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은 신문보다 공정성 더 엄격해야

[Cover Story] 'PD저널리즘' 객관성 是非
촛불시위가 한창이었던 최근까지 대부분의 신문 방송사에는 시위 참가자 또는 시민들로부터 공정하게 보도하라는 전화가 빗발쳤다.

특히 서울 여의도의 KBS와 MBC 앞에는 편향 방송을 중단하라는 구호와 방송 탄압을 중단하라는 시위대의 슬로건이 동시에 나붙었다.

신문 방송이 모두 공정 보도 요구를 받고 있지만 굳이 따진다면 어느 쪽이 더 공정보도에 충실해야 할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방송이 더 공정보도를 해야 한다.

신문은 특정 집단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으나 방송(공영방송)은 그렇지 않다.

공영방송이 사용하는 지상파는 국가 소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촛불시위와 관련된 보도에서 KBS MBC 등 공영방송이 불공정 보도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공개한 '6월 시청자 동향 분석'에 따르면 위원회에 접수된 방송 시청자 민원 총 207건 중 144건(69.6%)이 이들 두 방송의 보도 행태에 대한 내용이었다.

144건을 보면 공정성이 81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윤리문제 15건,객관성 13건,선정 및 폭력 10건 등이었다.

방송사별로는 MBC에 대한 건이 15건(PD수첩 관련 10건,뉴스데스크 관련 5건), KBS에 대한 건이 7건(9시 뉴스 5건,FM라디오 2건)이었다.

방송통신위 관계자는 "공정성 민원 중 촛불시위,광우병에 대한 뉴스보도 및 4월29일 방송된 MBC PD수첩과 관련된 것이 36건(중복민원 포함)이었다"고 밝혔다.

TV 방송의 공정성 문제는 사실 최근에 제기된 논쟁이 아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보도 때도 크게 논란이 됐다.

당시 국회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발의되자 KBS MBC는 탄핵에 반대하는 여론을 더 비중있게 다뤘다는 비판을 받았다.

예를 들어 국회에서는 정치인들이 고함을 치고 서류뭉치를 던지고 밀로 당기는 모습을 잡고 길거리에서는 대통령이 탄핵당할까봐 우려하는 시민들의 인터뷰 장면을 담아 반복해서 내보내는 식이었다.

이에 대해 이민웅 한양대 교수, 윤영철 윤태진 김경모 이준웅 연세대 교수, 최영재 한림대 교수 등 언론학 교수 6명은 대통령 탄핵 방송이 불공정했다는 보고서를 내놓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 보고서는 큰 파문을 일으켰으나 방송사들은 학자들의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6명의 교수들은 2006년 탄핵방송의 불공정을 종합 정리한 '방송저널리즘의 공정성 위기'에서 영국의 BBC는 보도에 문제가 생기면 외부의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국내 TV 방송의 폐쇄적인 자세를 비판하고 있다. (소박스 참조)

⊙ 방송은 신문보다 더 공정해야 한다

방송(공영방송)이 신문보다 더 공정해야 이유는 시장 독점적 지위 때문이다.

공영방송은 국가 재산인 공중파를 독점적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시청자들은 방송채널을 선택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반해 신문 독자는 신문을 선택할 수 있다.

편파보도를 하는 신문은 독자 수가 줄어드는 대가를 감수해야 한다.

물론 신문의 편파 보도가 바람직하다는 것은 아니다.

신문으로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신문의 편파적인 주장도 언론 자유 차원에서 허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TV 시청자는 소비자가 아니라 공론장에 참여하는 시민의 자격으로 공정 방송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만일 공영방송이 이런 국민의 권리를 외면한다면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아 정체성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KBS와 MBC는 스스로 국민의 방송이라는 구호를 채택하고 있다.

공정성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국민의 방송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PD 저널리즘의 주관적 보도

방송에 공정성 문제가 생기는 배경에는 PD저널리즘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PD저널리즘은 기자가 아닌 PD들이 특정한 주제의식을 갖고 관련 사실을 모아서 스토리를 꾸며 나가는 형식의 보도를 말한다.

이러한 보도 행태는 기존 기자 저널리즘이 지나치게 사실 보도에 얽매임으로써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비판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객관적 사실만 보도할 경우 기자들이 사회 구성원의 의견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지배계층의 의견만 반영하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1968년 CBS의 '60분'이 처음 방송된 후 ABC의 '48시간' NBC의 '데이트라인' 등이 탐사보도(PD저널리즘)로 도입되었다.

우리나라는 1990년 MBC의 PD수첩을 효시로 1991년 SBS의 개국과 함께 그것이 알고 싶다, KBS의 추적 60분이 되살아나 주요 장르로 정착하게 됐다.

이러한 PD 저널리즘은 기존의 기자저널리즘이 다루지 못했던 여러 분야에 걸쳐 발생하는 사건을 심층취재 보도함으로써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객관적 사실을 스토리 구성에 필요한 하나의 요소로 간주함으로써 무리한 보도를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게 받고 있다.

박주병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bp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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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BBC 길리건 사건으로 '혼쭐'…발빠르게 대처해 이미지 회복

공정보도로 유명한 BBC는 2003년 길리건 사건으로 위기를 맞았으나 외부 조사 위원회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 공정성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길리건 사건이란 2003년 5월 길리건 기자가 국방부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영국 정부가 이라크에 대한 전쟁을 정당화할 목적으로 이라크의 군사적 위협을 과장했다'고 보도하면서 시작되었다.

보도가 나가자 내부 소식통으로 지목받았던 켈리 박사가 자살을 하고 블레어 총리가 허튼경을 위원장으로 하는 조사위원회를 설치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확산되었다.

BBC 사장과 보도국 간부들은 길리건 기자를 옹호했으나 블레어 정부는 BBC의 정부에 대한 과도한 적대성을 비판하며 사태는 정부와 BBC의 전면전으로 치닫게 되었다.

6개월여 조사 끝에 조사위원회는 영국 정부가 이라크 무기의 위험성을 과장했다는 BBC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길리건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보도국 간부들이 길리건 기자를 감싸는 등 BBC 보도국의 취재 편집 관리 전반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일부에서 허튼 조사 보고서가 정부를 위한 면죄부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사건은 BBC에 불리하게 돌아가 결국 사장과 경영위원회 위원장은 사표를 낼 수밖에 없었다.

길리건 사건은 BBC의 내부 점검 시스템의 부재로 빚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BBC는 사태 이후 공정 보도에 대한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해 다시 공정보도방송의 이미지를 회복하고 있다.

전임 보도국장 닐을 위원장으로 하는 연구팀은 BBC가 갖춰야 할 저널리즘을 정립했다.

이에 따르면 검증 가능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진실성, 공익을 위한 봉사, 의견의 불편부당성과 다양성, 당파적 이해관계로부터의 독립성 시청자에 대한 설명의 책무 등 다섯개 가치를 확립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BBC는 길리건 사건으로 위기에 몰렸으나 문제를 겸허히 받아들여 공정 방송사의 이미지를 다시 구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