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아프리카 어느 부족에는 남편이 죽으면 아내는 그의 엄마와 함께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가는 풍습이 있다.
여성은 남성의 보호를 받아야 하고 노동력도 귀하기 때문에 미망인은 어머니와 함께 다른 남자의 보호 속에 함께 생활해야 안전하다는 게 그 부족들의 설명이다.
#사례2
신분제가 엄격한 인도에서는 사랑한다는 죄로 젊은 남녀의 목숨을 빼앗는 일이 간혹 발생한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인도의 한 시골에서 신분이 다른 20대 남여가 서로 사랑을 나누다가 발각되어 남자는 여자 친족에 의해 살해당하고, 여자는 돌로 맞는 벌을 받다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구상에는 수많은 민족이 있고 그들 나름의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다.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엄마와 딸이 함께 한 남자와 혼인하거나, 목숨까지 빼앗는 엄격한 신분제 결혼 규칙 등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다양한 문화가 존속한다.
이슬람에서는 일부다처제가 흔한 일이고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죽은 사람의 시체를 먹는 풍습도 일부 지역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남아 있다.
이러한 다양한 문화 행태는 그동안 주로 상대주의적 관점에서 해석됐다.
문화는 같은 사회의 구성원들이 오랫동안 함께 살면서 만들어 낸 공동의 행동양식이므로 다른 환경의 문화와 비교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20세기 들어 주목받기 시작한 이러한 문화 상대주의는 한 때 미국 등 서구와 이슬람 국가 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이슬람 문화를 인정해야 한다는 반서구 구호로 이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문화 상대주의는 치명적인 약점을 동시에 안고 있다.
모든 것을 인정하게 되면 보편적인 가치가 설자리가 없어지는 점이다.
극단적인 경우이기는 하지만 사람의 목숨을 재물로 바치는 문화나 인종을 차별하는 문화를 상대주의라는 명분 아래 인정할 수 있겠는가?
사례2에서처럼 신분제의 악습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관습을 문화라고 말할 수 있는가?
아니 신분제 자체를 인도의 문화라며 용인할 수 있겠는가.
개인적 자유와 인권을 짓밟는 문화를 용인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문화 상대주의의 이러한 치명적인 약점이 드러나면서 최근 문화를 다시 보편주의적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스페베르(D Sperber) 등 일군의 학자들은 "문화 상대주의가 보편적 윤리를 부정하고 시대에 따라 도덕적 가치를 달리 해석함으로써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같은 비인간적인 행태에 대해 가치 판단을 유보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비판한다.
스토킹(Stocking)은 "상대주의를 따른다면 개별문화가 안정된 통합체로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전통적 생활상이 변하지 않은 채 보존돼야 한다는 전제가 성립돼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 기술진보에 맞춰 삶의 질이 높아지기를 열망하는 비서구사회 사람들을 그들만의 세계에 살도록 하자고 하는 새로운 인종 분리정책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진화론에 기초해 문화를 우열-열등으로 나누는 전통적 시각도 문제이지만 인간 보편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외면하는 상대주의도 문제라는 것이다.
유엔 등 국제 단체들도 보편주의 시각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헤치는 각국의 비윤리적 문화 관습을 중지하라고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주장은 지구촌에 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최소한의 가치다.
이는 어떤 문화, 어떤 시대 상황에서도 지켜져야 할 도덕적 덕목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 비폭력 구호가 난무하고 있는 것도 법질서 이전에 인간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범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저녁 촛불시위를 방송하는 TV화면에 한 20대 젊은이가 밧줄을 타고 경찰이 방벽으로 만든 컨테이너에 올라가려 하자 다른 시위자가 비폭력을 외치며 올라가지 말라고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같은 20대 동료가 자기 목숨을 자기가 책임지겠다는데 당신이 왜 참견이냐고 비폭력을 주장하는 시민에게 면박을 주었다.
시위 현장에서 폭력 행위가 벌어지는 것을 두고 남의 일이어서 참견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폭력 역시 언제 어디서든 사용돼서는 안 되는 보편적 기준이다.
