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세계 주가 폭락 100년만의 금융위기
세계 금융시장이 대혼돈에 빠져 있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미국의 리먼브러더스와 메릴린치가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 지난 주 미국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중국 일본 러시아 런던 등 세계 각국의 주가가 도미노처럼 급락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미국의 주택금융회사와 투자은행 보험회사 등에 수천억달러의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주가뿐만 아니다.

유동성 위기에 금융회사들이 세계 각국에 투자해 두었던 투자 자금을 회수하면서 통화가치도 급변하고 있다.

유로와 엔화는 달러화의 신뢰하락으로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소규모 국가들의 통화는 외국인 투자 자금의 유출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렸던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금의 상황을 100년에 만에 한 번 올까 말까할 정도로 큰 위기라고 진단한다.

기업들은 회사 경영에 필요한 돈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개인들은 증권투자 손실이 커지면서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은 왜 이렇게 위기에 처한 것일까.

한마디로 경제의 거품이 붕괴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거품 붕괴는 과거에도 있었다.

1997년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들이 과잉투자의 후유증으로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주가가 폭락했고, 일본도 금융회사들의 부실 여파로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과도하게 상승했던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이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 주었던 금융회사들이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해 유동성 위기에 몰리고 주가도 폭락했다.

자산 담보 대출-자산 가격 거품 붕괴-대출금 회수 부진-금융회사 파산의 과정이 공통점이다.

하지만 이번 세계 주가 폭락은 주택가격 하락 외에 첨단 선진 금융기법의 한계를 노출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투자은행들은 금융공학 기법을 이용해 대출금을 담보로 파생적인 금융상품을 몇 단계에 걸쳐 만들어 세계 소매 금융회사에 팔았다.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유동화기법, 금융공학을 활용한 위험 제거기법 등 첨단 금융기법을 활용해 세계 시장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미국의 주택 구입자들에게 자금을 빌려 주었으나 주택 가격의 하락으로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자 그 파급영향이 전 세계로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만들어낸 것이 바로 투자은행들이다.

수억원대의 연봉을 받으며 미국 월가를 주름잡는 사람들이다.

투자은행은 주식 채권의 발행이나 펀드설립 운영 등 투자와 관련된 업무로 주로 하는데 미국 회사들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국제 간 기업 인수합병이나 헤지 펀드 운용도 미국 투자은행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식 금융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주병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b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