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극기·인내심 키워 훌륭한 장교가 되기 위한 것"

반 "교육과 관련없는 규정 적용해 인권 침해 우려"

국가인권위가 국방부 장관에게 사관학교 3금제도(금주·금연·금혼)의 개선을 권고하면서 3금제도의 인권침해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국가인권위는 "3금제도가 교육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범위까지 폭넓게 적용돼 사관생도의 행복추구권,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필요한 경우에만 규정을 완화하여 적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유혹을 뿌리치고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장교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교육"이라며 3금제도는 준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육군사관학교는 사관생도의 높은 도덕성과 정신력을 유지하기 위해 3금제도 및 징계규정을 담은 교칙(생도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3금제도를 위반한 생도 등을 퇴교 대상으로 하여 학적부에 '퇴학'으로 기록하게 돼 있다.

문제는 3금제도가 지나치게 엄격해 현실적으로 준수되기 어려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실제 적용 과정에서 인권침해 등 부작용까지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인권위의 개선 권고를 계기로 1946년 개교 이래 60년이 넘게 이어져온 사관학교 3금제도를 둘러싼 논란의 해법을 모색해 본다.

⊙ 찬성 측, "사관생도는 극기와 인내심을 갖고 관련 규정 준수해야"

3금제도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사관학교 4년생활은 미래의 유능한 장교가 되기 위한 준비기간인 만큼 생도들은 극기와 인내의 시간을 갖고 관련 규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장교로 임관하여 원칙을 준수하고 법과 규정을 어기지 않는 정신을 배우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혹을 뿌리치고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장교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교육이라는 얘기다.

휴가기간은 생도생활의 연장이며 학내 규정은 교외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므로 휴가 중 같은 또래의 친구들이 술,담배를 권하더라도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관생도는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택해야 하므로 동료들이 불의를 범했을 때도 묵과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덧붙인다.

3금제도 및 각종 명예규정을 잘 지켜낸 생도만이 장교로 임관될 자격이 있는 것이다.

사관학교의 3금제도는 생도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훌륭한 장교가 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 반대 측, "교육과 관련없이 적용해 사관생도의 인권침해 우려"

이에 대해 반대 쪽에서는 육군사관학교의 모집요강에는 3금제도에 대한 설명이 없는데도 수련과 직접 관계가 없는 휴학·휴가 기간에까지 3금제도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3금제도는 교육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범위까지 폭넓게 적용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철저히 지켜지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적용 과정에서 부작용까지 발생해 사관생도의 명예권,행복추구권,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육사 등에서 사정이 있어 자퇴하는 생도들을 퇴학 처리하는 것은 개인의 도덕적, 사회적 평가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생도들 간에 서로의 위반사항을 보고하게 하여 생도들에게 엄청난 심리적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고 꼬집는다.

몰래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웠을 경우에도 안 걸리면 그냥 넘어가고 재수가 없으면 걸리는 식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외국 사관학교의 경우 대부분 생도들에게 음주,흡연,결혼을 허용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가혹할 정도로 엄격한 규정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 3금제도는 교육적으로 직접 필요한 경우에만 적용해야

사관학교에서 자퇴 희망자를 퇴학처리하고 3금제도를 폭넓게 시행하는 것은 사관생도들의 행복추구권 등 기본적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농후하다.

군 장교 양성이라는 특수한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최소한의 사생활 보장도 없이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따라서 자퇴 희망자의 진정성 등을 확인하여 자퇴를 인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사관생도들이 본인의 질병이나 가정의 생계유지 등 자의에 의해 학업을 중단하려고 할 경우까지 '퇴학'으로 처리될 경우 개인의 도덕적,사회적 평가가 훼손될 게 뻔한 까닭이다.

아울러 교육 및 훈련과 직접 관련이 없는 휴학·휴가기간 중에는 음주와 흡연을 허용하고,개인적으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결혼을 허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결론적으로 말해 3금제도는 교육적으로 직접 필요한 경우에만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 3금제도 = 사관학교의 전통으로 청백한 수련기풍 유지와 절제와 극기의 미덕을 습성화하기 위해 실시되고 있는 금주 금연 금혼을 말한다.

육군사관학교 교칙인 '생도규정'에는 3금제도 및 징계규정을 두고 있으며 이를 위반한 생도 등을 퇴교대상으로 하여 학적부에 '퇴학'으로 기록하게 돼 있다.

퇴교된 생도의 경우 2학년까지는 사병으로,3학년은 하사로,4학년은 중사로 각각 복무하도록 돼 있다.

◆ 행복추구권 =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행동자유권과 인격의 자유발현권 및 생존권 등을 뜻한다.

헌법 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여,개인의 가치를 무시하고 국가의 도구로 취급하는 전체주의를 배격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행복추구권'은 천부인권을 선언한 국가의 기본 질서이다.

◆ 국가인권위원회 = 개인의 불가침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며,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2001년 11월 출범한 독립기구.인권침해 및 차별행위 등에 대한 진정 접수·조사,관계기관에 대한 시정 권고,인권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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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5월29일자 기사>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이하 인권위)가 28일 육·해·공군사관학교의 전통인 '3금(三禁·금연,금주,금혼) 제도'는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국방부 장관에게 이들 3개 사관학교의 관행을 개선하도록 권고했다.

이는 지난해 1월 A씨(39)가 "육군사관학교에서 생도들에게 3금 제도를 요구하고 위반 시 퇴교 처리를 하고 있으며,사정이 있어 자퇴한 생도들까지 모두 '퇴학'으로 처리하고 있는데 이는 인권침해"라면서 진정한 데 따른 조치다.

인권위는 "3금제도는 교육과 무관한 범위까지 적용돼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부작용도 있어 행복추구권 같은 사관생도의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인권위가 문제 삼은 것은 생도의 모집 요강에 3금 제도에 대한 설명이 없고,수련과 관계없는 휴학이나 휴가 기간에도 3금을 요구하고 있는 점이다.

인권위는 또 생도들끼리 서로 위반사항을 보고하게 해서 양심적으로 고민하게 만들고,3금을 위반하고도 적발되지 않아 그대로 임관되는 사람도 있는데 적발된 사람만 퇴교 조치를 당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했다.

인권위는 "미국,일본,독일,프랑스 등 대부분 국가의 사관학교가 교외 음주와 흡연을 허용하고 결혼까지도 인정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3금 제도를 너무 폭넓게 적용한다"며 교육이나 훈련과 관계없는 기간에는 음주와 흡연을 허용하고,개인적으로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는 결혼도 허용하는 방향으로 3금 제도를 완화하도록 권고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사관학교를 자퇴한 생도들까지 '퇴학'으로 기록하는 것도 해당 개인에 대한 도덕적,사회적 평가를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자퇴'를 인정하는 쪽으로 제도를 고치라고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