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입장을 알고 최상의 대안을 제시하라"
[Cover Story] 세기의 성공적인 협상들
한국 역사에도 국제 정세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전세를 역전시킨 사례가 있다.

고려 중기 서희 장군이 거란을 상대로 펼친 외교협상이 바로 그것이다.

발해를 멸하고 송을 물리친 거란은 당시 소손녕을 대장으로 내세워 송과 가까운 고려를 침략했다.

주변국의 위협 요소를 사전에 막아 자국의 안전을 도모하려는 속셈이었던 것이다.

이를 간파한 서희는 적장 소손녕에게 찾아가 고려가 고구려의 후예이므로 압록강 유역의 땅을 소유할 역사적 정당성이 있다며 여진이 점하고 있는 지역을 고려가 차지할 수 있도록 해주면 거란과 통하겠다는 약속하고 침략을 저지시키 것은 물론 오히려 강동 6주를 얻어내는 성과까지 올렸다.

서희는 송나라에 외교사절로 다녀온 바 있고,국방정책을 수립하는 중요 직책인 병관어사를 지낸 경험이 있어 당시 국제 정세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이를 토대로 그는 거란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서 옛 영토를 회복하는 부수적인 성과까지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협상은 이처럼 아무리 위기에 처해 있더라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특히 기업들에 협상은 매주 중요한 수단이다.

주변 정세를 정확하게 읽고 상대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잘 알고 협상에 임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삼성전자는 1994년에 열린 히로시마 아시안 게임에서 펜스 광고권을 획득하기 위해 공식 지정 업체가 되길 원했지만 NEC,마쓰시타 등 일본 업체들이 워낙 높은 후원비를 제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히로시마 아시안 게임 조직위원회가 지정한 80개 품목에서는 승산이 없었다.

이에 따라 삼성은 리스트에 없는 가스레인지로 조직위에 지정 업체를 신청했다.

HAGOC의 목표는 총 후원비였으므로 기존 품목과 경쟁이 되지 않는 전혀 새로운 품목을 추가하면 다른 업체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총 후원비 수입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조직위로서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전국시대에 편찬된 병가서적 '손자'의 모공편을 보면 '지피지기백전불태'란 말이 등장한다.

이 고사성어는 상대와 나의 장단점을 충분히 알고 싸움에 임해야 한다는 속뜻을 가지고 있다.

케네디 서희 장군 등은 '지피지기백전불태'의 태도가 협상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전지수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