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파생금융상품 회수 불능 세계 금융위기로 번져
흔히 주가는 '경제의 거울'이라고 한다.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경제가 그만큼 침체되고 있다는 의미이고 주가가 오르는 것은 경제가 활황이라는 뜻이다.

세계 주가가 폭락하는 것은 미국 부동산 가격의 하락으로 대형 금융기관들이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해 세계 경제의 자금이 제대로 순환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 대출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던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들이 대출금 회수 부진으로 파산 위기에 몰려 금융 시장 판도가 크게 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주택가격 거품은 어떻게 만들어 지나

2000년대 들어 미국의 주택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최신 금융기법으로 금융회사들이 대출 자금을 쉽게 조달해 주택 구입자들에게 빌려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국 사람들도 우리처럼 집을 살 때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산다.

미국의 은행과 주택금융 회사들은 빌려준 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담보로 주택저당증권(MBS 용어설명 참조)을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판다.

그렇게 하면 돈을 빌려간 사람들이 대출금을 상환하는 만기까지 기다리지 않고도 빌려준 돈을 상당 부분 회수할 수 있다.

투자은행들은 이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

은행이나 주택금융회사들이 발행한 주택저당 채권을 매입해 수수료를 받고 투자자들에게 넘기는 데 그치지 않고,이를 기초로 부채 담보증권(CDO 용어설명)이라는 또 다른 파생금융상품을 만들어 팔았다. (어렵지만 끝까지 읽어봅시다)

심지어 기존 CDO를 담보로 잡은 2차 CDO를 만들어 팔기도 했다.

파생금융 상품이 새로 만들어 질수록 주택 한 채를 담보로 조달되는 돈은 점점 커져만 갔다.

예를 들어 10만달러의 가치를 지닌 주택 대출 채권을 담보로 서너 단계를 거치면 30만~40만달러가 운영되는 셈이었다.

이처럼 금융기관들이 주택 대출금을 쉽게 조달하게 되자 주택을 담보로 집을 구하려는 사람들도 줄을 이었다.

소득이 적거나 신용이 낮은 사람도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이른바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서브 프라임모기지란 프라인보다 한단계 낮은, 다시 말해 신용이 불량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신용등급이다. 모기지는 주택담보대출을 말한다.

문제는 신용이 불량한 만큼 당연히 이자가 높았고 이 높은 이자를 서로 따먹기 위해 금융기관들의 엄청난 대출자금이 몰려들었던 것이다.

투자은행들은 파생금융 상품을 만들면서 담보 채권의 부도 위험을 치밀하게 계산해 금리에 반영시켰다.

하지만 집값이 하락하면서 주택담보 대출금이 회수되지 않자 미국의 금융 시스템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비우량 담보대출을 기초로 한 채권과 증권의 가격이 폭락했고,이는 금융기관들의 연쇄 부실로 이어졌다.

위험을 끊임없이 분산시키면 완전히 없앨 수 있다는 금융상품 설계자들의 설명도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위험은 여러 투자자에 분산되어 있었을 뿐 없어지지는 않았다. 위험은 시차를 두고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 정부 금융 정책의 실수

이번 금융위기의 책임은 금융시장을 관리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FRB는 1990년대 후반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펼쳤다.

그린스펀 의장의 주도로 FRB는 2001~2004년에 총 13여 차례에 걸쳐 5.5%포인트나 정책금리를 내렸다.

1~2%대의 낮은 금리가 지속되자 대출이 급격히 늘어났고 주택 가격은 서서히 거품을 형성했다.

미국의 만성적인 무역적자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달러화 가치 덕분에 과소비를 해오던 미국 국민들은 집을 구입하는 데도 빚을 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역시 과소비는 언제나 문제를 일으킨다. (우리들도 조심해야 한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자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집을 구입하는 서민들이 늘어났고 은행 등 미국의 금융회사들은 이를 부추긴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과도한 저금리 정책을 편 결과 시중에 돈이 흘러 넘쳐 부동산 가격 거품을 낳았고, 거품이 꺼지면서 금융위기가 닥친 것이다.

⊙ 은행도 판도 바뀐다

이번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주역의 하나로 꼽히는 투자은행은 앞으로 입지가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세계 5대 투자은행 중에서 JP모건 메릴린치 리먼브러더스 등은 다른 업체에 넘어가거나 파산위기에 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은행 대신 초대형 상업은행이 주도하는 금융기관이 앞으로 금융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금융기관 부실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감안해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의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상업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메릴린치를 인수한 것을 예로 들며 "기존의 투자은행 모델은 지고 전통적인 상업은행이 세계의 금융 중심으로 다시 부상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박주병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bp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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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 설명

[Cover Story] 파생금융상품 회수 불능 세계 금융위기로 번져
△ 주택저당증권(MBS)
= 주로 은행들이 주택자금을 대출할 때 담보로 받은 저당권이나 대출채권 자체를 근거로 발행된다.

은행은 이 증권을 다른 금융기관에 매각해 자금을 미리 회수하게 된다.

투자자(증권매입자)는 주택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주게 되는 이점이 있지만 주택 가격이 급락할 경우채권을 회수할 수 없는 위험이 있다.

△ 부채담보증권(CDO) = 회사채, 금융기관 대출채권 자산담보부증권 (ABS) 등을 한데 묶어 만든 신용 파생상품이다.

CDO는 담보로 사용된 대출채권이나 회사채가 제때 상환되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진다.

CDO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불거진 후 채권 가격이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혔다.

△ 서브프라임모기지 =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고금리로 주택 마련 자금을 빌려 주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을 말한다.

주택담보대출은 신용도가 높은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라임(prime)과 중간 정도의 신용을 가진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알트 A(Alternative A),신용도가 기준 이하인 저소득층을 상대로 하는 서브프라임 등 3등급으로 구분된다.

서브프라임 등급의 대출은 프라임 대출보다 금리가 2~4%포인트 정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