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광우병 위험 경고했던 '리처드 로즈' 박사 입장 철회
"내가 예상했던 인간 광우병(vCJD) 대재앙은 일어나지 않았으며,멀지 않은 미래에 광우병은 사라질 것입니다."
인간 광우병으로 인해 인류에 대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던 퓰리처상 수상자 미국의 리처드 로즈(Richard Rhodes) 박사(사진)가 자신의 견해를 철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최근 조선일보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조선 5일자 2면 보도)에서 1997년 발간한 자신의 저서 '죽음의 향연:광우병의 비밀을 추적한 공포와 전율의 다큐멘터리(Deadly Feasts)'의 일부 내용은 책 발간 후 상황이 많이 바뀌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의 책 한국어판은 2006년 10월 국내 출판된 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촛불 시위가 한창일 때 광우병 위험을 경고하는 논거로 집중 활용됐다.
특히 일부 과격 촛불 시위자들은 로즈의 주장을 세계적 전문가 견해인 것처럼 떠받들기도 했다.
⊙ "담배 한개비 피우고 암 걸릴 확률보다 낮다"
리처드 로즈는 우선 광우병 대재앙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이 책을 쓸 당시에는 영국이 축산업 보호를 위해 진실을 숨기는 상황이었다면서 영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그동안 대책을 세워 지금은 광우병 위험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책에서 2015년이면 수십만명이 광우병으로 사망하는 대재앙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던 그는 "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광우병 위험이 있는 소 수백만 마리를 도살 처분했고,이후 여러 나라에서 동물성 사료를 금지했기 때문에 인간 광우병의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긴 잠복기 때문에 앞으로 소수의 인간광우병 환자가 발생할 수는 있겠지만 이들은 모두 이런 조치가 취해지기 이전에 감염된 사람들이며,이후 새로 감염되는 경우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제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인간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담배 한개비 피우고 암에 걸리거나 벼락을 맞을 확률보다 더 낮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소에서 광우병을 발병시킨 프리온이 인간에게 옮겨가 인간 광우병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변형'이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이종(異種)간 감염은 그리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단백질을 많이 먹을 수 없는 '통풍'이라는 병을 앓아 한동안 쇠고기를 먹지 않았지만 병이 호전된 2년 전부터는 미국산 쇠고기를 다시 즐기고 있다"며 "미국 식품 안전에 있어 취약한 점은 광우병이 아니라 O-157 같은 대장균"이라고 했다.
광우병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일본처럼 모든 소에 대해 전수 검사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표본 검사로도 충분하며, 그럴바엔 차라리 그 돈을 금연 교육에 쓰는 게 나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책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해 "책을 쓸 당시에는 영국 정부가 진실을 숨기고 자국의 축산업을 보호하려 했기 때문에 광우병의 위험을 전 세계에 알리고 경고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 '죽음의 향연'은 어떤 책이기에?
리처드 로즈는 자신의 저서 「죽음의 향연」에서 과학자들이 인간 광우병의 발생 원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을 근거로 광우병의 위험성을 강도 높게 경고했다.
그는 광우병이 처음 발견됐을 당시 영국 정부와 보건 당국의 기만이 전 세계인들을 광우병 위기로 몰아 넣었다고 주장했다.
발병 초기에 광우병 감염원을 제대로 차단하지 못했기 때문에 광우병을 보균한 가축들이 인간의 식품 유통망 속으로 흘러들었고 결국 인간 광우병이 발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간 광우병의 평균 잠복기가 25~30년이라고 보면 2015년 무렵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다.
그는 또 젖소에게서 많은 양의 우유를 짜 내고자, 소에게서 더 많은 고기를 얻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광우병이 생겨났다면서 인간의 잔혹함을 고발했다.
광우병의 기원에 대해서도 적었다.
뉴기니 오지 원주민의 식인 풍습은 '쿠루'라는 전염성 뇌질환을 낳았고, 이 병은 양에게서 발병한 '스크래피'나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인간 광우병)과 마찬가지로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숭숭 뚫리는 해면상 뇌증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리처드 로즈는 하버드 대학교와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교에서 방문 교수를 지냈으며 소설과 논픽션을 포함 20여권의 책을 펴냈다.
포드 재단,구겐하임 재단 등 세계 유수의 단체로부터 후원을 받아 연구 및 저술활동을 해오고 있다.
논픽션 「원자 폭탄만들기(The Making of the Atomic Bomb)」로 1988년 퓰리처상을 받았으며 1987년 전미 도서상과 전미 도서 비평가 협회상을 받았다.
