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글로벌·다문화 시대맞아 국적 빗장 풀어야"
반 "병역회피와 특례입학 수단으로 악용될 것"
미국 뉴욕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이중국적 허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중국적 문제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한 쪽에서는 "현행 국적법상 이중국적이 병역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없게 돼 있을 뿐 아니라 이중국적자는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도록 돼 있다"며 "국내 고급 인재의 유출을 막고 외국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이중국적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중국적은 이제 더 이상 특권이 아니라는 논리다.
하지만 "이중국적 허용이 기득권층의 이익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될 것"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일각에서는 이중국적은 병역회피 등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고,위화감을 조성할 수도 있는 만큼 여론수렴 과정 등을 거쳐 허용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중국적 허용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국민의 정부 이후 최근까지 수 차례 전향적 검토가 있었지만 국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헌법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민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과연 이중국적을 허용해야 할 만한 당위성이 있는 걸까.
이중국적 문제의 해법을 살펴보자.
⊙ 찬성 쪽,"글로벌 경쟁과 다문화 시대 맞아 이중국적 허용해야"
이중국적 허용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글로벌 경쟁과 다문화 시대를 맞아 우리도 이제는 이중국적을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국인이 외국 국적을 취득할 때는 자동적으로 한국 국적을 박탈하고,외국인이 한국 국적을 취득할 때도 6개월 이내에 출신 국적 포기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등 지나치게 엄격한 법 규정으로 인해 최근 10년간 한국 국적 취득자는 5만여명에 불과한 반면 한국 국적 포기자는 17만여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700만명에 이르는 해외거주 한국인의 능력을 결집하고, 한국을 찾는 글로벌 기업인들에게 다양하고 자유로운 사업 여건을 조성해주기 위해 국적에 대한 개방적 사고는 불가피한 시대적 요청이라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국적법은 병역의무를 강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국가 정체성을 대변하는 법"이라며 "규제 중심으로 접근해 국적 문제를 마치 징벌처럼 인식하게 만드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꼬집는다.
특히 일부 특권층의 기회주의적 행위를 막으려고 대다수 국민의 국적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자유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 반대 측, "이중국적은 병역회피와 특례입학 수단으로 악용될 것"
이에 대해 반대 쪽에서는 이중국적이 병역회피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다.
특히 고위공직자 검증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할 정도로 자녀들의 병역회피와 특례입학에 악용되는 사례가 많아 국민 정서상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국적 부여는 경제성이 아니라 정체성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중국적자가 납세 등 국민의 의무는 회피한 채 의료보험 혜택 등 권리만 챙길 경우 내국인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음은 물론, 출입국 및 체류관리, 참정권 부여 등 다양한 갈등 요소들이 산적해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로서는 '이중국적 금지'규정이 정당하지 못하다거나, 원래의 입법 취지에서 벗어났다는 등 이를 개정할 만한 이유도 없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이중국적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나라는 거의 없을 정도로 이중국적 허용은 세계적 추세도 아니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방침은 세계화 추세에 맞게 이중국적을 허용하자는 게 아니라 특정 사람이나 집단을 위한 것이라며 강력 비판하고 있다.
⊙ 국적문제는 글로벌 관점에서 전향적으로 접근해 나가야
세계 각국은 글로벌 인재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불가피하게 이중국적이 된 한국인이나 국내 취업을 희망하는 외국인을 놓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인재가 이중국적이란 장애물로 인해 국내에서 활동할 기회를 잃는다면 이는 엄청난 국익손실이 아닐 수 없다.
새 정부가 이중국적 허용 문제를 국가 아젠다(agenda)로 제시한 것도 바로 그러한 연유에서다.
우리도 이제는 국적 문제와 관련해 전향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병역 의무나 그에 상응하는 특정한 의무 이행 같은 조건이 충족되면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이중 국적자에게 가해지는 처벌이나 불이익을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관련 법을 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이중국적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 정서가 여전한 만큼 이중국적이 병역이나 납세 의무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외국인의 경우 우수인력 유치 목적으로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등 관련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국적(nationality) = 국민으로서의 신분 또는 국민이 되는 자격.'국민이 되는 요건은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의 국적 법정주의에 따라 국적법이 제정·시행되고 있다.
국적법은 단일 국적주의,부모양계 혈통에 의한 속인(屬人)주의,부부개별 국적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중(복수)국적 = 2개국 이상의 국적을 동시에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금지하고 있다.
현행 국적법에 따르면 부모가 외국에서 단기체류하는 동안 태어나 이중국적이 된 경우 반드시 병역의무를 이행해야만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등 외국 국적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만 20세 이전에 우리 국적과 외국 국적을 함께 가지게 된 자는 만 22세 전까지,만 20세 이후에 이중국적자가 된 경우는 2년 내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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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5월1일자 A1면>
정부는 이중국적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키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30일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2차 회의에서 법무부는 우수 인력의 해외 유출 등을 막기 위해 병역 의무를 이행한 외국 국적자 등에 한해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법안을 국민적인 합의를 거쳐 오는 11월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보고했다.
사공일 경쟁력강화위원장은 "7월까지 공청회 등을 거쳐 국민 여론이 긍정적으로 형성될 경우 11월 중 관련법 개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규호 법무부 출입국ㆍ외국인 정책본부장은 "공청회 등을 통해 이중국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수준을 파악해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일단 외국에서 태어났거나 어릴 때부터 외국에 거주해 본인의 뜻과 무관하게 현지 국적을 갖게 된 한국인들 가운데 병역의무 이행자와 외국의 고급 인력 등을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영식 한국경제신문 기자 yshong@hankyung.com
반 "병역회피와 특례입학 수단으로 악용될 것"
미국 뉴욕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이중국적 허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중국적 문제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한 쪽에서는 "현행 국적법상 이중국적이 병역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없게 돼 있을 뿐 아니라 이중국적자는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도록 돼 있다"며 "국내 고급 인재의 유출을 막고 외국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이중국적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중국적은 이제 더 이상 특권이 아니라는 논리다.
