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현실이 천국이 아니라고 지옥이라고 할 수는 없다
"역사 교과서를 바로 잡자"


지금 학교 밖에서는 고등학교 근·현대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현행 교과서들이 좌편향적 부정의 역사관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것이 논쟁의 출발이다.

'교과서 바로 잡기'를 주장하는 쪽은 지난 10년간 좌편향 내용으로 교과서가 왜곡돼 왔다고 강조한다.

한국의 근·현대사가 식민 지배와 분단, 독재와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어 온 오류의 역사라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지금의 교과서는 불의가 승리하고 정의가 패배한 그런 나쁜 역사로 우리의 근·현대사를 기술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런 부정의 논리만으로는 한국이 지난 60여년 동안 기울여왔던 노력과 이루어온 성취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은 해방과 건국 이후 지난 60여년 동안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의 높은 경제 성장과 일면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의 대중 민주주의를 달성해 왔다.

한때 우리보다 훨씬 잘 살았던 필리핀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이 모두 지금은 우리보다 열위의 국가로 머물러 있는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자원도 자본도 없었던 굶주렸던 나라에서 출발했지만 문맹이 사라지고 남여 차별이 줄어드는 등 인권이나 민주화 측면에서 다른 어느 지역이나 국가보다 성공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도 많고 끊임 없이 새로운 문제가 생기고 있다.

최근 들어 날로 심화되는 빈부의 격차나 사회 갈등, 통일 문제들이 그런 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현실이 천국이 아니라고 해서 곧바로 식민지와 분단,경제력 격차만이 존재하는 지옥처럼 묘사하는 것은 자기 파괴적 역사관이라는 것이 교과서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의 골자다.

식민지 시기에 대한 평가에서도, 통일 문제에 대한 가치문제에서도 이 같은 견해차는 이어진다.

지금의 교과서는 식민지 시기를 일방적인 수탈체제로 보지만 그렇게 볼 경우 봉건 계급사회였던 조선시대에 대한 진지한 반성은 불가능해진다는 것이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의 지적이다.

통일 역시 마찬가지다.

해방 후 곧바로 통일을 못했기 때문에 '나쁜 분단국가'가 되었다는 논리는 자유나 민주주의보다 통일을 우선시하면서 김정일 독재를 정당화하는 반인륜적 논리가 되고 말 위험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근·현대사 교과서 문제는 우리 생글 독자에게도 매우 중요한 생각할 거리다.

교과서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듣게 되면 그 교과서를 진리처럼 알고 배워야 하는 학생으로서는 매우 당혹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잘못된 것은 이를 인정하고 고치면 될 것이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