시위대에 참여한 사람이라면 적어도 비폭력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더욱이 폭력 시위는 폭력 행사자 자신은 물론 시위에 참여한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
인권존중 인간의 존엄성 비폭력 등 보편적 가치는 언제 어디에서나 존중돼야 한다.
타인과 다른 문화를 존중하자는 상대주의와 인류 보편의 가치가 잘 조화되는 그런 문화를 만들어가자.
박주병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bp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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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란 무엇인가
문화는 사회 집단의 구성원들이 학습을 통해 공유하는 총체적인 행동양식과 사고 방식이다.
온돌문화 젓가락문화 등 풍습은 물론 가치관 종교 예술 도덕 등도 문화에 포함된다.
문화는 물질 제도 관념적인 요소로 구성되며 과학 기술의 발전에 영향을 받아 끊임없이 변화한다.
19세기 말 개화기에 김윤식 선생은 우리의 제도와 전통을 계승하면서 서구의 앞선 과학기술을 배우자며 동도서기(東道西器)를 주장하기도 했다.
과학 기술은 서양의 것을 받아들이되 문화는 한국 전통을 고수하자는 말이었다.
그러나 민주주의 등 서구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우리나라가 성숙해 왔다는 점은 결코 부인할 수 없다.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우선 진화론적 설명방법이 있다.
진화론은 문화도 유기체처럼 낮은 수준에서 높은 수준으로 발전해 간다고 보는 견해다.
대체로 서구 문명이 비서구 문명에 비해 수준이 높다는 입장이다.
자국문화를 다른 나라에 비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우월주의나 서구 문화를 무조건 추종하는 문화사대주의 역시 진화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진화론적 설명에 반해 체계론적 관점은 문화가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변화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해방 후 우리나라에 침대가 들어왔지만 기존 온돌 문화와 공존하면서 돌침대 흙침대 등 혼합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는 점을 든다.
문화 상대주의는 체계론을 기반으로 하는 입장이다.
다른 문화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견해로 문화보편주의를 배척한다.
문화상대주의는 그러나 인권 등 인간 존엄성을 침해하는 문화까지 정당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프리카 어느 부족에는 남편이 죽으면 아내는 그의 엄마와 함께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가는 풍습이 있다.
여성은 남성의 보호를 받아야 하고 노동력도 귀하기 때문에 미망인은 어머니와 함께 다른 남자의 보호 속에 함께 생활해야 안전하다는 게 그 부족들의 설명이다.
#사례2
신분제가 엄격한 인도에서는 사랑한다는 죄로 젊은 남녀의 목숨을 빼앗는 일이 간혹 발생한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인도의 한 시골에서 신분이 다른 20대 남여가 서로 사랑을 나누다가 발각되어 남자는 여자 친족에 의해 살해당하고, 여자는 돌로 맞는 벌을 받다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구상에는 수많은 민족이 있고 그들 나름의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다.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엄마와 딸이 함께 한 남자와 혼인하거나, 목숨까지 빼앗는 엄격한 신분제 결혼 규칙 등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다양한 문화가 존속한다.
이슬람에서는 일부다처제가 흔한 일이고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죽은 사람의 시체를 먹는 풍습도 일부 지역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남아 있다.
이러한 다양한 문화 행태는 그동안 주로 상대주의적 관점에서 해석됐다.
문화는 같은 사회의 구성원들이 오랫동안 함께 살면서 만들어 낸 공동의 행동양식이므로 다른 환경의 문화와 비교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20세기 들어 주목받기 시작한 이러한 문화 상대주의는 한 때 미국 등 서구와 이슬람 국가 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이슬람 문화를 인정해야 한다는 반서구 구호로 이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문화 상대주의는 치명적인 약점을 동시에 안고 있다.
모든 것을 인정하게 되면 보편적인 가치가 설자리가 없어지는 점이다.
극단적인 경우이기는 하지만 사람의 목숨을 재물로 바치는 문화나 인종을 차별하는 문화를 상대주의라는 명분 아래 인정할 수 있겠는가?
사례2에서처럼 신분제의 악습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관습을 문화라고 말할 수 있는가?
아니 신분제 자체를 인도의 문화라며 용인할 수 있겠는가.
