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권 자체를 보장 못받아
[Cover Story] 북한의 인권 실태…기아에 허덕
'회색 콘크리트 건물의 을씨년스러운 북한의 탈북자 수용소.

경비병이 임산부들의 배를 발로 사정없이 걷어차자 임산부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조국을 등진 배신자의 아들이라며 초등학교 또래 아이들의 가슴팍에도 군화발이 마구 올라간다.

겁먹은 아이들.

배고픔은 아예 입 밖에 내지도 못한다.

밤늦게 먹을 것을 찾아 창고에 몰래 숨어 들어가지만 먹을 것은 고사하고 마대에 덮인 사람들의 시체와 쥐떼들만 득실거린다.'

최근 개봉된 영화 <크로싱>의 한 장면이다.

탈북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4년간 만든 이 작품은 용수(차인표)라는 30대 가장이 결핵에 걸린 아내를 살리기 위해 약을 사러 중국으로 건너갔다가 남으로 넘어온 후 다시 가족들을 찾는 고난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정착금을 아껴 모은 돈으로 사람을 북의 고향에 보냈지만 그의 아내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홀로 남은 용수의 아들 준희는 북한을 탈출해 중국 북부의 몽골 사막에서 길을 잃게 되고.

… 무수히 많은 사막 밤하늘의 초롱초롱한 별들을 보며 준희는 꿈 속에서 아빠를 만난다.

그러나 추운 사막의 밤 바람은 열한 살 아이를 더 이상 고통스럽게 하지 않았다.

싸늘한 시신으로 아빠의 품에 안긴 준희.

아빠는 아들을 품에 안은 채 하느님은 왜 남한에만 있느냐고 부르짖으며 하염없는 눈물을 흘린다.

영화 <크로싱>은 같은 민족인 북한 동포들이 어떻게 저런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정도로 비참한 생활을 고발하고 있다.

영화를 본 탈북자들은 자신의 삶을 다시 보는 것 같다면서 북한 주민들의 삶은 결코 영화보다 낫지 않다고 털어 놓는다.

⊙ 굶주림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

북한 인권 문제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체제와 관련이 있다.

실패한 사회주의 계획 경제를 고집하다 보니 만성적인 식량 부족 현상이 해결되지 않아 주민들은 늘 굶주림과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먹을 것이 모자라 여성 어린이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은 생존권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다.

가족들의 식량을 구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여성들은 늘 인신매매와 성매매에 노출되고 어린이들은 부모를 잃고 고아로 전락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북한은 주체 사상과 김정일 유일 사상을 강요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사상의 자유,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이 인정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체제를 비판하다가 적발되어 공개 처형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공개 처형은 학교 공장 농장에서 가족 동료 주민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집행되고 있다.

한 탈북자는 "식량난이 심해진 1995년 이후 주민들의 일탈행동을 단속하기 위해 공개 처형이 집중적으로 실시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체제 비판자들은 또 가족과 함께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평생 중노동을 하고 있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는 함경북도 청진 회령 화성, 함경남도 요덕 단천 덕성, 자강도 동신, 평안북도 천마, 평안남도 북창 개천 등 10여개에 달하며 수용자가 약 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용소에서 일부 정치범들은 법절차도 없이 살해당하거나 생체 실험까지 당하고 있다고 영국의 BBC방송은 보도하고 있다.

⊙ 인권 부정하는 북한

북한은 유엔 등의 인권 개선 요구에 대해 냉담한 반응이다.

북한은 오히려 인권이라는 용어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인권 대신 근로인민의 권리와 공민의 권리를 사용하는데, 근로 인민은 사회주의의 주인이므로 인권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북한은 인권에 대해 자본주의 정신의 오염으로 자본주의로부터 해방되기 위해서는 서구식 인권을 배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은 김정일 유일 사상과 주체 사상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고 있으며 개개인을 전체 조직의 일부로 간주,공민으로서의 의무만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한편으로 유엔 인권규약에 가입해 인권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1981년 국제인권규약을 받아들여 주민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행동을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북한식 인권을 여전히 고집하고 있으며 국제단체의 북한 인권 조사 요구에도 불응하는 등 국제법상의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인권 문제가 계속 불거지자 최근 헌법에 거주 이전의 자유를 인정한다고 고쳤으나 유명무실한 개정에 불과한 실정이다.

미국 의회는 2004년 북한인권법을 제정해 북한 내 인권을 신장하고 민주주의 법치 시장경제를 육성하는 민간 비영리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북한의 인권에 대해 높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김정일 주위 일부 권력집단을 위한 '주체'를 강조하면서 여전히 북한 주민들의 존엄성과 인권에 대해선 입을 닫고 있다.

김강녕 한국통일전략학회 부회장 등 전문가들은 북한이 인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유엔등 국제 단체와 연대해 분위기를 조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주병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bpark@hankyung.com

/경제연구소 인턴기자 윤승철(동국대 문예창작학과 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