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인권은 보편적 가치 누구도 침해할 수 없다
인권(人權)은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적으로 가지는 천부(天賦)의 권리이다.

개인의 생명 자유 재산에 대한 권리는 누구로부터도 침해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류가 권력이나 종교 세력으로부터 인권을 보장받게 된 것이 바로 근대화요 민주화라는 것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

인권이 보편적 가치라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종교와 정치, 체제와 사상을 떠나 모든 인간은 인권을 갖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구화가 진행되는 최근 들어서는 인권을 침해하는 독재 국가에 대한 국제적 개입도 잦아지고 있다.

북한의 반(反)인권적 정치 체제도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요덕 수용소의 정치범 탄압 사례들도 그렇지만 이번 금강산 총기 살인사건도 인권에 대해 무지하거나 안하무인격인 북한의 낙후한 정치 구조를 잘 보여 준다.

⊙ 인권, 인간 이성의 산물

인권 사상은 서양 역사에서 르네상스 시기부터 논의돼 왔다.

중세 시기에는 인간이 자유로운 권리를 갖는다는 것이 상상도, 용납도 되지 않았다.

단지 희망의 단어일 뿐이었다.

르네상스 시기 들어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신이나 교회가 부여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이성에 근거한 것이라는 사상이 싹텄다.

18세기 들어서는 로크 루소 몽테스키외 등 계몽 사상가들의 자유주의 사상이 본격적으로 출현하면서 근대 국가가 그 틀을 만들게 되었다.

인권 사상이 포함된 대표적인 문서는 1776년 미국 독립선언서였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을 역사가 짧은 나라라고 하지만 미국은 근대 국가라는 측면에서는 가장 역사가 길다.

바로 인권의 개념이 처음으로 공식화되었고 인간의 자유와 가치가 천부의 것으로 천명된 곳도 미국이다.

이것이 프랑스로 넘어갔다.

1789년 프랑스 혁명 과정에서 구성된 프랑스 입법회의 인권 선언은 미국 독립선언서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미국 독립선언서는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조물주는 빼앗길 수 없는 권리를 모든 사람에게 부여했다는 사실을 자명한 진리로 생각한다.

이러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인류는 정부를 조직했으며 이 정부의 정당한 권력은 피치자의 동의에서 유래된다'고 밝혔다.

프랑스 인권선언도 '인간은 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평등한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한 뒤 '인권에 대한 무지와 무시 모독이 국민의 피폐와 정부의 부패를 낳았다고 믿는 바, 이에 인간의 자연적이고 양도할 수 없으며 신성한 권리를 선언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프랑스 인권선언에 담긴 사상은 유럽 각국에 전파돼 근대 국가의 기틀을 잡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우리나라의 헌법에도 당연히 인권 사상이 기틀을 잡고 있다.

⊙ 인권에는 어떤 권리가 포함돼 있나

인권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권리는 생명권이다.

생명권은 누구도 타인의 생명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적극적으로 생명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생명권을 존중하는 사람들은 전쟁이나 테러를 반대하고 사고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며 심지어 남의 자살을 돕거나 방치하는 행위도 범죄로 간주한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도 중요한 인권 중의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행복 추구권은 소극적으로는 고통과 불쾌감이 없는 상태를, 적극적으로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상태를 추구할 권리를 말한다.

18세기 프랑스 계몽사상가로 널리 알려진 존 로크는 생명 자유권 이외에 재산권을 기본적 인권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미국 독립선언에서는 생명 자유 행복의 추구가 기본적인 권리로 제시되고 있다.

이 밖에 신체의 자유, 주거의 자유, 종교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 등 국가로부터의 자유 등도 인권 개념에 포함된다.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인 사회권(생존권)도 중요한 인권의 하나로 보고 정부가 이를 보호할 의무를 지는 것에 대해 대부분 국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사회권은 2세대 인권이라고도 불리는 것으로 1세대 인권인 자유권에 이어 새롭게 등장한 권리에 속한다.

2차 대전 이후에는 세계적 연대,민족들의 연대를 강조하는 3세대 인권 개념이 탄생했다.

자유가 1세대 인권, 평등이 2세대 인권이라면 인류애를 강조하는 박애는 3세대 인권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 인권은 보편적이다

인종 국적을 막론하고 개인들의 인권이나 생명권 재산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개별적인 침해를 넘어서 조직적으로 인권을 침해하는 나라들이 많다.

북한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대표적인 국가들이다.

동구권의 인종 청소 등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의 인권 침해다.

이 같은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다른 나라들이 인류애에 입각한 경제 봉쇄,군사 개입 등 인도주의적 간섭을 하게 된다.

인권 상대주의자들은 이에 대해 국가별 지역별 특수성과 다양한 배경을 살펴야 하며 개별 국가들의 주권이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이들은 인권 개념이 자유주의적 개인주의라는 서구의 개념에서 비롯된 것이며 다수의 비서구 문화에서는 그 뿌리를 찾을 수 없다고 얘기한다.

즉 인권을 보편적 개념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따라서 미국 등 서방 선진국들이 북한이나 앙골라 등의 인권 침해에 간섭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이에 맞서 인권은 인간만이 가지는 권리이며 인간이라면 동등하게 이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입장이 인권 보편주의이다.

인권을 침해하는 국가는 대부분 독재 국가이거나 참담한 권위주의 국가들이기 때문에 국제 사회가 개입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나름대로 인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집단적 인권만이 존재하고 개인적 인권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국제 인권 규범과 양립할 수 없는 '북한식 인권'일 따름인 것이다.

인권 상대주의는 때로 지극히 모순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인권을 이유로 하는 국제적 개입이 자칫 강대국에 의한 약소국의 주권 침해라는 논쟁을 부를 수도 있다.

이라크 전쟁이 그런 경우로 이는 국제 사회에서도 논란이 많다.

미국은 이라크 외에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인권을 이유로 군사 작전을 했으며 아프가니스탄은 비교적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지만 이라크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나토가 군대를 동원해 코소보 인종 분쟁에 개입한 것은 오히려 늦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정당성을 인정받고 있다.

관광객의 등 뒤에 총을 쏘아 대는 북한은 언제쯤 사람의 가치, 다시 말해 인권에 눈을 뜰 것인가.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