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금융감독 등 공조…한국, 브릭스 등 목소리 커져
[Global Issue] 손 잡은 G20 정상들… 신흥국이 세계경제 주역 될까
미국 워싱턴에서 금융위기 타개 논의를 위해 지난 15~16일 이틀간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세계경제의 중심이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남겼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G20 정상들은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광범위한 경기 부양에 공조하고,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대폭 강화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정상들은 통화·재정정책 등 거시경제 정책 협력을 통해 내수를 진작시키는 방법으로 세계 경제위기를 극복하자고 합의했다.

구체적인 경기 부양책은 각국 실정에 맞춰 시행하기로 했다.

또 금융시장 개혁과 규제·감독을 강화한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공동 선언문에는 "모든 금융시장과 금융상품,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적절한 규제와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명시했다.

이와 관련해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 △금융감독 및 규제 개선 △금융시장의 신뢰성 제고 △국제적인 협력 강화 △국제금융기구 개혁 등 5대 원칙에 합의하고 세부 실천 과제로 47개 중단기 과제를 추진키로 했다.

각국별로 상이한 회계규정 및 규제 관행을 개선해 국제적으로 단일한 회계기준을 만들고,각국 금융감독 당국 간 규정의 조화와 협력을 통해 다국적 대형 금융회사들에 대한 감시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G20 회담의 핵심은 이미 예측된 내용의 공동성명 합의문이 아니라 한국과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를 포함한 신흥 국가들이 세계 권력의 주요 축으로 전면 등장했다는 점에 있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국가 그리고 일본이 참여하는 주요 7개국(G7)이나,여기에 러시아까지 참가하는 주요 8개국(G8)이 세계를 이끌어왔다면 앞으론 한국 중국 브라질 인도 등을 포함한 신흥국들이 포함된 G20 회의가 세계의 정치ㆍ경제적 질서를 좌우하게 되는 계기를 만든 셈이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이제 신흥국 없는 정책결정은 무의미할 것"이라고 말했으며,뉴욕타임스는 "개발도상국들이 링 주변자리(Ringside)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한국 중국 브라질 인도 등 신흥국들이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 내에서의 발언권 확대를 약속받은 것에서 잘 드러난다.

G20 공동선언문은 "국제금융기구에서 신흥국들이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하며,대표성도 커져야 한다"고 못박았다.

당장 국제금융시장 모니터링 기구인 금융안정포럼(FSF)의 회원국으로 신흥 개도국을 시급히 포함시켜야 한다고 명시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계기로 설립된 FSF는 현재 선진 7개국(G7)에 호주 싱가포르 홍콩 스위스 네덜란드가 추가로 참여하는 기구다.

선진국 위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력에 한계가 있어 국제 금융질서가 자연스레 다자협력체제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앞으로 G7보다는 한국 등 13개 신흥국이 포함된 G20 정상회의가 정례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 G7 회원국들은 이번에 자존심마저 접고 한국과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시장국들을 초청해 협조를 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G20의 첫 정상회의가 새로운 국가기구의 탄생을 위한 씨앗을 뿌렸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국은 브라질 영국과 함께 G20회담 공동의장국으로 선정되면서 국제 사회에서 한 단계 더 높은 위상을 차지하게 됐다.

올해 의장국은 브라질이었으며 내년 G20 의장국은 영국이,2010년엔 한국이 맡게 된다.

이들 3개국은 공동의장국으로서 G20의 모든 진행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세 나라는 내년 4월 2차 G20회담이 열리기 전까지 이번 회담에서 합의된 47개 중단기 과제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공동의장국은 순번제로 돌아가는 것이지만 한국의 경우 10년 전만 해도 외환위기로 구제금융을 받은 처지였는데 이제 신흥국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합의된 글로벌 경제협력이 실현되기까진 여전히 많은 장애물이 남아 있다.

특히 최근 금융위기로 각국에서 보호무역주의 징후가 나타나면서 G20 회담이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회담 내용이 그저 '립 서비스'에 머문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EU는 중국산 양초에 대해 60%,비합금철사에 대해 50%의 수입관세를 부과키로 했다고 상하이데일리가 17일 보도했다.

이는 향후 1년간은 새로운 무역장벽을 만들지 않기로 한 G20 정상들의 합의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것이라고 이 신문은 밝혔다.

EU의 양초업체들은 중국 업체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낮은 원가로 제품을 생산하는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미국도 안전성 검사를 대폭 강화,12세 이하의 아동들이 사용하는 물건에 대해 안전성 입증서가 없으면 통관은 물론 유통과 판매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이는 생산업자가 제품에 사용된 원료의 안전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은 이 규정을 위반했을 경우 벌금을 건당 5000달러에서 10만달러로 상향 조정,최대 1500만달러까지 벌금을 매길 수 있도록 했다.

러시아는 조만간 자동차 수입관세를 대폭 인상할 방침이라고 18일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드미트리 판킨 재무차관은 "러시아의 자동차업체 보호를 위해 당초 계획대로 수입차에 대한 관세를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신청을 위해 도입했던 제도를 포함해 무역협정 내용 전반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판킨 재무차관은 러시아의 수입차 관세 인상이 보호주의를 배격키로 한 G20 합의문 내용과 모순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조치가 G20 합의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Ecipe)의 프레드릭 에릭슨 이사는 "G20 합의는 각국 정부의 무역정책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의미가 있진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