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인터넷은 괴담의 바다인가
"지금 광우병만 신경쓸 때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 광우병에 눈 먼 사이 이명박은 또 다른 쓸데없는 짓들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수도민영화가 6월부터 실시된다고 합니다.

그러면 더운 여름에 씻지도 못해요.

매일 샤워하고 씻으려면 한 달에 수도세만 몇 십만원 내야 한다고요.

(중략)

우리가 이명박 탄핵을 할 수 있는 건 5월 한 달뿐입니다.

이달 안에 모든 걸 해결해야 합니다.

조선왕조실록에 숭례문이 무너지면 나라가 망할테니,모든 국민은 피난을 가라라는 말이 적혀 있다고 합니다.

… 제발 알아주세요.

이명박이 노리는 건 광우병에 우리 시선을 돌린 뒤,다른 걸 하려는 거예요.

제발 알아주세요."

인터넷 네이버 검색창에 광우병 수도민영화를 입력하면 나오는 글이다.

아이디 hahohi94라는 네티즌이 쓴 이 글은 '제발 퍼뜨려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8일 저녁 현재 조회 330회를 기록하고 있다.

한·미 쇠고기 수입 재개 합의 이후 근거 없는 주장과 소문들이 쇠고기 수입 반대 여론을 등에 업고 인터넷에 마구 나돌고 있다.

광우병을 일으키는 쇠고기라면 국민 건강을 위해 당연히 수입하지 말아야 하겠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이러한 쇠고기 수입 반대 주장보다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근거 없는 괴담을 퍼뜨리고 있다.

이에 따라 할인점 등에서는 쇠고기 판매를 크게 줄이는 등 피해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은 근거 없는 소문의 배경에 일부 불순 세력이 조직적으로 가담하고 있다고 보고 근원지를 추적하고 있다.

⊙ 근거 없는 괴담들

숭례문이 불타면 국운이 다해 큰 재앙이 닥친다는 이른바 '정도전의 예언'은 사회 불안을 야기시키는 대표적인 괴담이다.

이 괴담은 "1592년 숭례문에 작은 화재가 난 후 임진왜란이 발생했고, 1910년 숭례문 현판이 떨어지자 한일강제합방이라는 역사적 암흑기에 들어섰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사건이 잇따르는 것은 2월 숭례문 화재의 재앙이다"며 우리사회에 곧 재앙이 올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왕조실록 등에는 숭례문 파손과 국가 환난의 연관성이 기록된 부분을 전혀 찾을 수 없고, 정도전이 '예언'을 했다는 내용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독도 주권을 포기했다는 이른바 독도 포기설도 근거가 없는 괴담으로 밝혀졌다.

독도 괴담은 지난달 권철현 신임 주일대사가 기자간담회에서 독도 및 교과서 문제 등 일본과의 역사 문제에 대해 "드러내기보다는 가슴에 묻고 국익에 맞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밝힌 뒤 일각에서 '친일본적인 외교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 확산됐다.

이 주장은 광우병 수입 재개 논란이 확산되자 '이미 현 정부의 독도 포기 절차가 시작됐다'는 유언비어로 왜곡됐으며 네티즌들 사이에 급속히 퍼져나갔다.

이에 대해 정부는 "독도 포기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면서 "근거 없는 유언비어의 발원지를 자체적으로 조사 중"이라고 해명했다.

근거 없는 소문은 네티즌이 자신을 공무원 등으로 그럴싸하게 위장함으로써 마치 진실인 것처럼 포장되고 있다.

지난 6일 한 네티즌(아이디 nolbusaggi)은 자신을 AI 발생지역인 서울 광진구청 근무자라고 소개한 뒤 "서울에서 AI가 발견됐다는 첫 보도가 나가는데 정부가 이를 광우병 논란의 국면 전환용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날 낮 12시쯤 관련 뉴스가 보도되자 누리꾼들은 이 글을 진실로 믿고 인터넷 곳곳으로 퍼 날라 음모론을 확산시켰다.

이 네티즌은 사건이 확대되자 자신은 구청 직원이 아니며 재미삼아 글을 올렸다고 자백하기도 했다.

이 밖에 KT,하나로텔레콤 등 통신업체들이 인터넷 요금을 기존의 월정액 요금제에서 사용시간과 데이터 전송량에 따라 부과하는 종량제로 전환한다는 인터넷 종량제설, 상수도사업을 민영화해 수돗물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수도민영화설 등이 떠돌고 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통신위원회 당국자는 "인터넷 종량제는 2004년 일부 통신업체가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여론의 반대에 부닥쳐 완전히 철회된 사항"이라며 "잠잠했던 종량제가 갑자기 왜 인터넷에서 유포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시민 관련 업체 피해

인터넷에 이처럼 확인되지 않은 괴담이 마구 떠도는 것은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 이후 정부의 명쾌하지 않은 설명으로 정책에 대한 불신감이 퍼진 것이 한 원인이다.

그러나 쇠고기 수입 문제 자체를 해결하기보다 공기업 민영화 FTA 등 정부 개혁 정책 자체를 비판하며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 악성 루머를 퍼트리는 것도 한 원인으로 보인다.

실제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청문회에서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현장에 뿌려진 유인물을 제시하며 '그 발행처가 6·15남북 공동선언실천 청년 학생 연대와 남북공동선언 실천 연대, 한총련 등 주사파연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쇠고기 광우병 파동으로 인한 괴담으로 쇠고기 판매상 등 관련업계는 쇠고기 판매가 크게 줄어 들어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의 지난 3~4일 한우·호주산 쇠고기 판매액은 1주일 전에 비해 10%가량 줄었고,롯데마트도 같은 기간 한우가 8%,호주산은 20% 가까이 급감했다.

마포구 S설렁탕 점주는 "광우병 괴담으로 이달 들어 6일까지 매출이 전달 같은 기간에 비해 30% 감소했다"며 "한우나 쇠고기를 쓰는 설렁탕까지 미국산 쇠고기와 동급으로 취급받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박주병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전지수 경제교육연구소 인턴기자

jbpark@hankyung.com


생각의 가지치기

- 소문과 루머, 예연, 괴담은 어떻게 다른가

- 괴담은 어떤 사회 상황에서 유행할까

- 인터넷에 괴담을 올리는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가

- 개인의 불안과 신뢰는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가

- 괴담 유포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 중세 마녀재판과 인터넷 괴담을 비교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