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몸과 마음' 누가 누구를 지배하나?
영국의 레딩대 과학자들은 쥐의 뇌 세포로 만든 인공 두뇌에 의해 조종되는 '고든'이라는 작은 로봇을 최근 개발했다.

이 로봇은 뇌가 갖고 있는 뉴런(뇌신경 세포)의 전기 신호에 따라 몸체를 움직인다.

로봇에 달린 센서가 장애물과 충돌한다는 위험 정보를 뇌에 전달하면 뉴런들이 이에 반응해 다른 쪽으로 가도록 방향 전환을 지시한다.

다른 로봇들이 직접 부딪치고 나서 방향전환을 하는 것과 천양지차다.

인간의 두뇌를 사용하는 로봇도 등장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로봇에는 인간과 같은 마음이 있을까 없을까?

인간의 마음에 대한 연구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화두 중의 하나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수많은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이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생각하고 궁리하고 또 생각했다.

온갖 상상을 이끌어냈다.

동양에선 마음(心)을 인체를 총괄하는 군주라고 표현했다.

이런 생각을 깨고 나선 사람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을 남긴 프랑스의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였다.

데카르트는 인간이 당연히 시계처럼 자연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의 하나라고 밝혔다.

또 신의 영역인 정신과 육체는 확실히 분리된 존재라고 판단했다.

이런 데카르트적 사고 방식은 지난 300년 동안 과학 발전을 이끌어왔고 또 현재도 과학계를 지배하고 있다.

그렇지만 데카르트는 몸과 마음이 서로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숙제로 남겨뒀다.

이후 철학자와 과학자들은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의식에 대한 연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명상이나 초과학 텔레파시 선(禪) 등 과학계 밖에서의 연구가 횡행했다.

그러나 최근 정신과학과 뇌과학의 급격한 발전은 몸과 마음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다.

우리의 마음은 뇌의 활동에 불과하며 이 활동은 고도의 설계된 기계처럼 자극을 받아 연쇄적으로 반응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데카르트적 사고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이론이다.

DNA를 발견한 과학자 프란시스 크릭은 "우리가 갖고 있는 즐거움과 슬픔, 소중한 기억, 포부, 자유의지 등은 실제로는 신경세포의 거대한 집합, 또는 그 신경세포들과 연관된 분자들의 작용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만일 마음이 단순히 뇌세포의 작용에 불과하다면 신은 무엇이며 인간은 자유의지를 갖지 못하는 다만 복잡한 기계에 불과한 것일까.

언젠가는 로봇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게 되지는 않을까.

뇌는 무게가 1500g에 불과하지만 신경전달물질이 1000조개가 넘는 신경세포를 연결해 각종 정보를 슈퍼컴퓨터보다 100배나 빠르게 처리하는 힘을 갖고 있다.

현재까지 인류가 알아낸 뇌의 지식은 뇌기능 전체에 불과 1%도 되지 않는다는 연구도 있다.

과연 마음의 정체, 뇌의 정체는 무엇이고 몸과 마음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인간의 의식은 무엇일까.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