에는 유대인들의 지지가 적지 않았다.

미국 내 유대인총회로 불리는 유대인 공공정책위원회(AIPAC)는 오바마가 당선된 후 "이번 대선에서 유대계는 78 대 22로 오바마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막대한 자금력을 과시하고 있는 미국 내 유대계는 정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이미 유대인인 티모시 가이트너와 로렌스 서머스를 각각 재무장관과 국가경제위원장으로 선임하는 등 유대인들을 요직에 배치하고 있다.

세계 금융계를 뒤흔드는 유명 유대인들은 누구이며 유대인이 금융에 강한 배경은 무엇일까.

⊙ 세계 금융을 거머쥔 유대인

세계 금융계는 유대인의 텃밭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현 의장이 모두 유대인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은 1987년 이래 4회 연속 FRB를 이끌며 미국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렸다.

벤 버냉키 의장은 2005년부터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맡아오다 2006년 2월에 그린스펀의 뒤를 이어 FRB 의장에 취임했다.

전임 세계은행 총재인 폴 울포위츠,현 총재 로버트 졸릭도 유대인이며 지난해 11월 국제통화기금 총재로 선출된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전 프랑스 재무장관도 유대인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이 밖에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헤지펀드계의 거물 조지 소로스,인텔의 엔디 글로브,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 등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영화 감독 스필버그도 그렇다.

⊙ 유대인의 성공스토리

유대인들이 금융에 강한 것은 종교개혁과 관련이 있다.

장 칼뱅의 종교 개혁 이후 유대인들은 신교 지역으로 대거 이주했는데 칼뱅은 이들 지역 유대인들에게 직업 소명설을 강조하며 부를 정직하게 쌓을 것을 주문했다.

신교지역이었던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등은 일찍부터 근대 자본주의 사상이 싹텄으며 주식회사,은행,주식거래소 등이 설립되는 등 금융 중심으로 발전했다.

유대인들은 17세기 말 영국 중앙은행이 탄생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윌리엄 3세는 전임자인 제임스 2세의 왕위 탈환 움직임이 보이자 군비 조달을 위해 영국과 네덜란드 유대인들에게 자금을 빌리는 대가로 화폐 주조권을 넘겼다.

화폐 주조권을 손에 넣은 유대인들은 영국은행을 설립했고,이것이 중앙 은행 제도의 시작이 된 것이다.

유대인은 그후 2차 세계대전까지 세계 금융의 중심지였던 런던 금융 시장을 장악했다.

유대인은 정치권력과 결탁해 전쟁에 개입하면서 이권을 챙기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나폴레옹 전쟁과 미국 독립전쟁이다.

나폴레옹 전쟁 막판에 프랑크푸르트와 런던에 기반을 둔 유대계 대부호 로스차일드는 나폴레옹에 적대적인 국가들에 1억파운드씩 전쟁차관을 빌려주며 나폴레옹과 싸우도록 부추겼다.

특히 워털루 전쟁 당시 프러시아 정부에 대규모 차관을 제공해 연합군이 나폴레옹에 승리를 거두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 독립전쟁 시절에도 영국의 유대계 은행인 베어링스는 미국 정부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다.

이는 유럽에 거주하던 유대인들이 그후 미국으로 진출해서 미국의 금융계를 장악하는 기반이 됐다.

⊙ 유대인을 향한 편견

유대교는 탈무드에서 '세상에 가난보다 나쁜 것은 없다''세상의 나쁜 일들은 모두 가난 때문에 발생한다'고 말한다.

이런 유대교의 가르침은 유대인들이 열심히 일해 경제력을 키우는 정신적 밑거름이 됐다.

유대인들이 금융에 강한 것은 고리대금업을 죄악시하는 기독교 교리와도 관련이 있다.

기독교가 지배했던 중세에는 이자 놀이가 금기시되어 이교도인 유대인들은 자연히 고리대금업을 독점하게 된다.

당시 고리 대금업은 사회에서 매우 천대를 받았다.

이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베니스의 상인' 등 문학작품에서도 나타난다.

유대인 샤일록은 채무자가 돈을 갚지 못하게 되자 채무자의 허벅지 살을 떼어내야 한다고 우기지만 결국 '피를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된다'는 판사의 판결로 낭패를 보는 악덕업자로 묘사되고 있다.

이 외에 제프리 초서의 '켄터베리테일즈',크리스토퍼 말로의 '몰타섬의 유대인',조너선 스위프트의 '런던 이그제미너',대니얼 디포의 '행운의 정부(情婦) 록사나'를 비롯 알렉산더 포프,세르반테스,괴테,엘리어트 등 문호들의 작품에도 유대인들이 수전노 혹은 극악무도한 인물로 그려진다.

기독교의 박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전노 노릇을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었지만 그들의 행동은 기독교인들의 반감을 불러 일으켜 다시 박해를 받는 악순환이 이어졌던 것이다.

히틀러가 유대인 학살정책을 추진한 것도 유럽 전반에 반유대인 정서가 퍼져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금융업이 발전하자 아이러니컬하게도 고리대금업자로 천대받던 유대인들은 금융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오늘날 세계 금융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헤지펀드와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은 대부분 유대 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금융의 중심이 런던에서 미국으로 옮겨간 배경에는 미국의 경제가 발전한 점도 있지만 유대인들이 런던에서 뉴욕으로 건너간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고희석 한국경제신문 인턴(한국외대 영어과 4학년) sanochi103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