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남녀 차이는 인정하지만 차별은 금물…α걸의 시대 오나


#1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 1931년 뉴기니아에 살고 있는 세 부족의 남성과 여성 특징에 대해 조사했다.

첫째 마을인 아라페시 부족 사람들은 남녀 모두 여성적인 인성을 가졌다.

여성은 물론 남자들도 온순하고 협동심이 강했으며 타인의 요구를 잘 수용하는 편이었다.

둘째 마을인 먼더거머 사람들은 이와 반대로 남녀 모두 무자비하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였다.

자애롭고 모성적인 것을 무시하는 반면 강하고 독립적인 태도를 강조했다.

세 번째 부족 챔불리에서는 성(섹스)에 대한 남녀 차이가 서구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정반대였다.

여자는 지배적이고 객관적이며 통솔권을 가진 반면 남자는 책임감이 약하고 정서적으로 의존적이었다.

남자들은 예술적이며 아름다움을 추구했으며 반대로 여자는 경영을 잘하는 존재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2 동구 유럽의 알바니아 북부지역에서는 일부 처녀들이 처녀로 평생 남겠다고 선언하는 처녀성 선언 의식을 치르고 남성으로 살아간다.

처녀성을 선언하면 남성으로 집안을 책임지고 무기를 지니면서 재산을 소유하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는 집안끼리 약속한 결혼을 피하기 위해,일부는 독립을 선언하기 위해 선언을 한다.

물론 남성처럼 살아가기 위해 머리카락을 잘라내고 바지로 갈아입은 뒤 사냥총으로 무장한다.

80년 전에 이 의식을 치른 카카씨는 "처녀성 선언 여성들을 무척 존경하며 그들이 보여준 헌신은 그들을 남성으로 생각하게 한다.

집안에 남성이 없다는 것은 오점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상 두 가지 사례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회학자들과 여성학자들은 여성과 남성의 역할 구분이 사회 환경에 의해 길들여진 것이라고 설명한다.

생물학이나 유전학 관점에서 남녀의 차이를 밝히는 연구들은 남녀의 비슷한 특징은 무시한채 남성의 우월성만 보여주는 실험이라고 이들은 비판한다.

페미니스트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성적 역할이 본질적으로 여성을 남성에 복종시키면서 남성들의 이익을 지키려는 가부장제도 때문에 재생산되고 있다고 꼬집는다.

수동적이거나 아기를 귀여워하는 마음 등을 딱히 여성적인 기질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공격적이고 추진력이 강한 것을 남성적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은 따라서 생물학적 의미의 성인 섹스(Sex)보다 사회적 의미의 성인 젠더(Gender)를 강조한다.

젠더는 남녀차별적인 섹스보다 대등한 남녀 간의 관계를 내포하며 평등에 있어서도 양성이 동등함은 인정하는 양성 평등을 이뤄야 한다고 역설한다.

⊙ 알파걸이 세계를 움직인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사회환경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점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20세기부터 역사무대에 등장한 알파걸들이다.

알파걸은 남성과 똑같은 조건에서 생활하며 남성들보다 모든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열정과 재능으로 세상을 향해 도전하는 '파워여성'들을 말한다.

미국 하버드대 댄 킨들러 교수는 리더로 활동 중이거나 앞으로 리더가 될 가능성 있는 10대 소녀 113명을 인터뷰하고 900여명의 소녀들을 설문조사한 결과 미국 여학생의 20%가량이 공부 운동 친구관계 미래에 대한 비전, 리더십 등 모든 면에서 남학생들을 능가하는 엘리트 소녀로 성장하고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킨들러 교수는 이들이 이전 세대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새로운 사회계층의 출현'이라고 선언했다.

킨들러 교수는 알파걸들은 남성보다 씩씩하고 겁이 없으며 긍정적인 자아관과 자신감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알파걸의 어머니 중 75% 이상은 자기주장이 강하고 독립적인 성향을 보이는 특징을 갖고 있다.

알파걸들의 출현은 인력 계발이나 활용 등 모든 면에서 세상을 바꾸고 있다.

국내의 일부 대기업에선 남성 합격자수를 지정하는 남성쿼터제를 운영하고 있다.

성적으로만 인재를 선발할 경우 여성 합격자가 50% 이상을 차지해 남성이 필요한 부서의 인력 수요를 맞출 수가 없다는 것이다.

올해 외무고시의 합격자 중 65.7%가 여성으로 채워졌다.

국내 우주인 1호도 여성인 이소연씨다.

킨들러 교수는 알파걸이 미래 세상을 운영하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온화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알파걸이 세상을 움직여 여성의 특성이 증가된 사회는 남성이 지배해왔던 현실보다 훨씬 평화로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 남자는 남자다워야하고 여자는 여자다워야한다?

일부 학자들은 최근 양성평등 차원에서 양성성(androgyny)이라는 개념을 주장하고 있다.

남자는 남자답고 여자는 여자다운 것이 심리적으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남성적인 남자와 여성적인 여자들이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도 못하고 창의성과 공간지각 능력이 낮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양성적인 사람이 전통적 성역할을 고수하는 사람보다 자아실현과 성취동기 등이 높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자아발달 수준과 도덕발달 수준이 높으며 표현을 잘 하기 때문에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양성성의 발달보다 다른 성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이나 고정관념, 차별적 태도를 벗어 던지며 생물학적 차이를 사회 문화적 차이로 직결시키지 않으려는 양성평등적인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