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괴담의 사회학
괴담이 유행하고 있다.

억지로 지어낸다는 면에서 악의적인 것도 많다.

미국 쇠고기 수입 재개와 관련해 광우병 괴담이 인터넷을 휩쓸더니 이제는 정도전 괴담, 이명박 독도 괴담 등 허무맹랑한 얘기들이 무서운 속도로 인터넷에 퍼져 나가고 있다.

급기야 정부가 광우병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조류 인플루엔자(AI) 서울지역 확산 사실을 고의적으로 부풀렸다는 음모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외신들도 한국이 급작스레 '괴담 사회'로 변한 것을 기이한 현상으로 지켜보고 있다.

괴담이 우리 사회에 이슈로 등장한 것은 물론 어제 오늘만의 얘기는 아니다.

연예인 X파일 사건을 비롯해 가수 비 괴담 사건, 개똥녀 사건, 임수경씨 댓글 사건 등 정체를 알 수 없는 사건과 글들이 인터넷에 오르내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상이 다르다.

개인에 대한 괴담이 아니라 정부에 대한 무차별적인 괴담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차원에서 괴담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문제는 국민들의 사회에 대한 불안감과 불신이 괴담에 깔려 있다는 점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도 물론 포함돼 있다.

이러한 불신과 불안감이 인터넷 매체 속에서 괴담을 수용토록 하고 있다.

인터넷의 익명성과 무책임감이 이를 더욱 촉발시키고 있다.

디지털 사회를 대표하는 인터넷이 괴담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오히려 저질 공간, 퇴행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한 심리학자는 "괴담이 유행한다는 것은 정부가 권위와 신뢰를 잃었고 국민은 범람하는 정보 속에 스스로 판단할 능력을 잃었기 때문"이라며 "사회구조가 폐쇄적이거나 투명하지 않을 때 괴담은 더욱 기승을 부린다"고 밝히고 있다.

더구나 괴담으로 인해 한국사회는 막대한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신뢰할 수 없는 국가로 낙인이 찍혀 대외 신인도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이와 관련, 7일자 동아일보 사설은 "우리 사회의 모든 병리학적 증후군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그 상처를 치유하고 정직과 신뢰가 살아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 정부는 물론 국민 모두의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유언비어를 만드는 유포자들을 척결해야 하지만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한 건전한 이성이 정착하면 괴담은 저절로 발붙일 곳이 없어지게 마련이다.

논술을 배우고 논리를 익히는 것도 이러한 합리성에 바탕을 둔 이성적 개인으로 성장하는 첫 단추이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