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사상 최대 減稅로 경제 살린다
17세기 영국왕 윌리엄 3세는 벽난로가 있는 주택을 호화주택으로 간주해 세금을 매겼다.

하지만 집에 벽난로가 있는지를 정부가 일일이 조사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성실히 신고한 사람만 세금을 내게 된다는 불만이 팽배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집 외부에서 쉽게 확인 가능한 창문수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했다.

그랬더니 영국 국민들은 세금을 줄이기 위해 일제히 창문을 없애버리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는 서구 문물을 적극 수용하기 위해 러시아 남자들의 긴 수염을 깎도록 했지만 좀처럼 지켜지지 않았다.

그래서 수염을 기르는 남자에게만 따로 세금을 매기자 너도나도 수염을 깎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창문세'와 '수염세'의 일화는 세금이 사람들의 행동양식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누구나 세금을 내는 것에 대해 불평하지만 그렇다고 세금의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중고생들 역시 마찬가지다.

얼핏 자신은 한 푼도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받는 영수증이나 패스트푸드점의 음식 계산서를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부가가치세가 매겨져 나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가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동안 반드시 짊어져야 하는 것이 세금이다.

거꾸로 말하자면 법체계상 최상위에 놓여 있는 헌법에서 부여한 의무인 납세의 의무를 능력껏 다할 때만 당당한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은 똑같이 헌법상의 의무에 속하는 병역의무를 회피한 이는 냉혹하리만큼 단죄를 가하면서도(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병역 이행 약속을 지키지 않은 가수 유승준이 여지껏 국내 활동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유독 탈세에 대해서는 '요령껏 안 낼 수도 있지' 하는 식으로 온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게 현실이다.

그동안 민초(民草)들이 집권층으로부터 '가렴주구(苛斂誅求,가혹하게 세금을 거둬들이고 백성의 재물을 빼앗음)'를 당해왔던 역사적 경험이 사람들의 유전자 속에 깊게 각인된 탓일까.

세금을 포탈하면 다시는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가혹하게 벌하는 미국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지난 1일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을 두고 '부유층만을 위한 감세'라는 비판과 세금 인하가 결국 경기 활성화 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조세제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양식이 바뀌기도 하는 것을 감안하면 논란은 당연하다.

차기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