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세계는 지금 '탄소 제로 그린홈'에 올인


태양광·풍력 등 쓰는 친환경 주택단지 건설

세계 각국이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주택인 '그린 홈(Green Home)' 개발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도시 전체가 그린홈이라 할 수 있는 '탄소 제로(0) 도시' 프로젝트는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에서도 적극 추진되고 있다.

각국 정부의 지원책과 기업들의 에너지 효율화 경쟁도 올림픽 메달 경쟁 못지않다.

한국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친환경 성장을 이루기 위한 방안으로 '그린홈 백만호 프로젝트'를 내놓으며 그린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린홈은 지속 가능한 녹색 성장의 핵심 요소로 집중 조명받고 있다.

⊙ 그린홈이란

그린홈은 태양광 지열 풍력 수소·연료전지 등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해 집안에서 가족들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자급하고 탄소 배출을 '제로'로 하는 친환경 주택을 뜻한다.

현재 주택은 실내 난방과 냉방 등을 위해 석유나 석탄 등 탄소 에너지를 이용한다.

단열이 잘 되지 않아 많은 화석 에너지가 소비되며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런 단점을 개선한 것이 바로 그린홈이다.

그린홈은 에너지원으로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해 주택의 에너지 생산 단계에서부터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최근 영국이나 일본에서 공개된 그린홈 모델을 보면 태양 에너지가 에너지원으로 주로 이용된다.

지붕 위에 고효율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생활하는 데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고, 옆에는 태양열 온수기를 올려놓아 물을 데운다.

태양광 외에도 주택의 마당 한 편에는 소형 풍력 발전기를 세우거나 지하에는 지열을 활용한 발전 시설을 설치할 수 있어 기후와 환경 조건에 따라 에너지 공급원으로서 다양한 신재생 에너지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연료 전지도 활용 가능하다.

완벽한 단열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 절대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것도 그린홈의 필수 조건이다.

주택을 지을 때 바닥에는 단열 효과가 큰 중량 콘크리트를 사용하고, 벽에는 두께 18㎝의 초고성능 단열재를 넣는다.

창문은 삼중 유리로 만들어 외부로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최소화했다.

차가운 바깥 공기의 온도를 실내 온도 수준으로 올린 뒤 집안으로 유입되게 하는 환기 조절장치도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에너지 손실을 줄여 에너지 사용을 감축하고,집안에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했다.

지붕에 이끼를 심는 등 소규모 녹지를 조성해 주택 내부 온도를 낮추는 천연 단열 효과를 이용하고 있다.

⊙ 그린홈 주택 상용화 경쟁

그린홈 주택은 상용화 직전 단계다.

일본과 영국이 가장 앞서 있다.

지난달 일본 홋카이도 도야코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에선 일본 건설업체 세키스이하우스가 국제미디어센터(IMC) 바로 옆에 '그린홈'을 지어 각국 언론의 관심을 모았다.

시범 설치된 4인용 단층 주택(건축 면적 196㎡)은 풍력 발전기와 태양 전지판만으로 에너지 자급 시스템을 만들었다.

일본 주택 평균 사용 전력의 5배인 15㎾의 전력을 생산, 에너지 공급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없앴다고 이 회사는 설명했다.

영국 대형 주택건설업체인 바라트개발도 지난 5월 주택 시장에 바로 공급할 수 있는 그린홈 양산 모델을 선보였다.

바라트는 2011년까지 영국 브리스톨에 그린홈 200채를 지을 계획이다.

이 모델하우스는 침실 3개를 갖춘 3층 건물로 완벽한 단열과 에너지 절감이 핵심 포인트다.

⊙ '탄소 제로' 도시 건설 붐

탄소 제로 도시는 화석 연료를 쓰지 않아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거나 청정 에너지를 자체 생산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상쇄시키는 친환경 도시를 말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탄소 제로 도시는 아부다비 '마스다르 시티'다.

총 220억달러를 투입해 태양열 및 풍력 발전,쓰레기 배출 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7단계 공사를 거쳐 2016년 완공된다.

중국 동부 연안 충밍섬의 '동탄 프로젝트'에는 총 13억달러가 투입돼 2050년 인구 50만명의 도시가 탄생한다.

에너지 자급자족은 물론 완벽한 수(水)처리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이 밖에 캐나다의 '선창가 그린 프로젝트'는 시내에서 전기 자동차만 운행토록 할 방침이며 에너지 절약 주택 1000채를 짓는다.

덴마크의 'H2PIA'는 프로젝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수소(H2) 에너지를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탄소 제로 도시다.

태양열과 풍력 에너지에서 뽑은 에너지로 수소 연료전지를 충전해 도시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 각국 정부의 정책 지원

각국 정부도 정책 지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풍부한 일조량에도 불구, 태양광 발전이 전체 에너지 수요의 1%가 채 안 되자 태양광 발전에 대한 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향후 3~5년 사이에 주택용 발전기기 가격을 지금(230만엔·약 2190만원)의 절반으로 낮추고 태양열 발전 주택으로 바꾸는 사람에게 각종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줄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신축 주택의 70% 이상을 태양열 발전 주택으로 짓는다는 목표다.

현재 주택 한 채에 태양광 발전 장비를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 230만엔(약 2190만원)을 5년 안에 110만엔(약 1000만원)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작년 '에너지 독립 및 안전법'을 제정,에너지 효율화와 청정 에너지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에너지 확보 분야에선 바이오 연료 개발에 집중하고 에너지 절약은 조명과 빌딩의 에너지 효율화에 초점을 맞춘다.

조명의 경우 LED 등을 활용해 효율을 2012~2014년까지 24% 향상시키고 2020년엔 20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또 상업용 빌딩은 2018년까지 순 에너지 사용량을 제로(0)로 떨어뜨리기로 했다.

이 밖에 정부와 민간 공동기구인 '에너지 효율화 컨소시엄(CEE)'을 구성, 자금(작년 37억달러)을 지원하고 있다.

유럽은 '2020년까지 에너지 20% 절감'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이를 통해 매년 600억유로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종 에너지 사용자가 에너지 사용을 효율화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의 75%까지 지원하고 소형 열병합발전소를 1000개 짓는다는 목표다.

공공기관은 '에너지 스타' 등급을 받은 제품만 조달해 사용토록 했다.

이와 함께 고효율 빌딩의 표준을 개발, 적극 장려하고 있다.

서기열 한국경제신문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