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패턴과 경제활동' 연구 업적…실물 경제에 맞춘 이론 개발
[Cover Story] 금융위기 예견한 '크루그먼' 올해 노벨 경제학상 받았다
크루그먼은 고전이론보다 현실적인 경제상황에 맞춰 자기의 이론을 개발한 학자로 유명하다.

그는 선진국의 무역 패턴에 주목하면서 19세기 이후 국제 무역학이론에서 고전처럼 여겨온 리카아도의 비교우위설 이론을 배제했다.

비교우위설은 각 국가들이 다른 국가에 비해 비교적 잘 만들어내는 생산품에 주력해 다른 나라에 수출한다는 게 훨씬 낫다는 이론이었다.

프랑스는 와인, 중국은 쌀과 같은 농산물이 이 같은 비교우위에 있으므로 이들 수출품이 경쟁력이 있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크루그먼은 세계 무역을 움직히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보았다.

그는 대신 몇몇 선진국들에 의해 세계 무역은 좌우되고 있으며 이 국가들은 같은 생산품을 수출하고 수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생산에 있어 규모의 경제라는 것에 주목했다.

생산 규모를 늘리면 제품을 만들어내는 비용이 줄어들어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들 선진국은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가격을 낮추고 서로 다른 브랜드를 개발해 수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국산품과 수입품을 마음껏 선택할 수있으며 이런 선택으로 인해 무역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 간 무역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품 간 무역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독일 사람들이 미국의 차인 포드를 구입하고 미국 사람들은 독일의 차인 폭스바겐을 사는 것은 다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 걸음 나아가 사람들이 왜 도시에 많이 사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즉 수송비와 교통비의 부담이 적게 들고 다른 사람과 거래하기 편하기 때문에 도시에 산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 크루그먼은 누구인가

크루그먼 교수는 예리한 경제 분석과 뛰어난 글 솜씨로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경제학자로서는 처음으로 미국의 대표적 신문인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등 사회 참여와 현실비판에 적극적인 면모를 보여왔다.

특히 부시 대통령을 잘 공격해 '부시 저격수'라는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하다.

1953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크루그먼은 예일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1977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박사학위를 딴 이래 MIT 교수로 재직해 왔으며 2003년부터 프린스턴대 경제학부에서 활동하고 있다.

2005년에는 미국의 경상 적자를 메워주던 외국자금 상당부분이 미국 부동산 가격 '버블'을 형성하고 나아가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심화시켜 2006~2010년에 큰 금융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예견해 현재의 세계 금융위기를 미리 내다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3월에는 경제전문지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경제 침체가 2010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으며,지난달 리먼브러더스 파산 당시엔 미국 금융시장의 상황을 누가 쓰러질지 모를 '러시안 룰렛'에 비유하기도 했다.

경제 정책 및 정치 문제에도 관심이 높아 7월에는 중도성향을 보이던 민주당 대선후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에게 '미국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모색하려면 분명한 의제를 갖고 선거에 임해야 한다'고 충고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2006년에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정실주의'가 미국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으며,새 이민법안이나 사회보장세의 일부를 개인 계좌에 적립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한 사회보장 개혁안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크루그먼은 1982~1983년 레이건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일했으며 현재까지 20여권의 저서와 200편 이상의 논문을 썼다.

크루그먼은 논문 기고문 등 저술을 모두 자신의 홈페이지(http;//web.mit.edu/krugman/www/)에 올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 크루그먼과 한국의 관계

크루그먼은 15년 전 동아시아의 금융위기도 정확하게 예견해 그 명성을 날렸다.

그는 외환위기가 일어나기 3년 전인 1994년 한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가들의 발전은 생산성이 높았기 때문이 아니라 자본과 인력 등 생산요소를 너무 많이 투입한 결과라며 조만간에 위기가 몰아닥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1997년 한국이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를 겪게 되자 크루그먼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국가에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늘리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당시 IMF의 고금리 긴축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크루그먼 교수의 이러한 지적에 대해 정치 지향적이라면서 경제학의 순수성을 잃게 만든다고 비판하는 학자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


◆ 폴 크루그먼 교수 약력 및 주요 저서

△1953년 미 뉴욕 출생

△1974년 예일대 졸업,1977년 MIT 경제학 박사

△1982~83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경제자문회의 활동

△예일,스탠퍼드 등을 거쳐 2000년부터 경제학 및 국제관계학 교수로 재직 중

△1991년 전미경제학회가 40세 미만 경제학자에게 주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 수여

△1994년 포린어페어지에 발표한 논문 '아시아 기적의 신화'에서 아시아 경제 발전의 한계를 지적,우리나라에도 이름이 알려짐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고금리 재정 긴축 처방을 비판

△1998년 '달러화의 위기' 논문을 통해 미 달러화 가치 폭락 경고

△주요저서 : 기대 체감의 시대(1990),통화와 위기(1992),경제학의 향연(1994),복잡계 경제학 강의(1996),불황 경제학(1999),미래를 말하다(2007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