개인적 자유와 인권을 짓밟는 문화를 용인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문화 상대주의의 이러한 치명적인 약점이 드러나면서 최근 문화를 다시 보편주의적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스페베르(D Sperber) 등 일군의 학자들은 "문화 상대주의가 보편적 윤리를 부정하고 시대에 따라 도덕적 가치를 달리 해석함으로써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같은 비인간적인 행태에 대해 가치 판단을 유보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비판한다.
스토킹(Stocking)은 "상대주의를 따른다면 개별문화가 안정된 통합체로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전통적 생활상이 변하지 않은 채 보존돼야 한다는 전제가 성립돼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 기술진보에 맞춰 삶의 질이 높아지기를 열망하는 비서구사회 사람들을 그들만의 세계에 살도록 하자고 하는 새로운 인종 분리정책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진화론에 기초해 문화를 우열-열등으로 나누는 전통적 시각도 문제이지만 인간 보편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외면하는 상대주의도 문제라는 것이다.
유엔 등 국제 단체들도 보편주의 시각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헤치는 각국의 비윤리적 문화 관습을 중지하라고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주장은 지구촌에 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최소한의 가치다.
이는 어떤 문화, 어떤 시대 상황에서도 지켜져야 할 도덕적 덕목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 비폭력 구호가 난무하고 있는 것도 법질서 이전에 인간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범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저녁 촛불시위를 방송하는 TV화면에 한 20대 젊은이가 밧줄을 타고 경찰이 방벽으로 만든 컨테이너에 올라가려 하자 다른 시위자가 비폭력을 외치며 올라가지 말라고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같은 20대 동료가 자기 목숨을 자기가 책임지겠다는데 당신이 왜 참견이냐고 비폭력을 주장하는 시민에게 면박을 주었다.
시위 현장에서 폭력 행위가 벌어지는 것을 두고 남의 일이어서 참견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폭력 역시 언제 어디서든 사용돼서는 안 되는 보편적 기준이다.
시위대에 참여한 사람이라면 적어도 비폭력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더욱이 폭력 시위는 폭력 행사자 자신은 물론 시위에 참여한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
인권존중 인간의 존엄성 비폭력 등 보편적 가치는 언제 어디에서나 존중돼야 한다.
타인과 다른 문화를 존중하자는 상대주의와 인류 보편의 가치가 잘 조화되는 그런 문화를 만들어가자.
박주병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bp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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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란 무엇인가
문화는 사회 집단의 구성원들이 학습을 통해 공유하는 총체적인 행동양식과 사고 방식이다.
온돌문화 젓가락문화 등 풍습은 물론 가치관 종교 예술 도덕 등도 문화에 포함된다.
문화는 물질 제도 관념적인 요소로 구성되며 과학 기술의 발전에 영향을 받아 끊임없이 변화한다.
19세기 말 개화기에 김윤식 선생은 우리의 제도와 전통을 계승하면서 서구의 앞선 과학기술을 배우자며 동도서기(東道西器)를 주장하기도 했다.
과학 기술은 서양의 것을 받아들이되 문화는 한국 전통을 고수하자는 말이었다.
그러나 민주주의 등 서구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우리나라가 성숙해 왔다는 점은 결코 부인할 수 없다.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우선 진화론적 설명방법이 있다.
진화론은 문화도 유기체처럼 낮은 수준에서 높은 수준으로 발전해 간다고 보는 견해다.
대체로 서구 문명이 비서구 문명에 비해 수준이 높다는 입장이다.
자국문화를 다른 나라에 비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우월주의나 서구 문화를 무조건 추종하는 문화사대주의 역시 진화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진화론적 설명에 반해 체계론적 관점은 문화가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변화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해방 후 우리나라에 침대가 들어왔지만 기존 온돌 문화와 공존하면서 돌침대 흙침대 등 혼합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는 점을 든다.
문화 상대주의는 체계론을 기반으로 하는 입장이다.
다른 문화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견해로 문화보편주의를 배척한다.
문화상대주의는 그러나 인권 등 인간 존엄성을 침해하는 문화까지 정당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