수소 폭탄의 개발을 다룬 논픽션 「다크 선(Dark Sun)」은 1996년 퓰리처상 역사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박정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parkbig@hankyung.com
"내가 예상했던 인간 광우병(vCJD) 대재앙은 일어나지 않았으며,멀지 않은 미래에 광우병은 사라질 것입니다."
인간 광우병으로 인해 인류에 대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던 퓰리처상 수상자 미국의 리처드 로즈(Richard Rhodes) 박사(사진)가 자신의 견해를 철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최근 조선일보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조선 5일자 2면 보도)에서 1997년 발간한 자신의 저서 '죽음의 향연:광우병의 비밀을 추적한 공포와 전율의 다큐멘터리(Deadly Feasts)'의 일부 내용은 책 발간 후 상황이 많이 바뀌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의 책 한국어판은 2006년 10월 국내 출판된 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촛불 시위가 한창일 때 광우병 위험을 경고하는 논거로 집중 활용됐다.
특히 일부 과격 촛불 시위자들은 로즈의 주장을 세계적 전문가 견해인 것처럼 떠받들기도 했다.
⊙ "담배 한개비 피우고 암 걸릴 확률보다 낮다"
리처드 로즈는 우선 광우병 대재앙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이 책을 쓸 당시에는 영국이 축산업 보호를 위해 진실을 숨기는 상황이었다면서 영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그동안 대책을 세워 지금은 광우병 위험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책에서 2015년이면 수십만명이 광우병으로 사망하는 대재앙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던 그는 "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광우병 위험이 있는 소 수백만 마리를 도살 처분했고,이후 여러 나라에서 동물성 사료를 금지했기 때문에 인간 광우병의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긴 잠복기 때문에 앞으로 소수의 인간광우병 환자가 발생할 수는 있겠지만 이들은 모두 이런 조치가 취해지기 이전에 감염된 사람들이며,이후 새로 감염되는 경우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제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인간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담배 한개비 피우고 암에 걸리거나 벼락을 맞을 확률보다 더 낮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소에서 광우병을 발병시킨 프리온이 인간에게 옮겨가 인간 광우병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변형'이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이종(異種)간 감염은 그리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단백질을 많이 먹을 수 없는 '통풍'이라는 병을 앓아 한동안 쇠고기를 먹지 않았지만 병이 호전된 2년 전부터는 미국산 쇠고기를 다시 즐기고 있다"며 "미국 식품 안전에 있어 취약한 점은 광우병이 아니라 O-157 같은 대장균"이라고 했다.
광우병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일본처럼 모든 소에 대해 전수 검사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표본 검사로도 충분하며, 그럴바엔 차라리 그 돈을 금연 교육에 쓰는 게 나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책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해 "책을 쓸 당시에는 영국 정부가 진실을 숨기고 자국의 축산업을 보호하려 했기 때문에 광우병의 위험을 전 세계에 알리고 경고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 '죽음의 향연'은 어떤 책이기에?
리처드 로즈는 자신의 저서 「죽음의 향연」에서 과학자들이 인간 광우병의 발생 원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을 근거로 광우병의 위험성을 강도 높게 경고했다.
그는 광우병이 처음 발견됐을 당시 영국 정부와 보건 당국의 기만이 전 세계인들을 광우병 위기로 몰아 넣었다고 주장했다.
발병 초기에 광우병 감염원을 제대로 차단하지 못했기 때문에 광우병을 보균한 가축들이 인간의 식품 유통망 속으로 흘러들었고 결국 인간 광우병이 발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간 광우병의 평균 잠복기가 25~30년이라고 보면 2015년 무렵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다.
그는 또 젖소에게서 많은 양의 우유를 짜 내고자, 소에게서 더 많은 고기를 얻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광우병이 생겨났다면서 인간의 잔혹함을 고발했다.
광우병의 기원에 대해서도 적었다.
뉴기니 오지 원주민의 식인 풍습은 '쿠루'라는 전염성 뇌질환을 낳았고, 이 병은 양에게서 발병한 '스크래피'나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인간 광우병)과 마찬가지로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숭숭 뚫리는 해면상 뇌증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리처드 로즈는 하버드 대학교와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교에서 방문 교수를 지냈으며 소설과 논픽션을 포함 20여권의 책을 펴냈다.
포드 재단,구겐하임 재단 등 세계 유수의 단체로부터 후원을 받아 연구 및 저술활동을 해오고 있다.
논픽션 「원자 폭탄만들기(The Making of the Atomic Bomb)」로 1988년 퓰리처상을 받았으며 1987년 전미 도서상과 전미 도서 비평가 협회상을 받았다.
수소 폭탄의 개발을 다룬 논픽션 「다크 선(Dark Sun)」은 1996년 퓰리처상 역사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박정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parkbi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