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世代간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나
역사는 과연 진보하는가.

'이야기'에 불과하던 역사가 근대에 들어와서 하나의 학문으로 정립하면서 역사학자들이 끊임없이 제기한 물음이다.

역사의 진보는 다음 세대에 보다 나은 삶과 행복을 가져다 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역사는 항상 기성 세대와 신진 세대의 갈등으로 점철돼 왔으며 그 과정 속에서 세대 간 안녕과 복지를 찾으려는 세대 이기주의가 득세했다.

그 결과는 혁명이나 집단 광기, 참혹한 전쟁을 낳았다.

세대(世代·Generation)의 개념은 모호하고 다중적이다.

독일의 역사학자 딜타이는 같은 세대에 속하는 사람들이란 "감수성이 예민한 청년기에 어떤 큰 사건을 만나 그 사건의 강력한 영향을 받은 같은 시대의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사회학자 만하임은 "공유된 경험에 기반해 강고한 연대감을 갖고 사회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세력"으로 분석한다.

일반적으로는 동시대에 태어나 같은 문화적 경험을 하고 공통 의식이나 느낌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전후세대, 4·19세대, 386세대 등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는 세대나 베이비붐 세대 등 인구구조에서 의미있는 세대 등이 주로 통용되는 말이다.

지금의 10대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정보기술(IT) 기기를 다루며 성장하고 인터넷에 익숙한 세대라고 해서 '글로벌 D세대'로 보는 학자들도 있다.

세대 연구에서 찾을 수 있는 문제는 살아온 환경에 따라 경제·사회적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역사에서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난 세대들은 행복한 생애를 향유했다.

함포고복(含哺鼓腹:먹을 것이 풍족해 즐겁게 지낸다는 뜻)이란 단어는 이러한 세대를 대표하는 말이다.

그러나 생애 동안 전쟁을 치르거나 자연에 의한 재앙을 겪는 세대는 불행한 생애를 살게 된다.

더구나 한 생애에서 세대 간 격차가 두드러지면 그 사회는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다.

20세기에 급격한 사회적 변동을 겪은 한국은 세대 차이가 두드러지는 사회이다.

해방 이전 세대나 해방 이후 세대는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1955년에서 1975년까지 태어난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와 1975년 이후 태어난 젊은 세대 간의 세대차로 인한 갈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386세대를 포함해서 한국 인구의 30%를 넘게 점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의 경제 성장과 민주화 과정 속에서 자라왔다.

민주화 과정을 직접 지켜보면서 많은 경험을 했으며 경제 호황과 함께 결혼이나 주택 장만도 한결 수월하게 했다.

그러나 현재의 30대 초반 밑에는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이후 청년기를 보내면서 사회 혜택을 받지 못한 세대다.

이러한 세대 간 격차는 세대 간 갈등을 불러일으키며 여러 문제를 낳는다.

저출산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도 이들 젊은 세대들이 자식을 낳지 않으려는 생각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