하지만 "이중국적 허용이 기득권층의 이익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될 것"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일각에서는 이중국적은 병역회피 등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고,위화감을 조성할 수도 있는 만큼 여론수렴 과정 등을 거쳐 허용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중국적 허용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국민의 정부 이후 최근까지 수 차례 전향적 검토가 있었지만 국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헌법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민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과연 이중국적을 허용해야 할 만한 당위성이 있는 걸까.
이중국적 문제의 해법을 살펴보자.
⊙ 찬성 쪽,"글로벌 경쟁과 다문화 시대 맞아 이중국적 허용해야"
이중국적 허용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글로벌 경쟁과 다문화 시대를 맞아 우리도 이제는 이중국적을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국인이 외국 국적을 취득할 때는 자동적으로 한국 국적을 박탈하고,외국인이 한국 국적을 취득할 때도 6개월 이내에 출신 국적 포기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등 지나치게 엄격한 법 규정으로 인해 최근 10년간 한국 국적 취득자는 5만여명에 불과한 반면 한국 국적 포기자는 17만여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700만명에 이르는 해외거주 한국인의 능력을 결집하고, 한국을 찾는 글로벌 기업인들에게 다양하고 자유로운 사업 여건을 조성해주기 위해 국적에 대한 개방적 사고는 불가피한 시대적 요청이라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국적법은 병역의무를 강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국가 정체성을 대변하는 법"이라며 "규제 중심으로 접근해 국적 문제를 마치 징벌처럼 인식하게 만드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꼬집는다.
특히 일부 특권층의 기회주의적 행위를 막으려고 대다수 국민의 국적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자유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 반대 측, "이중국적은 병역회피와 특례입학 수단으로 악용될 것"
이에 대해 반대 쪽에서는 이중국적이 병역회피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다.
특히 고위공직자 검증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할 정도로 자녀들의 병역회피와 특례입학에 악용되는 사례가 많아 국민 정서상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국적 부여는 경제성이 아니라 정체성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중국적자가 납세 등 국민의 의무는 회피한 채 의료보험 혜택 등 권리만 챙길 경우 내국인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음은 물론, 출입국 및 체류관리, 참정권 부여 등 다양한 갈등 요소들이 산적해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로서는 '이중국적 금지'규정이 정당하지 못하다거나, 원래의 입법 취지에서 벗어났다는 등 이를 개정할 만한 이유도 없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이중국적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나라는 거의 없을 정도로 이중국적 허용은 세계적 추세도 아니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방침은 세계화 추세에 맞게 이중국적을 허용하자는 게 아니라 특정 사람이나 집단을 위한 것이라며 강력 비판하고 있다.
⊙ 국적문제는 글로벌 관점에서 전향적으로 접근해 나가야
세계 각국은 글로벌 인재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불가피하게 이중국적이 된 한국인이나 국내 취업을 희망하는 외국인을 놓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인재가 이중국적이란 장애물로 인해 국내에서 활동할 기회를 잃는다면 이는 엄청난 국익손실이 아닐 수 없다.
새 정부가 이중국적 허용 문제를 국가 아젠다(agenda)로 제시한 것도 바로 그러한 연유에서다.
우리도 이제는 국적 문제와 관련해 전향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병역 의무나 그에 상응하는 특정한 의무 이행 같은 조건이 충족되면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이중 국적자에게 가해지는 처벌이나 불이익을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관련 법을 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이중국적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 정서가 여전한 만큼 이중국적이 병역이나 납세 의무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외국인의 경우 우수인력 유치 목적으로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등 관련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국적(nationality) = 국민으로서의 신분 또는 국민이 되는 자격.'국민이 되는 요건은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의 국적 법정주의에 따라 국적법이 제정·시행되고 있다.
국적법은 단일 국적주의,부모양계 혈통에 의한 속인(屬人)주의,부부개별 국적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중(복수)국적 = 2개국 이상의 국적을 동시에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금지하고 있다.
현행 국적법에 따르면 부모가 외국에서 단기체류하는 동안 태어나 이중국적이 된 경우 반드시 병역의무를 이행해야만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등 외국 국적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만 20세 이전에 우리 국적과 외국 국적을 함께 가지게 된 자는 만 22세 전까지,만 20세 이후에 이중국적자가 된 경우는 2년 내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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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5월1일자 A1면>
정부는 이중국적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키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30일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2차 회의에서 법무부는 우수 인력의 해외 유출 등을 막기 위해 병역 의무를 이행한 외국 국적자 등에 한해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법안을 국민적인 합의를 거쳐 오는 11월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보고했다.
사공일 경쟁력강화위원장은 "7월까지 공청회 등을 거쳐 국민 여론이 긍정적으로 형성될 경우 11월 중 관련법 개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규호 법무부 출입국ㆍ외국인 정책본부장은 "공청회 등을 통해 이중국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수준을 파악해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일단 외국에서 태어났거나 어릴 때부터 외국에 거주해 본인의 뜻과 무관하게 현지 국적을 갖게 된 한국인들 가운데 병역의무 이행자와 외국의 고급 인력 등을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영식 한국경제신문 기자 yshong@hankyung.com