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석유시대 끝나나
석유가 없으면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주변을 둘러보면 석유가 사라지면 사용할 수 없거나 더 이상 보기 힘들어지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자동차 항공기 선박은 가동을 멈출 것이고 가방 볼펜 운동화 같은 석유화학 제품들도 찾아보기 힘들어질 것이다.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나올 것 같은 이야기이지만 이제 석유시대가 끝나가는 게 아니냐는 경고가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물론 당연히 새로운 에너지가 등장할 것이다.

수소도 있고 원자력도 대안 에너지로 부상할 것이 확실하다.

석유 이전에는 고래 기름을 썼고 석탄의 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어떤 수단도 석유만큼 값이 싸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석유자원 문제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미 2000년 '석유 및 가스 생산량 정점 연구회(ASPO)'라는 국제연구단체를 만들어 석유시대가 곧 끝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 연구회를 창립한 켐벨은 세계 석유 생산량이 2010년쯤 정점을 찍은 뒤 차츰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시장도 비관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국제유가는 2003년 이후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제유가(WTI기준)는 지난 4월 평균 배럴당 112.6달러로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더라도 2차 오일쇼크 당시(1980년 4월) 최고기록 104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8년간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오른 것을 감안해서 계산한 결과 지난달의 유가는 석유가 산업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1859년 이래 최고"라고 말했다.

석유는 그동안 두 번의 가격 파동을 겪었다.

1973년 중동 산유국들이 이스라엘에 대응해 석유를 무기화하면서 수출을 제한한 후 가격이 한 차례 크게 뛰었고.그로부터 7년 후인 1980년 이란 혁명의 여파로 공급이 줄어들어 다시 큰 충격을 주었다.

1, 2차 석유 파동 당시는 공급 감소로 가격이 올랐으나 최근에는 늘어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중국 인도 등 많은 인구를 가진 국가들이 높은 경제 성장으로 자동차 보급이 늘어나는 등 석유 소비가 증가하면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달러 약세도 유가 상승에 한 몫 거들고 있다.

석유는 달러로 거래되는데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서 달러로 표시된 석유가격이 올라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급 불균형이 구조적인 문제라는 데 전문가들은 이의를 달지 않는다.

영국의 지질학자 매리언 킹 허버트는 1956년 당시 미국의 유전개발 통계를 바탕으로 1970년쯤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최고에 달할 것으로 추측했다.

미국의 석유생산량은 그의 예측대로 1970년 이후 줄어들고 있다.

학자들은 석유 생산량 피크가 2010년 이전에 올 것이라는 견해와 길게는 2047년 또는 2060년쯤 올 것이라는 견해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석유는 미국인 드레이크가 펜실베이니아에서 유전에 구멍을 뚫어 대량으로 끌어올린 1859년부터 본격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석유를 분류하는 정제산업과 화학산업이 발달해 인류 문명은 크게 바뀌었다.

산업의 혈액과 같은 역할을 하는 석유가 고갈되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박주병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b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