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고등학교 교과서들은 우리가 지난 60년간 일군 경제발전에 대해 지나치게 인색하게 평가하고 있다.

어려운 여건에서 이룩한 눈부신 경제 성장보다는 그 과정에서 빚어진 시행착오를 상대적으로 크게 부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경제,근현대사,사회,국사 등 현행 교과서의 경제관련 서술을 검토한 결과 337개 항목이 편향된 시각에서 서술된 것으로 보고 교육과학기술부에 수정건의서를 전달 한 바있다.

대한상의 외에도 현행 교과서로는 학생들에게 바람직한 경제관을 소개하지 못한다며 여러 단체들이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 종속이론에서 비판적으로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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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사를 논할 때 '경제 성장'은 빠질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이룬 초고속 경제 성장은 국제사회에서 '한강의 기적'으로 불릴 정도로 높게 평가받고 있다.

경제 성장으로 삶의 질은 급속도로 개선되었고 교육 혜택을 받은 중산층이 두텁게 형성돼 민주주의가 발달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전기가 마련됐다.

그러나 기존의 몇몇 교과서는 이러한 경제 성장을 지나치게 부정적인 시각으로 서술하고 있다.

'절대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대외 의존도 심화와 경제력의 재벌 집중,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 확대,사회 계층 간의 경제적 불균등 심화 등과 같은 부작용' 등 성과보다 큰 비중으로 언급하고 있다.

물질적으로 부유해 졌지만 사회적으로 더 큰 부조리에 휩싸였다는 것이 요지다.

이러한 주장은 과연 타당한가.

산업화 과정을 다시 한번 돌아보자.

일제 식민 통치 전 조선은 왕조체제 신분제 사회였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해방된 우리는 근대화를 경험해 본 바 없었다.

한국에 남겨진 숙제는 이 땅에 근대적 국가를 세우고 시민권을 향상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해방 후 좌우이념의 대립으로 나라는 혼란에 빠졌으며 이어 6·25 전쟁이 터지고 다시 혼란에 빠졌다.

여전히 한반도는 세계 최빈곤 지대로 남아 있었다.

본격적인 경제 개발은 1961년 박정희 군사 정권이 집권하면서 시작됐다.

1961년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은 82달러.

수출주도형 공업화가 추진되면서 국민소득은 1987년 3218달러,1995년 1만달러를 초과하기에 이른다.

우리가 60년대 이후 초고속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제2차 세계대전 후 급속도로 팽창한 국제무역시장에 우리 문을 활짝 열었던 요인이 크다.

수출 공장이 곳곳에서 돌아가자 농업국가 한국은 공업사회로 빠르게 탈바꿈할 수 있었다.

농촌의 청년들은 도시로 몰려들었다.

물론 도시의 열악한 근로환경에서 나이 어린 청소년들의 희생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경제 성장과 함께 중산층으로 성장하고 민주화 주도 세력으로 부상했다.

1970년대 들어 중화학 공업 육성책은 한국 경제를 한 단계 더 도약시켰다.

오늘날 우리나라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 조선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등은 모두 이 무렵 공장이 설립되었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포철 등 대기업 그룹도 이 무렵 그룹 모습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 대다수 국민 산업화 혜택

60~80년대 30년간 이룩한 이러한 성과는 1950년대 같은 출발선상에 있었던 국가들과 비교해 유일한 것이었다.

인도 중국 필리핀 아르헨티나 등의 국가들이 아직 개발도상국에 머물러 있는 것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대한민국과 같은 선택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산업화로 빈부 격차가 확대됐다고 하지만 산업화는 어느 정도의 교육과 소득 수준을 갖춘 두터운 중산층을 탄생시켰다.

중산층이 두터워졌기에 민주화도 가능했던 것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당시 IMF IBRD 등이 설립되면서 미국 중심으로 새로 형성된 세계 경제 체제에 참가함으로써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대외무역에 집중한 결과다.

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가 확대됐다는 지적도 전체를 간과하고 있다.

공업화의 영향으로 농어업 인구가 크게 줄어 농어업 인구의 8%를 제외한 대다수 국민들은 산업화 혜택을 누렸다.

건국 후 대한민국은 최선의 길을 선택해 근대화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던 것이다.

물론 우리가 이룩한 경제 성장의 뒤엔 어둠도 존재한다.

밝음과 어둠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존재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선택을 하느냐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선택을 끊임없이 묻고 있다.

김영주 한국경제 인턴 cocom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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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바로잡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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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사 교과서가 왜곡됐다는 데 공감하는 사회 단체들과 저명인사들은 교과서의 평향된 시각을 지적하는 것은 물론 이를 일선 학교에 알리는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기존의 6종 근현대사 교과서 중 가장 좌편향됐다고 하는 금성교과서는 서울시내 고교 채택률 51%에 이른다.

다른 교과서들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어느 정도 편향되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단순한 수정 요구로는 교육현장에서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갖도록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에 착안해 저명인사들은 서울 시내 304개 고교를 대상으로 ‘근현대사 바로알기’ 특강을 준비 중이다.

지난 60년 대한민국 역사에서 잘한 부분보다 잘못한 부분만 강조한 역사교육만을 받고 있는 고등학생들에게‘성공한 대한민국’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이 강의를 추진하고 있는 학교운영위원회총연합은 40명이 넘는 강사단을 조직하고 강연 주제도 마련했다.

그러나 교과서 수정에 반대하는 단체의 반대로 아직 구체적 강연 일정은 잡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