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투기, 양날의 칼
'미국식 금융자본주의는 몰락하는가?'

'투자은행들의 투기놀음에 전세계 금융시장 휘청'

최근 미국발 세계 금융시장의 대혼돈 상황을 두고 세계 주요 일간 신문들이 보도한 제목들이다.

영국의 경제신문인 파이낸셜타임스는 '주가가 폭락하는 등 세계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진 것은 미국 투자은행 때문'이라며 투기가 금융위기의 주범이라고 비판했다.

투자은행 같은 금융기관은 아예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거품의 원천인 투기와 투자는 실은 엄격하게 구분하기 힘들다.

사전적으로는 자산의 실질적인 가치 증대를 기대하는 것은 투자이고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행위는 투기로 불린다.

선물시장에서는 가격하락 위험을 떠안으면서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거래를 투기 거래, 가격 변동의 위험을 부담하지 않는 안정적인 거래를 헤지(hedge)거래라고 구분한다.

하지만 상품 주택 농산물 등 일반 거래에서 투자와 투기를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힘들다.

단기 시세차익 목적인지, 실질 자산가치 상승을 기대하는지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기를 투자와 구분해 비판하는 것은 투기가 사회 전체에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투기는 대부분 공급 부족 상태에서 가격이 급등할 때 발생한다.

주택이나 농산물처럼 신규 상품을 공급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경우 투기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

돈이 너무 많이 풀렸거나(낮은 이자율) 사람들의 기호가 바뀌어 한꺼번에 구매하려고 몰려 들 경우에도 거품과 투기가 생긴다.

사회적으로 파문을 일으킨 투기는 화폐 경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700년대부터 나타났다.

널리 알려진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는 튤립 뿌리 선물 시장이 등장하면서 발생했다.

터키에서 들어온 튤립은 당시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패해 지배 계층이 몰락한 네덜란드 사회에 부유층의 상징으로 통했다.

황소 45마리의 가격에 해당하는 3000길드까지 올랐던 튤립구근 가격은 어느날 아침 300달러 수준으로 폭락, 온 나라를 뜨겁게 달궜던 투기 열기를 잠재웠다.

투기는 수십년 간격으로 반복되었다.

영국의 남해회사 투기, 프랑스의 미시시피 투기, 영국 베어링증권 파산, 일본의 부동산 투기, 미국의 닷컴 투기 등등….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러한 투기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거나 경제 금융이 발달한 국가에서 자주 나타났다.

돈은 수익률이 높은 곳으로 몰린다는 원리를 감안하면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그 근저에는 인간의 끊임없는 탐욕이 자리잡고 있어 이를 차단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도 정책 당국들은 적극 나서고 있다.

박주병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b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