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다지기와 다양성을 중시하는 문화 뿌리 내려

아이 소질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진로지도 사라져야
[Cover Story] '노벨상 강국' 미·일 우리와 뭐가 다른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부자가 된 노벨은 1895년 11월 유언장에서 '인류복지에 가장 구체적으로 공헌한 이들에게 주도록' 그의 유산을 스웨덴의 왕립과학아카데미에 기부했다.

아카데미는 그 후 노벨재단을 설립하고 1901년부터 매년 12월10일(노벨 사망일) 노벨상을 수여했다.

창설 이후 1940년대까지 수상자는 대부분 독일 영국에서 배출됐다.

당시 유럽은 세계를 휘두르던 강대국 집단이었고 역사와 철학으로 인재들이 넘쳐났다.

그러나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유럽은 폐허가 됐고,이를 피해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 온 인재들을 미국이 적극 지원하면서 새로운 학문의 싹을 틔웠다.

일본 역시 메이지유신 이후 독일 네덜란드 등 서구의 과학기술을 수용, 패전의 절망 속에서도 경제대국으로 일어설 수 있었다.

두 나라는 노벨상 강대국으로 늘 주목을 받아 왔다.

⊙ 기초과학 강국 일본의 저력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 겪던 1990년대에도 과학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연구예산을 꾸준히 늘리고 인재양성에 매진했다.

지난해부터는 '세계 최고수준 연구거점 프로젝트'를 시작해 도쿄대,교토대 등 5개 대학을 정해 5억~20억엔을 최장 15년간 예정으로 투자하고 있다.

또한 교육 문화도 일본을 과학강국으로 만든 튼튼한 초석이다.

일본 교육은 우리와 같은 6·3·3·4제로 학력주의,입시전쟁,학교의 왕따,하향평준화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교육에 대한 일본 가정과 사회의 시각은 한국과 많은 차이가 난다.

우선 일본 사회 전반에 흐르는 '기본과 기초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를 들 수 있다.

보통사람들이 자기 일을 자기 속도대로 묵묵히 해 나가는 풍토는 이러한 기본 다지기 문화를 만들었다.

이는 일본의 독특한 교육문화이다.

일본 사람들은 '처음부터 하나하나'라는 태도가 맘 속 깊이 새기고 '기초다지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나쁜 습관 중 하나인 '대충주의'와 '단기 속성'을 철저히 배격한다.

사회 구석구석에 녹아 있는 이러한 자세가 일본의 기초 과학을 궤도에 올려놓은 것이다.

이런 일본의 교육문화에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기초과학분야에서 세계적인 인재들이 배출되고 있는 것이다.

⊙ 노벨상 수상자 국적 1위 미국의 괴력

미국은 올해 폴 크루그먼 교수를 포함해 3명을 노벨상 수상자로 추가하면서 역대 수상자가 300명에 달하게 되었다. 이는 2위인 영국보다 3배 정도 앞서는 규모이다.

최근 금융위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미국은 경제력 군사력 등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의 국가이다.

후발주자였던 미국이 2차 세계 대전 후 유럽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엘리트 파워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세계적인 두뇌들이 선망하는 최고의 연구시설 때문이다.

이는 문화적 우월감을 자랑하는 유럽에서조차 매년 4만명의 인재가 미국으로 건너간다는 사실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또한 다양성과 자유를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 역시 인재강국 미국의 원동력이 됐다.

다양성은 상대방 의견을 존중하며 누가 무엇을 원하든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의식을 만든다.

그래서 학생들은 특정 대학이나 직업에 집착하지 않으며 어떤 분야에서든지 최선을 다한다.

합리적인 사고와 토론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역시 우수 인재를 만드는 토양이 되었다.

미국의 학생들은 암기보다는 원인을 탐구하고 토론하는 자세를 교육받는다.

다양성을 강조하고 토론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인재강국 미국을 만들었다.

⊙ 우리나라는 지금 뭘 하고 있나?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교육열이 높은 나라이다.

교육열이 높으니만큼 세계적인 인재를 육성해 낼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은 갖췄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노벨상 강국 미국 일본에 비하면 우리의 교육열은 다소 빗나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기본을 다지고 소질을 중시하며 다양성을 강조하는 일본 미국과 달리 우리는 대충대충하고 소질과 다양성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학교 성적에 과도하게 매달린다는 비판을 받는다.

아이들의 성적이 상위권에 들지 못하면 아이의 소질을 고려하지 않고 과외를 시키거나 사설 학원에 보낸다.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피아노,미술은 기본이고 해외 연수까지 다녀오는 아이들은 과연 그 분야에 소질이 있어서일까.

대부분 부모들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아이들의 특기와 소질을 존중하지 않은 진로 지도는 아이 본인의 장래는 물론 나라의 장래에도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 온다.

아이의 잠재력을 고려하지 않고 일등만을 치켜세우는 잘못된 진로 지도가 고쳐지지 않는 한 노벨상은 앞으로도 어렵다.

정부지원도 현실적으로 일본 미국만큼 많이 할 수 없다 소질과 창의성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분위기가 차세대 노벨상을 향한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고희석 한국경제신문 인턴(한국외대 4학년) sanochi103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