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중화(中華)주의 부활하나
TV를 통해 베이징 올림픽 경기를 관람하다 보면 똑같은 글씨가 새겨진 셔츠를 입은 중국 응원단들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중국을 사랑한다는'I love china'.

지난 7월 쓰촨성 대지진이 났을 때 처음 등장한데 이어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애국 구호의 셔츠이다.

중국인들의 애국주의 민족주의가 올림픽을 통해 표현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올림픽 개막식에서 중화(中華)의 부활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화약 종이 나침반 인쇄술 등 중국의 4대 발명품을 세계에 자랑하며 중국인들의 자긍심을 키웠다.

중국의 거장 장이머우가 만들어낸 부드러움과 격렬한 소리와 빛이 조화를 이룬 식전행사와 5000년 역사를 길이 147m의 전자 두루마리에서 풀어내는 모습은 세계 스포츠 축제가 국가주의로 변질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게했다.

올림픽 개막 직전 중국은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외국에 민족주의적 대응을 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티베트의 인권 문제를 들어 가장 먼저 올림픽 개막식에 불참을 선언한 프랑스는 중국에서 불매운동과 프랑스 관광 거부라는 무차별 공격을 받았다.

니콜라스 사르코지 대통령은 올림픽 불참 의사를 번복해야 했다.

중국은 그동안 민족을 강조하지 않았다.

전 세계 노동자 대단결을 목표로 하는 사회주의에서 '민족'은 처치해야 할 대상 1호였다.

그러나 1970년대 말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정책 이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며 빈부 격차 등이 사회 문제로 등장하자 통치 이념으로 민족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경제신문 파이낸셜타임스는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보도하며 '덩샤오핑이 1970년대 경제개혁을 시작할 때부터 유지해 온 도광양회(韜光養晦·조용하게 힘을 키우자라는 의미)정책이 이제 끝났다'고 적었다.

문제는 중국의 민족주의가 패권적 중화주의로 변질될 가능성이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고 인근 나라는 오랑캐라고 보는 중화주의는 수시로 다른 나라를 괴롭히는 패권주의적 모습을 드러냈다.

그럴 때마다 동양의 약소국들은 중국 황실에 조공을 바쳐야 하는 수모를 겪었다.

물론 중국의 민족주의가 아직은 애국주의에 머물러 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그러나 최근 부국강병을 강조하는 일련의 과정을 볼 때 민족주의가 배타적이거나 패권적 중화주의로 변질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박주병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b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